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엔 인류 에너지 총량 다 쓸 수도"... AI 전력난 해법은 '메모리 효율'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 945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반도체 업계의 핵심 과제로 '전력 효율'이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AI 기기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2040년에는 현재의 컴퓨팅 방식을 유지할 경우 인류가 생산하는 모든 에너지를 데이터 이동에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로 메모리 반도체의 '전력 효율'이 급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2030년 945테라와트시로 급증 전망
SK하이닉스 [SK hynix] 유튜브 채널의 '미래인재 CLASS' 영상에 따르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출연자인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이철호 교수는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대략 50기가와트(GW) 정도의 에너지가 쓰이는데,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3일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 양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수요는 학습 단계뿐만 아니라 질문에 답하는 '추론' 단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요청하는 태스크가 복잡할수록, 즉 토큰의 양이 증가할수록 실제 전력 사용량도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에는 945테라와트시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적 예측을 인용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컴퓨팅 구조를 유지하며 데이터를 불러오는 데 쓰는 에너지가 2040년에는 인류가 만들어내는 모든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전력 효율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력 문제는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에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10년 뒤에는 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 자동차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피지컬 AI가 일상화될 것"이라며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AI 칩을 운영하는 에너지와 구동계 동작에 필요한 전력이 필수적인데, 로봇은 언제 어디서나 배터리로 작동해야 하므로 전력 문제 해결이 기술 실현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병목 현상' 해결이 관건…HBM·PIM 등 차세대 기술 주목
AI 시대의 전력 문제는 단순히 메모리 자체의 소비 전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프로세서(CPU, GPU 등)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폰 노이만 구조'는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분리되어 있어, 연산을 위해 메모리에서 정보를 불러오고 결과를 다시 저장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전송의 정체 현상을 '병목(Bottleneck)'이라고 하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전력 효율의 핵심이다.
메모리 내부의 동작 원리도 전력 소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D램은 작은 커패시터에 전하를 채워 정보를 저장하는데, 정보를 읽을 때 전하가 소모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설되는 전하를 다시 채워주는 '리프레시(Refresh)'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메모리 셀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통로의 밀도를 높인 고대역폭메모리(HBM)나, 메모리 내부에서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수행해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는 '컴퓨터 인 메모리(PIM, CIM)' 기술이 주요 해법으로 거론된다. 이 교수는 "메모리의 발전 없이는 아주 효율적인 AI 개발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LPDDR부터 HBM4까지 저전력 라인업 확대
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별 맞춤형 저전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 배터리 기반의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에 최적화된 저전력 LPDDR 제품군을 개발 중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용으로 저전력 DDR을 모듈화한 '소캠2(LPCAMM2)' 제품도 선보였다.
고성능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기술 역시 전력 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영상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모델인 HBM4는 연결선(I/O)의 밀도를 높이고 로직 다이에 초미세 첨단 공정을 도입해, 이전 모델인 HBM3E 대비 전력 효율을 약 40%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저전력이란 단순히 성능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퍼포먼스를 내면서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효율의 문제"라고 정의했다. 그는 향후 "고성능이면서 저전력인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러한 전력 효율 확보 여부가 AI가 물리 세계로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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