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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적자 수렁’ 대한제분의 역설… 오너가 채운 28억 배당금과 ‘5인 유령회사’

[편집자주] 배당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가치를 높이는 필수 재무 전략입니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독점한 구조에서는 외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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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적자 수렁’ 대한제분의 역설… 오너가 채운 28억 배당금과 ‘5인 유령회사’

[편집자주] 배당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가치를 높이는 필수 재무 전략입니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독점한 구조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라는 본연의 목적을 잃고, 경영권 승계나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 등 사적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큽니다. 과도한 배당이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내외경제TV>는 최근 불거진 주요 기업 오너 일가의 배당 실태를 <기획기사>를 통해 짚어보고, 그 문제점과 대안을 <칼럼>을 통해 집중 조명합니다.

* 나가는 순서

① 81% 지분의 그늘… ‘골든블루’는 누구를 위해 축배를 드나

② DB손보, 회사는 빚내고 총수는 돈잔치…'1.6조 채권'과 '2500억 배당'의 역설

③ ‘적자 수렁’ 대한제분의 역설… 오너가 채운 28억 배당금과 ‘5인 유령회사’

④ 토니모리 오너 일가의 기막힌 부의 증식… 상장사 이익은 '배당'으로, 일감은 '가족회사'로

| 내외경제TV=김민호 기자 | 내수 불황과 과징금 폭탄, 원가 부담이라는 ‘삼중고’로 대한제분이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도, 경영진이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투입 대신 오너 일가의 지갑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 99% 내수 의존의 함정… 덮쳐오는 ‘실적 추락’ 경고음

최근 국가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표상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민생 경제와 골목상권 중심의 내수 시장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폐업 점포 수가 2년 연속 100만 개 선을 위협하고,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내수 시장 붕괴의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린다.

이러한 내수 침체는 대한제분에는 치명타다. 대한제분의 주력 생산품인 밀가루는 국내 소비 의존도가 무려 99%에 달할 만큼 내수 경기 민감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제분의 실적은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3년 4902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4678억 원, 2025년 4565억 원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4년 474억 원에서 지난해 373억 원으로 100억 원 이상 급감했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경기 회복 시점마저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실적 반등을 장담할 수 없는 암담한 실정이다.

◆ 환율·유가 폭탄… 탈출구 막힌 ‘수입 밀 100%’의 역습

수익의 절대적인 부분을 내수에 의존하는 구조와 달리, 원재료인 밀의 수입 의존도가 100%에 가깝다는 점도 대한제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국내 밀가루 연간 소비량은 200만 톤 이상이지만 자급률은 1% 남짓에 불과해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대한제분은 제분에 사용되는 밀 전량을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동 사태 등으로 인한 고유가 불안 속에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을 돌파하면서 수입 원재료(소맥) 매입 비용과 물류비 부담은 제분업계 전체에 감당하기 힘든 원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강세가 맞물리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동 리스크 여파로 가격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어 제분업계 전반의 수익성 방어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 1800억 담합 철퇴… 유동성 위기 속 ‘거래처 줄소송’ 예고

설상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대규모 과징금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대한제분 재정에 치명상을 입혔다. 공정위는 지난 5월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들의 가격 및 물량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총 67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대한제분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무려 1792억 7300만 원이다.

가뜩이나 내수 둔화로 기초체력이 약화된 시점에 직면한 천문학적인 과징금은 재무 구조를 무너뜨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제분의 기타충당부채 잔액은 943억 원 수준으로, 과징금 전액을 납부할 경우 기존 충당금을 모두 소진하고도 약 850억 원의 막대한 추가 비용을 고스란히 회계상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유무형의 2차 피해다. 수년간 서민 식탁 물가를 볼모로 담합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물론, 농심, 팔도, 풀무원 등 담합 피해를 입은 주요 거래처들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 적자인데 배당 폭주… 회사는 피 흘리고 오너가는 ‘돈 잔치’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는 비상시국이지만, 대한제분 경영진은 고통 분담은커녕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는 데 여념이 없다.

실적 급감 속에서도 이건영 회장을 비롯한 대한제분 경영진의 연봉은 올해 10% 이상 인상됐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해 이미 연봉을 19% 올린 데 이어 올해도 13.2%의 추가 인상을 단행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뼈를 깎는 경영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에 정작 수장 본인의 처우만 대폭 개선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드러낸 것이다.

주주환원으로 포장된 기형적인 고배당 정책도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한제분은 순이익 812억 원을 기록했던 2023년에는 주당 2500원의 배당(현금 배당 성향 5.07%)을 결정했다.

하지만 순이익이 487억 원으로 반토막 난 2024년에는 도리어 주당 배당금을 3500원으로 올렸고, 급기야 252억 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주당 4000원이라는 역대급 배당을 강행했다. 회사는 피를 흘리며 적자 수렁에 빠졌는데도 곳간을 쥐어짜며 배당을 더 늘린 것이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배당 행태는 42.33%의 지분을 쥐고 있는 이건영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회사가 심각한 적자를 낸 지난해에도 오너 일가는 28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갔다. 업계에서 이를 두고 ‘합법적 약탈’이라는 수식어까지 쓰며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대한제분 측은 “이사회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 투명하고 일관된 주주환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해당 배당금은 당사 유보금 안에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가치를 균형있게 고려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 무늬만 지주사… 직원 5명 적자 회사의 ‘비정상적 고액 연봉’

비정상적인 배당의 이면에는 대한제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비상장사 ‘디앤비컴퍼니’가 자리하고 있다.

주로 파스타면 및 와인 냉장고 유통 등을 영위하는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지분 27.8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옥상옥’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컨트롤타워의 실체는 기이할 정도로 쪼그라들어 있다. 디앤비컴퍼니의 정직원 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400여 명의 정직원을 거느린 대한제분을 지배하는 회사치고는 비정상적인 규모다.

재무 실적 또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디앤비컴퍼니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224억 원, 영업이익은 17억 9500만 원이나, 알짜 종속기업인 ‘비티스’의 실적을 제외하면 본사 자체 실적은 연매출 100억 원대에 약 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철저히 베일에 싸인 이 비상장사는 고(故) 이종각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이건영 회장의 누나인 이혜영 하림장학재단 이사장(21.6%)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84.01%를 장악하고 있다.

이 적자 회사가 받아 간 대한제분 배당금은 2024년 16억 4500만 원, 지난해 18억 원에 달한다. 디앤비컴퍼니가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오직 대한제분 주식을 쥐고 받아 간 배당 수입이 더 큰 셈이다.

더욱이 영업손실을 낸 디앤비컴퍼니 직원 5명의 평균 연봉은 무려 3억 512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연간 25억 원의 견고한 흑자를 낸 종속기업 비티스 직원들의 평균 연봉(약 6840만 원)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결국 디앤비컴퍼니는 지주회사로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영위하기보다는, 오너 일가가 임원진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고액 급여와 통행세 성격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사금고’ 내지 ‘개인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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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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