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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혁신의 요람인가, 오만의 사유지인가… 디캠프, 박영훈 사태가 묻는 '공익'의 민낯

| 내외경제TV=정창규 편집국장 | 결국 도피를 택했다. 직원들의 피 끓는 호소와 내부 감사, 그리고 노동당국의 칼날이 다가오자 은행권청년창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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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혁신의 요람인가, 오만의 사유지인가… 디캠프, 박영훈 사태가 묻는 '공익'의 민낯

| 내외경제TV=정창규 편집국장 | 결국 도피를 택했다. 직원들의 피 끓는 호소와 내부 감사, 그리고 노동당국의 칼날이 다가오자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박영훈 대표는 징계 이사회를 목전에 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책임지는 자세’라 부를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징계라는 불명예를 피하고 알량한 체면을 건지기 위한 얄팍한 ‘꼬리 자르기’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개인의 비겁한 퇴장에만 시선을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설립 14년 만에 터져 나온 디캠프의 내홍, 사상 초유의 노동조합 결성, 그리고 끝없는 진흙탕 싸움은 단순히 자질이 부족한 리더 한 명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한국 창업 생태계와 금융권의 구조적 모순이 응축된 비극이기 때문이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철학, 리더의 윤리, 그리고 지배 구조의 책임이라는 세 가지 렌즈를 통해 이 사태를 냉철하게 해부해야 한다.

◆ 철학의 빈곤, '데스밸리' 외면한 자본의 체리피킹

디캠프는 19개 시중은행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공공재’다. 벤처캐피탈(VC)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외면하는 척박한 극초기 스타트업(Seed)에게 사무 공간을 내어주고 첫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 이른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함께 건너주는 것이 이 기관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대기업 임원 출신인 박 대표는 ‘디캠프 2.0’이라는 거창한 포장지 속에 철저한 ‘자본의 논리’를 숨겨 들여왔다. 기업가치 100억~300억 원에 달하는, 이미 자생력을 갖춘 기업들로 지원 대상을 상향한 것이다. 압권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향해 내뱉었다는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망언이다. 불확실성이라는 진흙 속에서 원석을 찾아내는 고단한 작업은 ‘쓰레기 줍기’로 폄하되었고, 재단은 안전하고 번듯한 기업만을 골라 담는 ‘체리피커(Cherry Picker)’로 전락했다. 수익을 좇으려거든 여의도나 테헤란로의 민간 벤처캐피탈로 갈 일이다. 사회공헌의 탈을 쓴 채 안정적인 실적만 취하려 한 것은 디캠프의 DNA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자기모순이다.

◆ 혁신의 배신, 낡은 제왕적 오만과 전근대적 폭력

가장 유연하고 수평적이어야 할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기괴한 촌극들이 연일 폭로되었다.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 특히 투자 방향 변경에 이의를 제기하는 간부들을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이라는 미명하에 숙청하려 한 정황은 얄팍한 인사권 남용의 전형이다.

그뿐인가. 1년 남짓한 기간에 16차례에 달하는 무리한 해외 출장, 규정에 없던 비서실 신설과 고급 차량 요구 등은 공익 재단을 자신의 전리품이자 사유지로 여긴 제왕적 오만의 극치다. 회의 석상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걸그룹 춤을 운운했다는 성희롱 의혹에 이르러서는 헛웃음마저 나온다. '혁신'을 지원한다는 조직의 수장이 가장 '구시대적'인 폭력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토록 낡은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미래를 향해 달리는 청년 창업가들의 멘토를 자처할 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지배 구조의 붕괴, 사회공헌 생색만 낸 은행권의 방관

독단적인 ‘디캠프 2.0’의 추진과 숱한 전횡이 이어지는 동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무엇을 했는가. 중대한 사업 방향 전환이 정식 안건도 아닌 ‘티타임’ 형식으로 승인되었다는 의혹은 디캠프의 지배 구조가 얼마나 허술하게 작동해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디캠프에 자금을 댄 은행연합회와 19개 금융기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완전히 독립된 별개 조직"이라며 선을 긋는 은행연합회의 태도는 무책임의 방증이다. 수천억 원의 사회적 자본을 출연해 놓고, 정작 그 자본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용되는지 감시하는 최소한의 책무마저 방기한 것이다. 박 대표 개인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한 것은 결국 은행권이 '사회공헌'이라는 생색만 낸 채, 실질적인 관리 감독은 손을 놓아버린 '방관적 지배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 면죄부 대신 엄중한 책임을, 그리고 다시 본연의 자리로

디캠프 이사회에 엄중히 촉구한다. 박영훈 대표의 얄팍한 사표를 덜컥 수리하여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예정된 징계 이사회를 통해 비위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고, 상처받은 60여 명의 직원들과 디캠프를 바라보는 수많은 창업가들에게 사죄하는 유일한 길이다.

디캠프 사태는 '어설픈 자본주의적 효율성'이 '공익'을 침범했을 때 어떤 파국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반면교사다. 디캠프는 다시 ‘데스밸리’의 거친 모래바람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흙투성이가 된 채 아이디어 하나로 밤을 지새우는 진짜 청년들 곁에 서야 한다. 그것이 은행권이 14년 전, 숱한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디캠프라는 이름의 둥지를 틀었던 단 하나의 숭고한 이유다.

정창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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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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