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녹색전환…전력 사용 공개는 빠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21일 서울에서 제8회 지속가능기업혁신포럼을 열고 AI 활용 녹색전환 전략을 논의한다. 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늘 것으로 봤다. AI가 줄인 환경 부담과 AI 자체의 전력·물·배출을 함께 공개하는 공통 지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제8회 지속가능기업혁신포럼’을 연다. 정부와 산업계는 인공지능 전환(AX)을 녹색전환(GX)의 실행 도구로 삼는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하루 앞서 공개된 행사 자료에는 AI가 소비하는 전력과 물, 그에 따른 배출량을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공개할지에 대한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AI가 돕는 녹색전환, 제조·에너지·제품 설계까지
기후부가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포럼 주제는 ‘인공지능전환(AX) 지능으로 완성하는 녹색전환(GX) 가치’다. 2019년 시작된 포럼의 여덟 번째 행사로, 기업과 기관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경영, 한국형 녹색전환(K-GX) 전략, 산업 현장의 AI 활용 사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논의 범위는 넓다. 아연 제련업의 환경·사회·투명경영 혁신과 자원 자립 로드맵, 녹색전환을 뒷받침할 법·제도 기반, AI를 활용한 제조·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제품 설계 사례가 발표된다. 정부는 산업계의 녹색전환에 정책과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개된 의제만 보면 AI는 공정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해결 도구’로 배치돼 있다.
이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센서와 예측 모델로 설비 이상을 미리 찾으면 불필요한 정지와 원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전력 수요를 시간대별로 예측하면 재생에너지 공급과 공장 가동을 더 정교하게 맞출 수 있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 재료 사용량과 수명 주기 영향을 비교하는 일도 빨라진다. 그러나 절감 효과를 주장하려면 기준선, 적용 범위, 계산 방법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 도입 전후의 차이를 독자가 검증하기 어렵다.
IEA “데이터센터 전력, 5년 뒤 약 두 배”
AI의 환경 비용은 이미 별도 관리가 필요한 규모로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4일 공개한 ‘Powering Artificial Intelligence’는 34개 관할 지역을 조사했다. 이들 지역은 세계 데이터센터 설비 용량의 90%를 차지한다. IEA는 데이터센터 확장이 지역 전력망의 수용력과 전기요금,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IEA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늘어난다. 5년 만에 거의 두 배이며, 2030년에는 세계 전력 소비의 약 3%에 해당한다. 2025년 한 해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7% 증가했고,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늘었다.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세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 지표 | 2025년 | 2030년 전망 |
|---|---|---|
|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 485TWh | 약 950TWh |
| 세계 전력 소비 중 비중 | 미제시 | 약 3% |
| AI 중심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 기준연도 | 2025년의 약 3배 |
전력 수요가 늘어도 전력 공급이 동시에 탈탄소화되면 배출 증가 폭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석탄·가스 발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나 송전망이 막힌 지역에서는 같은 AI 연산이라도 환경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서버 효율 하나만으로 ‘녹색 AI’를 판정하기 어렵다. 전력 조달 방식과 시간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의 전원 구성을 함께 봐야 한다.
절감 효과와 AI 발자국을 한 장부에
핵심은 AI로 줄인 환경 부담과 AI를 돌리느라 늘어난 환경 부담을 같은 장부에 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공장의 연간 전력 사용을 1만MWh 줄였다고 발표하면서 모델 학습과 추론, 데이터 저장에 들어간 전력을 빼면 순효과는 과장될 수 있다. 반대로 도입 초기 전력 사용만 보고 설비 고장 예방과 폐기물 감소 같은 장기 효과를 제외해도 결론이 왜곡된다.
기업이 우선 공개할 수 있는 최소 지표는 다섯 가지다. 첫째, 사업장과 데이터센터의 총전력 사용량을 메가와트시(MWh)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비중과 시간대별 조달 방식이 필요하다. 셋째, 데이터센터 전력효율지수(PUE)와 냉각에 쓴 물의 양을 밝혀야 한다. 넷째, 모델 학습·추론 등 작업별 전력 사용량을 동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AI 도입으로 피했다고 계산한 배출량은 기준선과 산식, 제3자 검증 여부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는 이번 포럼이 공식 채택한 의무 기준이 아니라 공개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 제안이다. 행사 자료에는 AI 활용 사례와 정책·재정 지원 방향은 담겼지만, 지원받은 사업이 어떤 환경성과 지표를 공개해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지원 조건에 공통 측정 항목을 붙이면 기업별 성과를 비교하고, 효과가 큰 기술에 후속 투자를 집중하기 쉬워진다.
산업정책의 질문도 ‘도입 여부’에서 ‘순효과’로
AI와 녹색전환을 결합하는 산업정책은 이제 ‘AI를 도입했는가’보다 ‘AI 도입 뒤 에너지와 자원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절감률이 높아도 생산량이 늘면 총사용량은 증가할 수 있다. 효율 향상이 비용을 낮춰 사용량을 다시 늘리는 반동 효과도 점검 대상이다. 성과 평가는 단위 제품당 효율과 사업장 전체 사용량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말한 한국형 녹색전환이 경쟁력 전략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비교 가능한 최소 공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총전력과 물 사용량, 재생에너지 조달, 배출 산정 범위처럼 투자자와 지역사회가 확인해야 할 항목은 공통 양식으로 만들 수 있다. 세부 모델 구조나 생산 공정 노하우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
이번 포럼은 제조업과 에너지, 제품 설계를 한자리에서 연결한다는 점에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AI가 녹색전환에 기여했다는 선언을 측정 가능한 수치로 바꾸는 일이다. AI가 환경 문제의 해법이 되려면, AI 자체의 전력·물·배출 발자국도 같은 잣대로 공개돼야 한다.
참고자료
- 기후부-산업계, 인공지능 시대 녹색 경쟁력 함께 만든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10월 20일
- Powering Artificial Intelligence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6년 10월 14일
- Executive summary - Key Questions on Energy and AI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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