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 상승 지속…'현금 부자' 중심 시장 재편 우려
안경을 쓴 남성이 마이크 앞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대만에서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자산가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로 거래량 급감했지만,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영상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제7차 부동산 규제'를 시행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만 중앙은행은 은행권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대출 심사 강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축소, 투자용 대출 제한 등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규제는 다주택자의 주택 담보 대출 시 거치 기간(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기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주택자의 경우 5년 정도의 거치 기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다주택자는 대출 실행 직후부터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또한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LTV를 30% 수준으로 낮게 제한하는 등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이러한 규제의 영향으로 타이베이를 비롯한 대도시의 주택 거래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영상에서는 2025년 주택 거래 수가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주택담보대출 비중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인 34%까지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2015년 평당 약 2,400만 원(64만 6천 대만 달러) 수준이었던 주택 가격은 2025년 평당 약 3,300만 원(83만 9천 대만 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규제가 거래량은 잡았을지언정 가격 하락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현금 박치기' 늘어나는 시장, 정책 엇박자 논란도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현금 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과거 10~20% 수준이던 전액 현금 구매 비중은 최근 20~30%까지 증가했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대출 승인을 기다리는 번거로움 대신, 현금 구매자에게 4~5%가량 가격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빠른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출이 어려운 서민보다는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는 건설 비용 상승을 주장하는 측과 수요 과잉을 지적하는 측의 의견이 갈린다. 영상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건설 비용은 약 25%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은 전국 평균 50%, 타이베이 등 대도시는 그 이상 폭등했다. 이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건설 원가 상승이 집값 폭등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대만 정부의 정책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엇박자'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가 다주택자 대출은 조이면서도, 청년층의 주택 구매를 돕기 위해 2023년부터 시중 금리(2.5%)의 절반 수준인 저리 대출(5년 거치, 40년 만기)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와 동시에 저리로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이 공존하면서, 공급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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