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2 (월)
그린산업

태양광 설치 13% 늘어도 수입은 89% 급증…공급망의 엇갈린 신호

한국수출입은행의 2026년 상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을 토대로 국내 설치 확대와 셀·모듈 수입 급증이 동시에 나타난 배경을 분석하고, 국산화율 대신 단계별 국내가치와 공장 가동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과제를 짚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6월 16일 공개한 ‘2026년 상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은 국내 시장이 커지더라도 국내 제조업의 매출과 투자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국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을 3.5GW(기가와트)로 전망했다. 지난해 3.1GW보다 약 12.9% 늘어나는 규모다. 그러나 올해 1~4월 태양전지·모듈 수입액은 2억4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반면 수출액은 3240만달러에 그쳤다. 설치 확대와 공급망 강화가 서로 다른 과제가 됐다는 뜻이다.

프랑스 니에브로의 지상형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프랑스 니에브로의 지상형 태양광 발전소. 국내 태양광 산업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Benoît Prieur / 위키미디어 공용(CC0 1.0)

설치는 13% 늘지만 수입 증가 속도는 더 가팔랐다

수출입은행 전망치를 단순 계산하면 국내 신규 설치량은 1년 사이 0.4GW, 12.9% 증가한다. 같은 보고서의 올해 1~4월 무역 수치를 비교하면 수입액은 수출액의 약 6.3배다. 수입액에서 수출액을 뺀 차이는 1억7160만달러다. 이 차이를 곧바로 산업 전체의 무역적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보고서가 집계한 태양전지와 모듈의 품목 범위, 기업의 해외 생산과 국내 반입, 프로젝트별 구매 시점에 따라 월별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수 설치 증가가 국산 셀·모듈 생산 증가와 자동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호로는 충분하다.

2025년과 2026년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량 전망 비교
2025년과 2026년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량 전망 비교
태양광 시장·무역 주요 지표
지표기준 시점수치
세계 신규 설치량2025년655GW
세계 시장 전망2026년640GW
국내 신규 설치량2025년 / 2026년 전망3.1GW / 3.5GW
태양전지·모듈 수출2026년 1~4월324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
태양전지·모듈 수입2026년 1~4월2억40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

세계 시장은 한숨 고르기…가격 신호도 엇갈렸다

보고서는 2025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전년보다 10.6% 늘어난 655GW였지만, 2026년에는 640GW로 소폭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는 구간을 반영한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 760GW까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 둔화와 중장기 성장을 동시에 봐야 하는 시장이다.

원재료와 완제품 가격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2026년 4월 폴리실리콘 가격은 킬로그램당 5.9달러로 연초보다 28% 하락했지만, 모듈 가격은 연초보다 올랐다. 원재료 값이 내려가면 완제품도 곧바로 싸질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무역 규제, 생산 감축, 재고, 지역별 공급망 비용이 모듈 가격에 함께 반영될 수 있어 국내 사업자는 원재료 가격만으로 조달 시점을 판단하기 어렵다.

세계 시장 전망치 640GW는 지난해 실적 655GW보다 약 2.3% 적다. 설비 제조업체에는 판매량보다 지역별 정책과 공장 위치가 더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면 기업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내 생산·고용이나 국내 무역통계에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업의 해외 경쟁력’과 ‘국내 공급망의 회복’을 별도로 측정해야 하는 이유다.

국산 모듈 비중 30.7%…보급 목표만으로는 공급망 못 살린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인용한 8월 31일 쿠키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시장의 국산 모듈 비중은 2019년 78.4%에서 2023년 70.9%, 2025년 30.7%로 낮아졌다. 국산 셀 점유율도 2021년 35.1%에서 2025년 3.9%로 떨어졌다. 반대로 지난해 중국산 모듈과 셀 비중은 각각 69.3%, 96.1%로 집계됐다. 보급량이 늘어도 국내 제조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치로 드러난다.

다만 ‘국산’ 판정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셀의 원산지, 웨이퍼·폴리실리콘의 조달처, 모듈 조립 장소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완제품 인증과 부품 원산지 표시 기준도 동일하지 않다. 국내 조립 제품을 공급망 자립으로 간주할지, 핵심 소재와 셀까지 국내 생산한 제품만 따로 볼지에 따라 국산화율은 달라진다. 정책 목표를 세울 때 단일 비율 대신 소재·웨이퍼·셀·모듈 단계별 생산능력과 실제 가동률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수입을 막는 것보다 ‘검증 가능한 국내가치’가 우선

수출입은행 보고서는 국내 시장 확대가 국내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국산 제품 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단순한 수입 제한은 설치비를 높이고 보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효율·내구성·탄소발자국·재활용성·사후관리 같은 성능 기준과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 더 정교하다. 입찰 단계에서 가격만 비교하지 않고 장기 발전량, 고장률, 공급망 위험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저가 제품과 고품질 제품을 같은 잣대에서 비교할 수 있다.

국내생산세액공제도 설계가 관건이다. 세금을 낼 이익이 없는 초기 투자기업은 일반 세액공제의 혜택을 당장 쓰기 어렵다. 환급·양도 가능 여부, 지원 대상 공정, 국내가치 산정 방식이 명확해야 기업이 공장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생산능력뿐 아니라 가동률, 고용, 연구개발, 재활용 체계와 같은 성과를 공개하도록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다.

향후 정책 평가표에는 최소 네 가지가 함께 올라야 한다. 연간 신규 설치량, 국산 셀·모듈의 실제 출하량, 단계별 국내 부가가치, 발전단가와 장기 발전성능이다. 설치량만 늘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거나, 국산 비중만 높이려다 발전비용이 급등하는 두 극단을 모두 피해야 한다. 올해 3.5GW 전망은 보급 확대의 숫자다. 이 숫자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졌는지는 연말의 설치량이 아니라 국내 공장의 가동률과 공급망 부가가치로 확인해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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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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