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피터슨, 27년 만에 제자들과 한국 왔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마크 피터슨 교수 편이 전한 한국학과 제자들의 재회.
한국학자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대 명예교수가 27년 전 제자들과 다시 한국을 찾았다. 18일 방송된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433회는 여행 예능의 익숙한 틀 안에 한 학자의 오래된 공부와 제자들의 재회를 함께 담았다. 공항의 놀라움이나 여행지의 반응만 따라가는 회차가 아니었다. 1999년 썸머스쿨로 한국을 처음 만났던 제자들이 2026년에 다시 같은 스승과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이번 방송은 한국을 밖에서 바라본 시간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27년 전 수업이 다시 여행이 됐다
피터슨 교수는 1965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한국 역사와 문화를 60년 넘게 연구해 온 미국 한국학자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지역 연구 석사와 동아시아 언어·문명 박사 학위를 받았고, 브리검영대에서 아시아학 프로그램과 한국 관련 교육 활동을 이끌었다. 은퇴 뒤에도 한국사를 쉽게 설명하는 강연과 영상 활동을 이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출연은 단순한 ‘외국인의 한국 여행’보다 한 단계 깊은 맥락을 가진다.
방송의 힘은 오히려 거창한 설명보다 사람 사이의 시간에서 나왔다. 1999년 여름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제자들이 다시 스승과 마주 앉고, 달라진 한국의 공기와 풍경을 확인하는 장면은 여행 예능이 자주 놓치는 축을 건드렸다. 한국은 더 커졌고, 제자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그들이 처음 한국을 배웠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정은 관광지가 아니라 수업의 연장처럼 보였다.
미국 교과서 2쪽을 바꾼 긴 설득
가장 눈에 띈 대목은 미국 교과서 속 한국사 분량을 늘리기 위해 이어 온 작업이었다. 1994년 미국 교과서 82종의 한국사 대목을 살피는 과정에서 문제는 오류만이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을 다루는 지면이 지나치게 적었고, 피터슨 교수는 “중국은 30쪽, 일본은 20쪽인데 한국은 2쪽이 전부였다”고 돌아봤다. 그 뒤 교과서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현장을 보여주는 세미나를 해마다 두 차례 열었고, 26년 동안 52번의 만남이 이어졌다. 처음 2쪽에 그쳤던 한국사 분량은 17쪽에서 27쪽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예능 속 미담으로만 소비하기 아깝다. K팝과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먼저 눈에 띄었지만, 그 바깥에는 한국을 설명하는 언어를 오래 만들어 온 사람들이 있었다. 피터슨 교수의 활동은 바로 그 기반에 가깝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왜 오해받았고 무엇을 더 정확히 알려야 하는지 계속 물어 온 태도다.
‘한국병’이라는 말이 가볍지 않은 이유
피터슨 교수는 예고와 방송에서 스스로를 두고 “나는 한국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또 1965년 처음 본 한국을 떠올리며 “그때 한국은 가난했지만 한국인들은 가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말은 낭만적인 회고로만 들리지 않는다. 한 나라를 오래 공부한 사람이 기억하는 첫인상이고, 그 뒤 수십 년 동안 교실과 강연장, 교과서 논의 속에서 반복해 확인한 결론에 가깝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이번 회차에서 얻은 성과도 여기에 있다. 낯선 음식을 먹고 놀라는 장면보다, 누군가가 한국을 오래 배웠고 다시 제자들과 돌아왔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남는다. 다음 체크포인트는 이들의 한국 여행이 어디를 지나느냐보다, 피터슨 교수가 말해 온 한국사의 관점이 시청자에게 얼마나 쉽게 전달되느냐다. 이번 회차는 그 출발점을 분명히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