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읽은 한미 음악 시차…4.7년서 2.4년으로
서강대·KAIST·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진이 8월 11일 공개한 분석에서 빌보드 음원으로 학습한 AI가 멜론 차트 음악의 시대적 간격이 1960년대 4.7년에서 1990년대 2.4년으로 좁아진 패턴을 포착했다. 다만 자료는 2009년까지여서 오늘날 K팝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서강대·한국과학기술원(KAIST)·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진이 8월 11일 공개한 연구에서, 미국 빌보드 차트 음원으로 시대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한국 멜론 차트 음원을 분석하자 1960년대에는 실제 차트 진입 시점보다 4.7년 앞선 미국 음악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격차는 1990년대 2.4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논문은 2026년 국제음악정보검색학회(ISMIR) 채택 논문 목록에도 올랐다.

노래의 ‘나이’를 맞혀 차트 사이 거리를 쟀다
연구진이 묻고자 한 것은 한국 노래가 미국 노래를 얼마나 닮았느냐가 아니다. 특정 시기 한국 차트 음원의 음향적 특징이 미국 차트의 어느 시기와 가까운지를 같은 시간축 위에서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진은 이를 ‘시대 오프셋’이라고 불렀다. 예컨대 1975년에 멜론 차트에 진입한 곡을 모델이 1970년의 빌보드 음악처럼 판단하면 오프셋은 마이너스 5년이 된다.
학습 자료는 1958년부터 2024년 3월까지 빌보드 핫100에 처음 진입한 3만1092개 곡이다. 이 가운데 음원을 확보한 2만2002곡을 사용했다. 한국 쪽은 1964년부터 2009년까지 멜론의 역대 차트에서 약 2200곡의 음원을 수집했다. 2010년 이후는 K팝의 세계화로 음악 흐름이 양방향이 됐기 때문에, 연구진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향한 역사적 확산을 비교하려고 분석 범위를 2009년까지로 제한했다.
가수의 목소리를 시대 특징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같은 가수와 협업 관계에 있는 음악가들을 학습·검증·시험 자료에 나눠 담지 않는 방식도 적용했다. 또 사전 학습된 음악 AI에는 한국 음악이 이미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연구진은 서로 다른 구조의 합성곱신경망 여섯 개를 처음부터 학습했다. 각 모델을 세 번씩 돌려 모두 18차례 결과를 비교했다.

| 차트 진입 연대 | 시대 오프셋 | 실행 간 표준편차 |
|---|---|---|
| 1960년대 | -4.7년 | 0.6년 |
| 1970년대 | -4.5년 | 0.7년 |
| 1980년대 | -4.1년 | 0.8년 |
| 1990년대 | -2.4년 | 0.8년 |
| 2000년대 | -2.7년 | 1.4년 |
1990년대에 격차 절반…2000년대는 한 흐름 아니었다
분석 결과 1960년대 멜론 곡의 시대 오프셋은 -4.7년이었다. 1970년대 -4.5년, 1980년대 -4.1년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 -2.4년으로 크게 좁아졌다. 2000년대에는 -2.7년이었다. 같은 모델을 빌보드 시험 음원에 적용했을 때 연대별 중앙값 오차가 0.2년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한국 음원에 나타난 과거 방향의 편향이 단순한 모델의 시계 오차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2000년대 결과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빅뱅·2NE1·에픽하이처럼 실제 진입 연대와 비슷하게 판정된 곡이 있는 반면, SG워너비·브라운아이즈·휘성의 발라드와 리듬앤드블루스 계열 곡은 약 4년 앞선 시대로 분류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한 시대 안에서도 제작 방식과 장르에 따라 동기화 속도가 달랐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2000년대 수치의 실행 간 표준편차가 1.4년으로 다섯 연대 가운데 가장 컸다는 점도 이런 혼재를 뒷받침한다.
