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 전 취소해도 계약금 못 돌려받나...
예식 계약 해지 및 위약금 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의 최근 결정과 주의사항을 정리했다.
결혼 준비 과정의 악몽, 늘어나는 예식 계약 해지 분쟁
결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예식장 및 웨딩 관련 계약 해지를 둘러싼 예비부부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예식일이 1년 가까이 남았음에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예식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281건에서 지난해 720건으로 약 2.6배 급증했다. 전체 2,443건의 피해 사례 중 계약 해제 및 위약금 관련 분쟁이 81.4%인 1,988건을 차지하며 환불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년 전 취소했는데 환불 불가"... 업계 관행과 소비자 권리의 충돌
최근 발생한 사례에서 예비신랑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웨딩업장과 계약하며 300만 원을 지급했다. A씨는 개인 사정으로 예식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취소 의사를 밝혔으나, 업체 측은 "계약 후 7일이 지나 취소했으므로 계약서에 따라 환불이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A씨는 "예식일이 1년이나 남았고 해당 일자에 다른 예식이 잡힌 만큼 사업자의 실질적 손해가 제한적인데 과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사건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해당 업체는 일반 웨딩홀과 차별점을 강조했다. 업체 측은 "우리 업장은 하루에 여러 차례 예식이 진행되는 일반 웨딩홀이 아니라 공간 대관과 행사 운영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라며, "하루에 두 건 정도만 진행되기에 예약일부터 취소까지 수개월간 해당 일자에 들어온 문의를 접수하지 못한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웨딩박람회 계약도 '방문판매법' 적용... 14일 내 청약철회권 인정
웨딩박람회 현장 계약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이 나왔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025년 2월 한 컨벤션센터 결혼박람회에서 발생한 예물 계약 분쟁에 대해 사업자가 계약금 10만 원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당시 30대 남성 소비자는 박람회 현장에서 계약서에 '계약금 10만 원은 환불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계약했으나, 이후 환급을 요구하자 사업자가 이를 거부했다.
위원회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판단했다. 결혼박람회장이 사업자의 상설 영업소가 아닌 '사업장 외의 장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가 사업자의 권유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취소 의사를 밝혔다면 적법한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 청약철회를 이유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취지에 따라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으로 법정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품목별 분쟁 현황과 소비자 주의사항
최근 3년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결혼 관련 분쟁은 총 908건(2023년 141건, 2024년 320건, 2025년 44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결혼박람회 관련 분쟁 76건 중 96.1%는 계약금 환급 거부나 과도한 위약금 청구 사례였다. 품목별로는 결혼준비대행서비스가 59.2%(45건)로 가장 많았으며, 예복·한복 대여(16건), 예물(8건), 예식서비스(5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계약 시 해지 위약금 및 환불 규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비해 과도한 약관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람회 계약 시에는 해당 장소가 사업자의 영업소인지 확인하고, 청약철회 의사는 전화보다 문서로 남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