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3 (화)
그린정책

EU ‘꽃표지’ 인지도 46%…신뢰 높아졌지만 품목 격차 뚜렷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0월 8일 공개한 유로바로미터 조사에서 EU 에코라벨 인지도는 46%, 환경영향 감소 효과를 믿는다는 응답은 81%로 나타났다. 인증 제품은 역대 최대지만 품목별 편차와 자기보고 조사의 한계가 커, 로고 확산보다 검증과 공급 공백 해소가 다음 과제로 꼽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0월 8일 세계 환경표지의 날에 맞춰 공개한 플래시 유로바로미터 조사에서 EU 에코라벨의 ‘꽃’ 로고를 알아본 응답자는 46%로 집계됐다. 2023년 38%보다 8%포인트 높다. 제품의 전 생애주기 환경영향을 심사하는 공공 인증이 수많은 자체 친환경 문구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가늠하게 하는 수치다.

조사는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EU 27개 회원국의 서로 다른 사회·인구 집단 2만5566명을 대상으로 각국 언어로 대면 실시됐다. EU 집행위는 2023년과 2017년 조사와 비교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에코라벨 제품이 같은 종류의 일반 제품보다 환경영향이 낮다고 믿는다는 응답은 81%로, 2023년 75%에서 6%포인트 상승했다.

벨기에 EU 에코라벨 홍보 부스에 꽃 모양 인증 로고와 안내물이 전시돼 있다
벨기에에서 운영된 EU 에코라벨 홍보 부스. 2026년 설문조사 현장이 아닌 자료사진. 사진: EUEcolabelBelgië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인지도와 구매 경험 나란히 8%p 상승

구매 경험도 함께 늘었다. 모든 종류의 환경표지 제품을 ‘자주 또는 가끔’ 산다는 응답은 66%였다. 같은 빈도로 EU 에코라벨 제품을 산다는 비율은 46%로 2023년보다 8%포인트 높았다. 다만 인지도 46%와 구매 응답 46%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로고를 알아본 모든 사람이 구매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두 수치는 전체 응답자에 대한 별도 문항의 집계값이며 개인별 전환율은 공개 요약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EU 에코라벨 소비자 지표 변화, 2023년과 2026년 비교, 단위 퍼센트, 출처 유로바로미터
EU 에코라벨 소비자 지표 변화, 2023년과 2026년 비교, 단위 퍼센트, 출처 유로바로미터
2023년과 2026년 유로바로미터 비교. 단위 %, 출처: European Commission Eurobarometer.

수요가 공급을 앞선다는 신호도 나왔다. 응답자의 72%는 에코라벨이 더 많은 제품군으로 확대되기를 원했다. 더 많이 보고 싶은 품목은 세제 50%, 섬유제품 36%, 화장품 35% 순이었다. 소비자가 인증 자체를 신뢰하더라도 매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이 좁다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품 12만개 넘어도 전자기기는 3개

공급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EU 집행위 집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유럽경제지역 시장에서 에코라벨을 받은 상품과 서비스는 12만1083개, 라이선스는 3665건이다. 한 라이선스가 같은 제품군의 여러 상품을 포괄할 수 있어 두 숫자는 일대일 대응하지 않는다. 3월과 비교해 제품은 4391개, 라이선스는 124건 늘었고 증가율은 각각 4%였다.

EU 에코라벨 인증 제품 수(2026년 9월, 단위: 개)
제품군인증 제품 수
페인트·바니시39014
종이제품30750
청소 관련15822
가구·침대 매트리스11995
의류·섬유11708
전자기기3

품목별 쏠림은 뚜렷하다. 페인트·바니시가 3만9014개로 가장 많았고 종이제품 3만750개, 청소 관련 제품 1만5822개, 가구·침대 매트리스 1만1995개, 의류·섬유 1만1708개가 뒤를 이었다. 반면 전자기기는 3개에 불과했다. 라이선스 기준으로는 관광숙박이 전체의 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최근 6개월간 66건 늘어 증가폭도 가장 컸다. 제품 수 확대만으로 인증 선택지가 모든 생활 영역에 고르게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소기업 비중은 62%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비율은 전체 라이선스 보유자가 아니라 제품·관광숙박 카탈로그에 등록된 2434개 기업의 일부 자료로 계산한 잠정치다. ‘중소기업이 인증 확산의 중심’이라는 방향성은 보여 주지만, 전체 시장을 정확히 대표하는 확정 비율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330개 녹색 표지 사이, 핵심은 독립 검증

이번 조사에서 더 중요한 변화는 로고 자체보다 검증 방식에 대한 신뢰다. EU 집행위는 자체 시장조사에서 친환경 주장 53%가 모호하거나 오해를 부르거나 근거가 부족했고, 40%는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EU 안에 지속가능성 표지 230개와 녹색에너지 표지 100개가 있으며 검증 수준이 크게 다르고, 전체 녹색 표지의 절반은 검증이 약하거나 사실상 없다는 진단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25년 정책보고서에서 거짓·오해 유발·무근거 환경 주장이 소비자와 시장에 끼치는 피해를 별도로 분석했다. 친환경 관심이 커질수록 주장의 수가 늘고, 동시에 그린워싱을 단속할 필요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EU 에코라벨의 인지도 상승은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인기를 얻었다는 소식보다, 독립 심사와 공개 기준을 갖춘 표지가 난립하는 자체 표지와 구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

EU 에코라벨은 1992년 도입된 자발적 인증이다. 정해진 제품군에 속하고 전 생애주기 기준을 충족한 상품·서비스만 신청할 수 있으며, 지정된 국가별 관할기관이 심사해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인증 제품은 공개 카탈로그에 올라간다. 단순히 포장에 잎이나 지구 그림을 붙이는 마케팅 문구와 다른 지점이다.

공공조달 연결, 신뢰를 수요로 바꿀 시험대

정책의 다음 시험대는 공공조달과 품목 확장이다. 집행위는 최근 제안한 공공조달법에서 공공 구매자가 환경요건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EU 에코라벨 같은 표지를 활용하도록 장려한다고 밝혔다. 조달 수요가 붙으면 기업에는 인증 비용을 감수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심사 역량이 따라오지 못하거나 기준이 느슨해지면 지금 쌓은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이번 수치는 태도조사와 행정상 인증 건수를 결합한 결과이지, 인증 제품의 실제 매출이나 환경부하 감축량을 측정한 성과평가는 아니다. ‘구매한다’는 응답도 영수증 자료가 아니라 자기보고다. 따라서 인지도 상승을 곧바로 탄소 감축으로 환산할 수 없다. 향후에는 품목별 판매량, 일반 제품 대비 가격 차이, 인증 전후 환경성과가 함께 공개돼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한국에도 환경표지와 저탄소제품 인증 등 공공 인증이 운영되고 있다. EU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새 로고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검증 주체와 기준, 적용 범위, 인증 상품 목록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공공조달과 연결하되, 품목별 공백과 중소기업의 인증 비용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숫자가 보여 주는 것은 ‘꽃표지의 승리’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하나의 표지가 수백 개 주장 속에서 얼마나 어렵게 신뢰를 얻는가 하는 과정이다.

참고자료

#EU 에코라벨 #환경표지 #유로바로미터 #그린워싱 #친환경 소비 #공공조달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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