개별 음악가를 보면 전환점이 더 뚜렷하다. 모델은 최희준의 1964~1969년 곡을 평균 6.1년, 산울림의 1978~1988년 곡을 5.2년 앞선 시대로 판단했다. 반면 서태지의 1992~2003년 곡은 실제보다 2.8년 뒤의 미국 음악과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고, 18차례 실행 가운데 15차례에서 플러스 값을 기록했다. 빅뱅의 2007~2009년 곡은 -0.1년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영향의 증명’ 아닌 음향적 정렬의 지표
이 숫자를 미국 음악을 뒤늦게 모방한 기간으로 읽으면 연구 범위를 넘어선다. 논문은 시대 오프셋이 두 차트의 음향 특징이 같은 시간축에서 얼마나 정렬됐는지를 보여줄 뿐, 직접적인 영향이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료는 한국전쟁 이후 미8군 무대가 재즈·로큰롤 등 미국 대중음악 문법을 접하는 주요 통로였다고 설명한다. 이후 1990년대 방송 중심 시장의 변화와 기획사 시스템의 성장이 이어졌다는 역사적 서술과 이번 수치의 변곡점이 맞물리지만, 그것만으로 특정 인물이나 제도가 격차 축소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업적으로 주목할 대목은 ‘유행을 따라가는 속도’보다 제작 생태계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이후 전체 격차는 줄었지만 2000년대에도 동시대형 제작과 과거 지향형 제작이 함께 존재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기획사라면 해외 차트 진입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음색·편곡·녹음 기술이 어떤 시간 감각을 만드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로컬한 미감이나 복고적 제작법은 오프셋이 크더라도 경쟁력 부족과 같은 뜻이 아니다. 모델이 재는 것은 시장 성과가 아니라 음향적 시대 유사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K팝을 설명하는 수치로 쓰면 안 돼
연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멜론 자료는 2009년에 끝나므로 방탄소년단·블랙핑크 이후 세계 시장에서 확산한 2010년대와 2020년대 K팝을 직접 측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격차가 사라졌다’는 결론을 이 연구에서 끌어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연구진은 2010년대 이후에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흐름이 양방향이 돼 같은 틀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봤다.
모델은 작곡 스타일과 녹음 기술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한다. 테이프 잡음, 압축, 마스터링도 화성이나 악기 구성처럼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30초 단위 음원 조각을 사용했기 때문에 곡 전체의 형식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유튜브에서 제목과 가수를 맞춰 확보한 음원 중 일부가 원본 녹음이 아닐 가능성도 남는다. 개별 곡의 예측 연도는 조각마다 흔들려, 평균 표준편차가 빌보드 3.3년, 멜론 6.0년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원본과 리마스터 음원 243쌍을 따로 시험했다. 예측이 달라진 경우 앞선 시기와 뒤의 시기로 이동한 비율이 거의 균형을 이뤘고, 음원 매칭이 가장 정확한 상위 80%만 남겨도 어느 연대의 중앙값도 0.5년 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구 결과는 개별 곡의 정확한 연대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여러 곡을 묶었을 때 나타나는 장기적 패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연구는 K팝 세계화의 출발점을 음원 자체에서 계량화하려는 시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동시에 2009년에서 멈춘 그래프는 다음 질문을 남긴다. 한국 음악이 미국의 시간축에 가까워진 뒤, 2010년대부터는 어느 쪽이 누구의 시간을 앞당겼는가. 후속 연구가 양방향 흐름을 분리해 측정할 수 있다면 K팝의 세계 시장 영향력을 차트 순위와 매출 이외의 방식으로 읽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 Measuring Cross-Cultural Style Diffusion Through Era Classification: US and Korean Popular Music — arXiv, 2026년 8월 11일
- Accepted Papers | ISMIR 2026 | Abu Dhabi, UAE — ISMIR 2026
- 버터와 아메리칸 파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한미 양국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공감』 Vol.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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