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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DB손보, 회사는 빚내고 총수는 돈잔치…'1.6조 채권'과 '2500억 배당'의 역설

[편집자주] 배당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가치를 높이는 필수 재무 전략입니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독점한 구조에서는 외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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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DB손보, 회사는 빚내고 총수는 돈잔치…'1.6조 채권'과 '2500억 배당'의 역설

[편집자주] 배당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가치를 높이는 필수 재무 전략입니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독점한 구조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라는 본연의 목적을 잃고, 경영권 승계나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 등 사적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큽니다. 과도한 배당이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내외경제TV>는 최근 불거진 주요 기업 오너 일가의 배당 실태를 <기획기사>를 통해 짚어보고, 그 문제점과 대안을 <칼럼>을 통해 집중 조명합니다.

* 나가는 순서

① 81% 지분의 그늘… ‘골든블루’는 누구를 위해 축배를 드나

② DB손보, 회사는 빚내고 총수는 돈잔치…'1.6조 채권'과 '2500억 배당'의 역설

③ ‘적자 수렁’ 대한제분의 역설… 오너가 채운 28억 배당금과 ‘8인 유령회사’

④ 토니모리 오너 일가의 기막힌 부의 증식… 상장사 이익은 '배당'으로, 일감은 '가족회사'로

| 내외경제TV=김민호 기자 | DB손해보험의 이례적인 고배당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DB손보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그의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의 필요 자금을 적시에 조달해 주는 이른바 '요술 항아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회사의 미래 성장성이나 재무 부담은 뒤로한 채, 총수 일가의 사적 자금줄로 전락했다는 매서운 지적이다.

■ 시장 상식 뛰어넘은 '독보적' 배당 규모와 총수 일가의 수혜

특히 지난해 DB손보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7,880억 원으로 전년(1조 8,515억 원) 대비 635억 원 감소했으나, 전체 배당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종속회사를 제외한 DB손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7,772억 원에서 1조 5,348억 원으로 2,300억 원 이상 급감했다. 실적 둔화라는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회사는 도리어 고배당 기조를 고수하며 배당금을 끌어올린 셈이다.

실제로 DB손보의 배당 규모는 단일 금액 기준이나 시가배당률 측면에서 시장의 일반적인 수준을 크게 웃돈다. 동종업계는 물론 코스피 상장사 전체와 비교해도 독보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DB손보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으로 7,600원을 책정했다. 12월 30일 종가(13만 1,1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가배당률이 무려 5.8%에 달한다.

이를 시장의 대표 주식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도드라진다.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1,668원으로, 당시 종가(11만 9,900원) 기준 시가배당률은 약 1.4% 수준이다. 두 회사의 주가 차이는 약 9% 남짓에 불과하지만, 주당 배당금은 DB손보가 삼성전자의 4.5배를 상회한다. 주당 가격이 65만 1,000원에 달했던 SK하이닉스의 배당금은 1주당 3,000원에 그쳤다. 주가는 SK하이닉스가 5배가량 높음에도, 주당 배당금은 오히려 DB손보가 2.5배가량 많았던 셈이다.

동종 보험업계 내에서도 이러한 독주 체제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업계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DB손보보다 한참 낮은 3% 수준에 머물렀다. 한화생명의 경우 연결기준 6,41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도 별도의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고배당의 가장 큰 수혜는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DB손보 한 곳에서 김남호 명예회장이 수령한 배당금만 약 484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김준기 창업회장(319억 원)과 장녀 김주원 부회장(160억 원)의 몫까지 더하면 총수 일가가 수령한 배당금 총액은 1,000억 원 규모에 육박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체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총합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DB손보는 지난 2024년에도 870억 원을, 2023년에도 679억 원의 배당을 진행한 바 있어 최근 3개년만 뜯어봐도 DB손보에서 총수 일가에 지급한 배당금은 2,5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실적 둔화 흐름 속에서도 배당성향을 오히려 3.7%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역행적 배당 강화를 밀어붙인 결과다.

■ '최대 주주' 김남호의 애매한 입지와 '상왕 경영' 20년 논란의 역사

이처럼 파격적인 고배당 기조를 두고 시장에서는 결국 '승계 재원 마련'과 직결된 행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보유 중인 DB손보 지분 6.43%를 자녀들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배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지분 상속 및 증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 약화를 방지하면서 납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 대신 배당을 선택하는 것은 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DB손보의 경우 김남호 명예회장이 이미 확고한 최대주주 지위를 점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구심이 남는다.

김 창업회장은 김남호 명예회장이 17세였던 지난 1991년부터 한국자동차보험(現 DB손보) 주식을 대거 증여하며 승계 구도를 다져왔다. 이후 1994년, 1995년, 2002년에 걸쳐 동부화재(現 DB손보) 지분 약 14%를 넘겨준 바 있다. 이후 계열사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분 일부(약 5%)를 매각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여전히 9.19%(637만 9,520주)를 보유한 확고한 최대주주다.

그간 김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도 회사 경영에는 소극적이었던 이면에는 부친의 '상왕 경영'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경영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은 김 창업회장이 쥐고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2004년 김 창업회장이 김 명예회장에게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동부정밀화학(現 DB Inc)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20년간 의결권 행사 제한' 조건을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은 이를 방증한다. 김 명예회장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실질적인 지배력은 김 창업회장이 지속해서 행사해 왔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결권 제한이 풀린 2024년 이후 김 명예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승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회장직에 오른 지 5년 만에 돌연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부자(父子)간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50대의 나이에 대주주인 회장이 갑자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배경을 두고 불화설이 돌았으나, 지난 3월 김 명예회장이 "부친께 맞설 생각을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직접 선을 그으며 경영 복귀 시나리오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다만 DB그룹 측은 김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 등 향후 행보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1조 6,670억 차입' 속 배당 강행과 견제 없는 지배구조의 한계

DB손보가 단순히 배당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받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갖춘 기업이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며 권장될 일이다.

우려를 더하는 대목은 DB손보의 기형적인 자금 흐름이다. DB손보는 지난해 2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무보증 후순위사채 8,000억 원을 발행한 데 이어, 9월에는 자본건전성 제고를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8,67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 해 동안 회사 운영 및 건전성 유지를 위해 1조 6,670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발행한 셈이다.

여기에 DB손보가 지급한 금융부채 이자비용만 지난해 4,300억 원을 넘어섰다.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수하며 대규모 차입(빚)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와중에, 다른 한편으로는 총수 일가에 수천억 원대 배당금을 지속해서 쥐여 주는 모순적인 경영 구조를 두고 타당성 논란이 격화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배당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는 지배주주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하여 객관적인 타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DB손보는 총수 일가가 18.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호 세력인 DB김준기문화재단의 지분(5%)까지 더하면 사실상 이들의 독주를 견제할 내부 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험 및 금융업계가 통상 배당 성향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배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수혜자인 대주주의 입김이 과도하게 반영된다면 그 타당성을 꼼꼼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DB손보 관계자는 "배당 성향을 높인 것은 총수 일가의 자금 마련 목적과는 무관하며, 지난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따라 주주환원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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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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