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동수급체 선급금반환 분쟁,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공공공사에서 공동수급체는 발주자와의 관계에서 하나의 계약상대자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공동수급체 구성원은 공사 이행과 관련해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공공공사에서 공동수급체는 발주자와의 관계에서 하나의 계약상대자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공동수급체 구성원은 공사 이행과 관련해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대책임이 선급금 반환채무까지 포함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법원 2002다68362 판결은 공동수급체의 계약상 연대책임과 선급금 반환의무의 범위를 구분해 판단한 대표적인 사례다.
공동수급체는 통상 공동이행방식으로 공사에 참여하며, 공동수급표준협정서와 계약조건에는 구성원들이 계약상 의무 이행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도 이러한 조항을 근거로 발주자가 공동수급체 전원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법원은 연대책임의 범위를 공사의 시공 의무와 하자담보책임, 지체상금 등 계약 이행에 관한 책임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선급금 반환과 같은 금전채무는 별도의 계약 구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2002다68362 사건에서도 발주자는 공동수급체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을 지급한 뒤 계약이 해제·해지되자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에게 선급금 반환을 요구했다. 발주자는 공동수급협정서의 연대책임 조항을 근거로 모든 구성원이 선급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에서는 선급금 반환과 관련해 이미 보증보험증권과 지급보증서 등 별도의 담보가 제공돼 있었고, 도급계약이나 공동수급협정서에도 다른 구성원의 선급금 반환의무까지 연대해 부담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계약 구조를 고려해 계약이행 연대책임만으로 다른 구성원에게 선급금 반환책임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선급금 반환채무의 법적 성격도 명확히 구분했다. 선급금은 공사 수행을 위한 자금 지원 또는 공사대금의 선지급 성격을 가지며, 반환채무는 계약 해제·해지나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금전채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 자체의 이행과 관련된 연대책임과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선급금 반환에 대해서는 별도의 담보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선급금은 보증보험이나 지급보증을 통해 담보되므로, 책임 범위 역시 선급금을 실제 수령하고 이에 대한 보증을 제공한 수급인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계약 구조에 부합한다.
판결은 보증관계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다. 동일한 선급금 반환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복수의 보증계약이나 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다른 보험자의 존재만으로 특정 보증인의 책임이 당연히 제한되거나 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각 보증인의 책임은 개별 계약 내용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급금과 기성 공사대금의 관계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계약이 해제되거나 해지돼 선급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는 미지급 기성 공사대금이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선급금에 당연히 충당된다고 판단했다. 발주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성 공사대금이 우선 선급금 반환액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당연충당 법리가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반대로 수급인이 발주자를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미정산 선급금이 남아 있더라도 자동으로 상계되는 것은 아니며, 상계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청구 주체와 법률관계에 따라 선급금과 공사대금의 관계를 달리 해석한 것이다.
이 판결은 공동수급체의 외부관계와 내부관계를 구분해 이해할 필요성도 보여준다. 발주자와의 관계에서는 공동수급체가 하나의 계약상대자로서 시공 의무에 관한 연대책임을 부담하지만, 선급금 반환과 같은 금전채무는 실제 선급금 수령 여부와 보증 제공 여부 등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동수급체 내부에서도 선급금의 수령과 사용, 정산 방식에 관한 약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선급금을 수령한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의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협정서 단계에서 내부적인 비용 분담과 정산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이후 대법원 판례도 이러한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동수급체 구성원별로 공사대금과 선급금을 각각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며, 일부 구성원의 선급금 반환채무를 다른 구성원의 공사대금으로 임의 충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이 판결은 발주자와 건설업체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발주자는 공동수급협정서와 계약조건을 작성할 때 계약이행 연대책임과 선급금 반환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건설업체 역시 공동수급체 구성 단계에서 선급금 수령과 사용, 반환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해 향후 분쟁 가능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결국 대법원 2002다68362 판결은 공동수급체의 연대책임이 모든 계약상 채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
특히 선급금 반환채무는 계약 문언과 담보 구조, 보증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공공사와 건설계약 실무에서 참고할 만한 판결로 평가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최승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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