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학벌 안 본다" 일본 취업, 핵심은 '경험의 이유'와 '도전정신'
책상 앞에 앉아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
일본 기업의 채용 문화는 한국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 기업이 학벌, 학점, 전공 등 정량적 지표를 중시하는 것과 달리, 일본 기업은 지원자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을 우선시한다.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주)비웰코리아 가스가이 모에 대표는 일본 기업이 지원자의 스펙보다 '어떤 경험을 했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학점·학벌보다 중요한 '자기 분석'과 '도전정신'
가스가이 대표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학점을 거의 요구하지 않으며, 학점의 높고 낮음을 혈액형의 차이 정도로 간주해 변별력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학벌 역시 일본 기업 담당자들에게 한국의 대학 서열이 명확히 인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상에서는 서울대학교 정도를 제외하면 연세대학교 등 주요 대학의 이름조차 모르는 담당자가 많아 학벌이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공 역시 채용 시 크게 고려되지 않는 분야가 많다.
대신 일본 기업은 지원자의 '스토리'에 집중한다. 가 대표는 취미를 묻는 질문을 예로 들며, "단순히 취미가 무엇인지가 아니라, 왜 그 취미를 좋아하는지"를 통해 지원자의 사고방식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주변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인지, 혹은 '효율적인 준비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좋아서'인지에 따라 지원자의 성향을 다르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인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기 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가 대표는 "인도에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것과 같은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이 어떤 도전을 해왔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은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경험을 깊게 파고드는 '훅파(Huk-pa, 깊이 파고드는 질문)' 방식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본질을 확인하려 한다. 질문이 매우 깊게 들어오기 때문에 지원자는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일본 기업의 특징: '잡 로테이션'과 '강한 매뉴얼 문화'
일본 기업의 구조적 특징 중 하나는 신입 사원을 교육하여 인재로 양성하는 문화와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잡 로테이션(Job Rotation)'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입사 후 적성에 맞는 직무를 새롭게 찾을 기회가 열려 있다. 특히 글로벌 일본 기업의 경우, 해외 근무를 기피하는 일본 직원들 대신 한국인 지원자에게 해외 파견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반면, 일본 특유의 엄격한 규칙과 매뉴얼 문화는 한국인 지원자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 대표는 "규칙과 매뉴얼이 매우 세세하게 잘 갖춰져 있어, 이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눈치를 보거나 조직 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시간 중 개인 휴대폰 사용 제한이나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폰의 분리 운영 등은 일본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로 언급됐다. 출근 시 휴대폰을 책상 안으로 넣어야 한다는 사례처럼, 매뉴얼을 숙지하는 연수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규칙 준수가 강조된다.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일본 기업이 유리한 면이 있다. 법적·사회적 분위기상 해고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입사 후 장기 근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 기업은 채용 시 매우 신중하게 사람을 뽑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입사 후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평생 다닐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 대표는 "회사가 나를 해고하는 것이 법상 매우 어렵다"며 이러한 고용 안정성을 언급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적고 '해외 경력'으로서 가치 높아
일본 내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한국인이 일본 기업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활동하고 있다"며, 편견 때문에 성장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승진이나 업무에서 불이익을 받는 '유리천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에는 입사한 지 30년이 된 한국인 직원이 높은 위치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취업을 준비할 때는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현지인과의 '티키타카(자연스러운 소통)'가 가능한 수준의 일본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책으로만 배운 언어보다는 실제 교류를 통해 미묘한 뉘앙스를 익히는 것이 취업 성공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현지인과 교류하며 눈치나 미묘한 유언스를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여와 진입 장벽 측면에서는 신입 시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입 기준 월급은 220만~300만 엔 수준으로 소개되며, 교통비나 주택보조, 사택 등의 복지가 제공되기도 한다. 초봉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으나 근속하며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다. 경력직은 일본어 능력과 기존 업무 성과를 엄격하게 보기 때문에, 한국에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졌더라도 만 30세 이하라면 신입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가 대표는 일본 취업의 장점으로 '해외 경력 확보'를 꼽았다. 한국 내 취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본에서의 직무 경험은 향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기업에서의 경험은 향후 커리어 패스를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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