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홍광호의 베토벤, 고독을 뚫고 피어난 환희
뮤지컬 '베토벤'이 박효신, 홍광호의 열연과 함께 재구성된 서사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다.
천재의 위대함보다 한 인간의 상처에 집중한 무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베토벤'은 기존 위인전의 틀을 벗어났다. 이번 시즌은 청력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거장의 삶을 영웅적 업적 위주로 풀지 않는다. 대신 외로움과 결핍으로 흔들리던 한 인간의 내면을 정교하게 추적한다. 관객은 완벽한 천재가 아닌,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베토벤의 인간적인 모습에 몰입한다.
교향곡 9번 '합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창작의 기록이 아니다. 삶을 다시 붙들기 위한 처절한 여정이다. 극은 베토벤이 겪는 청력 상실의 위기를 인물의 심리를 뒤흔드는 핵심 사건으로 다룬다. 이러한 서사적 변화는 인물의 성장에 관객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만든다.
안토니와 카스파, 관계의 재정립이 가져온 서사의 확장
이번 프로덕션은 인물 간의 관계 설정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안토니 브렌타노와의 관계는 기존의 일방적인 감정선에서 벗어나, 서로의 상처를 비추며 함께 성장하는 예술적 동반자로 재구성됐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과정은 극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든다. 이들의 교감은 무대 위에서 설득력 있는 음악적 흐름으로 이어진다.
가족 서사도 무게감을 더했다. 동생 카스파 반 베토벤과의 갈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은 주인공의 내면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스스로를 고립시켜 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가족의 상실과 뒤늦은 깨달음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극 후반부의 핵심 드라마다. 고독했던 천재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여는 과정이 이번 시즌의 중심축이다.
실베스터 르베이의 선율과 박효신·홍광호의 가창력
음악적 완성도도 높였다. 베토벤의 원곡 선율에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색채를 입혀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구현했다. 새롭게 추가된 듀엣 넘버 'Forever True'는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넘버가 귓가에 맴돈다는 관객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박효신과 홍광호는 밀도 높은 연기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베토벤의 고뇌와 환희를 그려냈다. 이들의 연기는 노래를 넘어 인물의 심리 변화를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루드비히 역을 맡은 두 배우를 비롯해 토니 역의 윤공주, 김지현, 김지우 등 전체 캐스트의 균형 잡힌 호흡이 이번 시즌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몸짓으로 표현한 고통, 시청각을 자극하는 연출
안무와 무대 구성은 서사를 보완한다. 청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과 고통은 배우들의 몸짓을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된다. 정교한 조명과 미디어 연출,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는 대극장의 스케일을 활용해 압도적인 몰입감을 만든다. 앙상블의 정교한 움직임과 유려한 무대 전환 역시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요소다.
침묵 속에서 탄생한 '합창'의 울림처럼, 이번 공연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거장의 도약을 보여준다. 뮤지컬 '베토벤'은 2026년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티켓 가격은 VIP석 18만 원, R석 15만 원, S석 12만 원, A석 10만 원, B석 8만 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