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폐패널 회수 규제특례 30일 마감…실증비 최대 1.2억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 핵심광물 회수 기술을 시험할 사업자를 10월 30일까지 모집한다. 승인 기업에는 실증비 최대 1억2000만원과 보험료 최대 2000만원이 지원되지만, 상용화까지는 원료 확보·회수품질·경제성 검증과 후속 법령 정비가 남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폐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기획형 순환경제 규제특례’ 사업자를 이달 30일까지 모집한다. 모집은 지난 9월 16일 시작됐으며, 선정된 기업은 원칙적으로 2년 동안 제한된 조건에서 기술을 실증할 수 있다. 정부는 과제당 실증사업비를 최대 1억2000만원, 책임보험료를 최대 2000만원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먼저 제시한 세 가지 실증 과제
이번 공모는 기업이 자유롭게 과제를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산업 현장의 규제 공백을 골라 사업자를 찾는 ‘기획형’ 방식이다. 과제는 반도체 공정 부산물의 순환자원 관리기준 마련,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의 핵심광물 회수,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 공급원 다각화 등 세 가지다. 신청은 환경기술산업 원스톱 서비스에서 받는다.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사용 후 실리콘과 금속 타깃에는 규소·구리·티타늄 등이 남지만 국내 회수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실증에서는 폐기물 규제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풀고 재활용 공정의 유해성과 경제성을 확인한다. 결과가 기준을 충족하면 용도와 품질 등 관리기준을 마련해 순환자원 지정·고시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폐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 과제도 구조는 같다. 회수 신기술이 있어도 현행 재활용 기준을 그대로 지키기 어렵거나 별도 기준이 없어 사업화가 막힌 기업에 시험 기회를 준다. SAF 과제는 음식물류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 용도가 제한된 튀김부스러기의 수거·이력관리와 유분 회수 가능성을 검증한 뒤 폐기물 분류번호와 재활용 유형 신설을 검토한다.

| 과제 | 대상 자원 | 실증에서 확인할 내용 |
|---|---|---|
| 반도체 부산물 | 규소·구리·티타늄 등 | 유해성·경제성·순환자원 관리기준 |
| 폐배터리·폐패널 | 리튬·니켈·코발트·실리콘·은 등 | 회수기술과 현행 기준의 적합성 |
| SAF 원료 | 튀김부스러기에서 회수한 유분 | 수거·이력관리·유분 회수 가능성 |
특례는 허가가 아니라 ‘조건부 시험’
규제특례는 법령이 모호하거나 현행 기준상 사업화가 어려운 기술을 기간·장소·규모를 제한해 시험하도록 허용하는 장치다. 2024년 1월 순환경제 분야에 도입된 뒤 태양광 폐패널 현장 재활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기준 마련 등을 포함해 63건이 특례를 받았다. 이번 공모도 사전검토위원회와 심의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신청이 곧 선정이나 상용화 허가를 뜻하지 않는다.
승인 사업자는 2년 안에 실증을 마쳐야 하고 필요하면 한 차례,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는 선정할 기업 수, 과제별 예산 배분, 심의 완료 목표일, 실증 뒤 법령 정비 시점이 제시되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 1억2000만원이 기술 검증의 마중물이 될 수 있지만 설비 구축비와 장기 운영비, 원료 확보비까지 보전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 245억원과 규제실증은 역할 달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국고 245억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재활용 기술개발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저에너지 고속 전처리, 친환경 자원화, 이동식 재활용과 해외 실증이 주요 내용이다. 연구개발 사업이 공정과 장비의 성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면, 규제특례는 개발된 기술을 실제 폐기물 흐름에 적용할 때 어떤 안전·품질 기준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단계다.
두 제도가 연결되지 않으면 ‘기술은 개발됐지만 처리 기준이 없어 못 쓰는’ 공백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실증을 서둘러 유해물질 관리나 회수품질 기준을 낮추면 저품질 순환원료가 쌓일 수 있다. 과제 선정 때 회수율 한 가지가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 배출물, 회수물 순도, 잔재물 처리비, 반복 공정의 안정성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세계 시장은 커지지만 초반 원료 부족이 변수
기술 발전은 회수 가능한 물질의 범위도 넓히고 있다. 로이터의 10월 2일 에너지전환 칼럼은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기관의 레이저 공정이 폐패널에서 순도 99.998% 실리콘과 99.7% 은을 약 97% 수율로 회수했다고 소개했다. 같은 글이 인용한 리스타드에너지 추정으로는 세계 폐패널 재활용 가능 물질의 가치는 현재 약 20억달러에서 2050년 약 80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는 특정 기술 실증과 시장 전망으로, 국내 공정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수치는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국가 기후공약이 이행되는 시나리오에서 재활용 에너지전환 광물의 시장가치가 2050년 2000억달러로 현재보다 다섯 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활용 확대는 2050년 신규 광산 개발 필요량을 구리·코발트에서 40%, 리튬·니켈에서 25%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켈·코발트·리튬의 재활용 원료는 채굴 원료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평균 80% 적다는 평가도 내놨다.
다만 설비를 먼저 지으면 바로 수익이 나는 시장은 아니다. IEA는 발표된 모든 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가동될 경우 2030년 세계 처리능력이 실제 투입 가능한 폐배터리 원료의 일곱 배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이후 전기차 배터리 폐기가 늘면서 2040년에는 반대로 원료량이 발표된 처리능력을 60%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기에는 원료 확보 경쟁, 중장기에는 처리능력 부족이 각각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 화학조성 변화도 경제성을 흔든다. IEA에 따르면 재료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2023년 전기차 배터리의 약 40%를 차지했다. 회수율이 높아도 판매 가능한 금속가치가 처리비보다 낮으면 사업은 지속되기 어렵다. 국내 실증도 ‘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하다’는 결론을 넘어 원료 장기계약, 물류비, 회수물 구매처까지 포함한 수익구조를 검증해야 한다.
30일 마감 뒤 봐야 할 네 가지
공모 이후에는 과제별 신청 기업 수, 승인 건수와 조건, 안전성·경제성 평가 지표, 실증 결과의 법령 반영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폐배터리와 폐패널은 보관·운송·해체 단계의 안전관리와 회수 뒤 순환원료의 품질기준을 분리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고 없이 처리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수물의 산업 원료 품질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획형 규제특례는 미래 폐자원을 국내 공급망으로 끌어들이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최대 1억2000만원의 실증 지원과 최장 4년의 시험기간만으로 상용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실증 데이터가 공통 기준으로 축적되고, 후속 규정과 구매시장이 연결될 때 폐배터리와 폐패널은 비로소 ‘처리 대상’에서 ‘광물 공급원’으로 바뀔 수 있다.
참고 자료
- 미래폐자원 내 핵심광물 확보, 기획형 규제특례로 지원한다 — 기후에너지환경부(2026년 9월 15일)
-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 미래순환자원기술개발: 태양광 패널 재활용 기술개발사업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 Executive summary - Recycling of Critical Minerals — 국제에너지기구
- The energy transition is starting to feed itself — Reuters(2026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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