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가스라이팅에 무너진 딸, 황혼육아로 번진 부모의
폭행과 가스라이팅으로 PTSD 증상을 보이는 딸과 손녀 육아로 갈등하는 35년 차 부부의 사연이 MBC '결혼 지옥'에서 공개됐다.
트라우마에 잠식된 딸의 이상 행동과 오은영의 진단
성실한 방사선사로 일하던 작은딸의 모습은 사라졌다. 서울로 떠난 지 1년 만에 갓난아이를 안고 친정을 찾은 딸은 부모조차 몰랐던 결혼 사실을 알리며 전남편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당시 딸은 동행한 남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더는 못 살겠다"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부모는 딸이 잠시 마음을 추스르러 내려온 것이라 오해해 다시 남편의 곁으로 돌려보냈다. 그 이면에는 전남편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폭언, 폭행이 있었다.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채 외부와 단절되어 살아야 했던 딸은 충분한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이혼 소송을 감당해야 했다. 전남편은 작은딸과 결혼하기 전 이미 다른 여성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방송에서 포착된 딸의 상태는 심각했다. 카메라를 향해 혼잣말을 하거나 대화 도중 맥락 없는 주제로 말을 돌리는 행동이 반복됐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오은영 박사는 이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해리 장애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트라우마가 극심하면 현실감이 흔들리고 기억 체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화 흐름이 급격히 변하는 양상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악화되는 '연상의 이완'과 '지리멸렬' 증상으로 분석됐다. 딸은 아이가 다가오거나 울음을 터뜨려도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딸은 "아기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계속 그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35년 차 부부의 갈등, 통금 1분 어기면 벌금 10만 원
딸의 비극은 부모의 삶으로 이어졌다. 35년 차 부부인 이른바 '헬리콥터 부부'는 현재 4살 손녀를 돌보는 황혼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남편은 34년간 군무원으로 근무한 뒤 정년퇴직해 2년째 차량 정비 일을 하고 있다. 집안 주도권은 아내에게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통금 시간을 정해두고, 1분이라도 늦으면 벌금 10만 원을 내게 했다. 환갑이 넘은 남편은 "친구들을 만나기가 겁난다. 60살 넘어서 마누라에게 꽉 잡혀 사냐는 소리를 듣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는 대학생 시절 딸과의 갈등을 언급하며, 딸이 여자라 더 엄격하게 통제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손녀 양육을 둘러싼 부부의 대립은 날 선 언쟁으로 번졌다. 아내는 주말마다 모임에 나가며 육아를 전담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육아는 모두 내 몫이다. 나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아내의 호소에 남편은 "그럼 당신이 돈을 벌어올래? 내가 육아를 다 하겠다"며 맞받아쳤다. 남편은 급기야 "당당 때문에 아이들이 집을 뛰쳐나간 것 아니냐"며 아내를 비난했다.
구조 요청이었던 딸의 귀가와 오은영의 조언
오은영 박사는 작은딸이 갓난아이를 안고 친정을 찾은 행위 자체를 '구조 요청'으로 정의했다. 당시 부모가 딸의 고통을 간과한 채 다시 남편에게 돌려보낸 점을 지적하며, "너 힘드니?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물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딸이 아이에게 무관심한 모습 역시 결혼 생활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직결된다는 진단이다. 현재 부모가 손녀를 대신 키우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양육자의 역할을 엄마인 작은딸에게 조금씩 돌려주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방송 말미, 딸은 부모에게 "부모님이 이렇게 힘드신 줄 몰랐다"며 진심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은 눈물을 흘렸다. 서로의 상처를 마주한 가족은 화해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방송 정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76회는 7월 13일 방송됐다.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밤 9시 MBC에서 방송된다. 차주 20일에는 아내의 죽음 이후 '배그 부부' 남편과 아이들의 근황을 다루는 '오은영 리포트-다시, 사랑 그후'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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