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 콩쿠르 결선 한국서 첫 개최, 20명
벨기에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이 7월 이천에서 열린다. 2028년부터는 벨기에와 한국이 격년 공동 개최 체제를 구축한다.
벨기에 이자이 콩쿠르, 아시아 거점으로 한국 낙점
벨기에의 권위 있는 바이올린 경연 대회인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결선 무대를 연다. 개최지는 한국이다. 오는 7월 10일부터 11일까지 경기 이천시 이천아트홀에서 이번 대회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결선이 치러진다.
2018년 벨기에 리에주에서 외젠 이자이(1858~1931)의 음악 정신을 잇기 위해 창설된 이 콩쿠르는 그동안 벨기에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올해 처음으로 결선 개최지를 한국으로 정하며 아시아를 새로운 음악적 거점으로 삼았다.
엘레나 라브레노프 콩쿠르 총감독 겸 설립자는 이번 결선 개최 배경에 대해 “젊은 인재들이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커리어를 쌓아나갈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며 “아시아 연주자들이 다수 참여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남카라 한국국제예술학교 교장을 처음 만난 뒤 교육과 음악을 바라보는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라브레노프 총감독은 “한국에서도 우리가 꿈꿨던 교육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3개국에서 121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벨기에에서 진행된 예선과 준결선을 통과해 살아남은 파이널리스트는 주니어 8명, 시니어 12명 등 총 20명이다. 한국인 연주자 중에서는 주니어 부문 이세나, 시니어 부문 김아인과 임해원이 결선 무대에 올라 최종 우승을 다툰다. 지난 2021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의 뒤를 잇는 한국 연주자들의 무대가 이어진다.
“기술보다 음악적 해석이 우선”, 변화하는 심사 방식
올해 결선은 심사 방식에서 큰 변화를 줬다. 기존 리사이틀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시니어 부문에 오케스트라 협연 라운드를 전격 도입했다. 참가자들은 실제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협연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결선에서는 조정현 지휘자가 이끄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연을 맡는다.
결선 진출자들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비롯해 베토벤, 브람스, 시벨리우스,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등 거장들의 협주곡 무대를 선보인다. 남카라 한국국제예술학교 교장 겸 총괄 디렉터는 “음악성과 협연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은 화려한 손가락 기술보다 곡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스테판 재키브 심사위원은 “작곡가가 악보에 써놓은 비전을 연주자가 어떻게 현실로 구현해 내는지, 연주자로서 개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 등 두 가지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남카라 총괄 디렉터 역시 “이자이의 작품은 화려한 기교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는 음악”이라며 기술보다 예술적 성숙도를 중시하는 대회 철학을 강조했다.
심사위원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클리블랜드 음악원 총장을 역임한 조엘 스밀노프 심사위원장은 7일 서울 서초구 로데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연주가들의 열정과 근면성은 수많은 학생과 교육자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젠 서양이 동양에서 배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 클래식 음악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2028년부터 한국과 벨기에 격년 공동 개최 체제 구축
이번 한국 개최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는 2026년과 2027년에도 한국에서 결선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후 2028년부터는 벨기에와 한국이 결선을 격년으로 번갈아 여는 ‘국제 공동 운영 체제’를 구축한다. 주최 측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젊은 음악가들의 문화 교류를 넓히고, 한국과 벨기에가 클래식 음악의 공동 파트너로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조정현 한국국제예술학교 이사장은 “유럽의 권위 있는 콩쿠르 결선이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 음악사에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라며 “젊은 연주자들에게 더 큰 무대를 제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 본부와 한국국제예술학교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남카라 총괄 디렉터는 한국 유치를 추진한 배경으로 콩쿠르의 철학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벨기에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손가락이 빠르고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가 아닌, 음악을 얼마나 깊이 해석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점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들이 끝까지 토론하며 합의를 끌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라며 “이런 철학을 가진 이자이는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유치를 추진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