[시승기] 신사의 품격,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나는 '볼보 S90'으로 대답했다. 글 주영삼 / 사진 차이슈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생각의 유무. 도구와 문자의 사용. 종교. 신념... 필자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나는 '볼보 S90'으로 대답했다.
글 주영삼 / 사진 차이슈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생각의 유무. 도구와 문자의 사용. 종교. 신념...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수많은 동물 중 오직 인간만이 물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에 있다. 이를테면 향기로운 꽃에는 이름 말고도 인간이 숨겨둔 꽃말이 존재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 장미는 '사랑'을 뜻하며, 장미를 돋보이게 만드는 하얀 안개꽃은 '청정'을 뜻한다. 또한 프랑스의 국화 아이리스는 '기쁜 소식'을 의미하고, 독일의 한 청년이 애인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꽃,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슬픈 꽃말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BMW는 '운전의 즐거움', 아우디는 '기술의 진보', 벤츠는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등으로 각각의 자동차 브랜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사람들이 꽃에 꽃말을 부여하듯 슬로건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볼보는 '안전'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자동차 제조사다. 이 회사가 만든 프리미엄 플래그십 세단 S90에게는 필자가 '성공'이라는 꽃말을 붙여 보았다.
기분 좋은 토요일이다. 아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기지개를 켠 뒤 물 한 모금으로 간밤의 갈증을 달래본다. 곧이어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하얀 거품을 바른다. 면도는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면서도 여유롭게 마친다. 마른 피부를 촉촉하게 적시는 스킨은 남자 향이 그윽하다. 머리는 가지런하게 빗어 말끔히 고정한다. 그러고는 잘 다려진 흰 셔츠와 남색 슈트 그리고 짙은 버버리 향수를 입는다.
주차장에 내려가면 S90은 기다렸다는 듯이 웰컴 라이트로 오너를 반갑게 맞이한다. 차에 올라 크리스탈 기어노브 뒤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시동 버튼을 돌린다. 경쾌한 스타트모터음과 함께 녀석이 반응한다. 엔진 회전 질감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출발을 위해 악셀에 발을 올린다. 페달은 오르간 타입인데 답력은 스펀지와 같다. 정말이지 발목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뛰는 듯한 느낌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섰다. 금요일 오전 10시. 러시아워는 끝났지만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신호등과 어디를 가는지 모를 많은 차량들... 그 사이에 끼어서 운전하는 것은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가고 서는 것을 위해 악셀을 밟았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또 악셀을 밟았다… 곤욕이다.
하지만 S90과 함께라면 교통체증도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 이유는 녀석에게 존재하는 3가지 반자율주행 모드에 있다. 첫 번째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오너가 원하는 차량의 속도와 앞차와의 간격을 설정하면 그 설정값에 따라 스스로 주행한다.
두 번째 기능은 파일럿 어시스트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더불어 스티어링 휠까지 조작해 주는 한 단계 진보된 반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똑똑하다. 차선 중앙으로 가는 것은 물론이고 커브가 심한 코너에서도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다면 스무드하게 라인을 유지한다.
마지막 기능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다. 이 기능은 시속 60km 이상에서 작동하는 기능으로 운전자가 졸고 있거나, 전방을 주시하지 못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차량이 스스로 본래의 차선으로 복귀시켜주는 시스템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마음에 들고 믿음직스러웠다. 만약 평소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는 사람이 s90을 타게 된다면 “깜빡이 좀 켜고 들어가세요”라고 말하는듯한, 녀석의 차선 복귀 조향에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먼저 녀석의 가속력이 궁금해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반응은 약간의 터보랙과 전기모터의 힘이 더해지는 느낌 그리고 결코 조용하지 않은 거친 엔진음과 함께 제법 펀치력 있는 가속력을 보여주었다.
S90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B5’라는 볼보의 신규 하이브리드 엔진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합을 맞춰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기모터 10마력 그리고 4토크를 추가해 시스템 합산 출력은 총 260마력이다.
사실 260마력이라는 제원상의 수치는 녀석의 공차중량 1825kg을 이끌기에 버겁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운전해본 결과 S90의 파워트레인 성능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정 수준이었다. 브레이크 성능은 차고 넘쳤다. 육중한 몸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그리고 원하는 때에 적절한 제동력을 걸어주었다. 급브레이킹 시에도 차량의 앞머리가 쏠리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크지 않았다. (아. 연비는 시내에서는 8km/l, 고속도로에서는 12km/l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가속력도 준수했고 브레이킹 능력도 좋았지만 필자가 가장 만족한 부분은 승차감이다. 부드럽지만 울렁거리지 않는 서스펜션 세팅은 시내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에서 하는 쿠르즈 주행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노면 소음도 잘 잡아 주었고 풍절음은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한 덕분에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2열 승차감의 경우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지인들을 태워 의견을 들어보았다. 현대자동차 그랜저IG를 소유하고 있는 김ㅇㅇ씨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뒷좌석에 앉아서 가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다”라며, “편안한 승차감은 물론이고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아 창문을 바라보는 맛이 있다 ”라고 말했다. BMW 5시리즈를 운행하고 있는 강ㅇㅇ씨는 “전륜구동 차량이라고 믿기 힘든 2열 승차감이다”라며,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 포지션 모두 취할 수 있는 모델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서울에서 성공하겠다는 말과 함께 떠나버린 ‘고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녀석의 아름다운 풍채를 잠시나마 감상해보기로 했다. 한눈에 봐도 거대하고 웅장하다. 녀석의 얼굴은 진지하고 근엄하기 짝이 없다. 전면부를 살펴보면 크롬으로 둘러싸인 균형 잡힌 직사각형 그릴에는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마크가 프리미엄 세단의 위용을 드러낸다. 그 옆으로는 ‘토르의 망치’ 형상의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의 가니쉬 형상이 같은 결을 이루어 볼보의 기함의 자태를 완성한다.
자리를 옮겨 옆에서 감상하면 더욱 놀랍다. 5m에 달하는 전장은 오너가 운행할 때보다 더욱 거대하게 느껴진다. 짧은 전면 오버행과 긴 프레스티지 라인은 후륜구동 차량에서만 보여주는 이상적인 실루엣이다. 트렁크 라인은 요즘에 유행하는 패스트백이 아닌 정통 세단의 모습이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 디자인은 촌스럽다고 느끼기 쉽지만 S90은 보닛부터 트렁크 라인 끝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으로 우아하게 승화시켰다. 뒤에서 감상해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함선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안정감 있는 뒤태는 ‘ㄷ’ 형상의 거대한 리어램프 하나면 족하다.
S90의 진면목은 실내 인테리어에 있다. 브라운과 블랙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여백의 미를 적용한 심플한 구성 이 둘은 ‘고급스럽다’가 무엇인지 재정의한다. 대시보드부터 도어로 이어지는 리얼 우드와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스웨덴 프리미엄 감성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2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왜 쇼퍼드리븐도 가능한 차량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넓은 레그룸과 헤드룸 그리고 편안한 암레스트는 말하기 귀찮을 정도이고, 착석감은 1열보다 우수하다. 흔히 회장님 자리라고 불리는 2열 우측 좌석에는 차량의 모든 창문과 선루프 그리고 햇빛가리개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도 있다. 아쉬운 부분 하나를 뽑자면 2열에는 안마 기능이 없다는 것.
S90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헤어질 무렵까지 ‘성공’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돈. 명예. 지위… 그런 기계적이고 낭만 없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자신의 삶에 여유가 있고 품격을 지킬 줄 알며 어떠한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성공에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단언컨대 볼보에게 성공이란 S90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