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7 (토)
그린산업

6개 개발은행, 핵심광물 ‘가공 사다리’ 놓는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6개 다자개발은행이 17일 핵심광물 보유 개발도상국을 채굴에서 가공·정제·제조로 끌어올리는 공동 협력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별도 공동기금 규모와 개별 사업 일정은 제시하지 않아, 실제 성과는 국가별 사업·민간자금 동원·환경사회 기준의 이행에 달렸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등 6개 다자개발은행(MDB)이 17일(현지시간) 핵심광물 보유 개발도상국을 채굴에서 가공·정제·제조로 끌어올리는 공동 협력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전력·물류·용수 인프라와 정책개혁, 보증·공동금융을 묶어 ‘광물회랑’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4쪽짜리 문서에는 별도 공동기금 규모와 개별 사업 일정이 없어, 공급망 다변화의 성패는 국가별 실행사업과 민간자금 동원에 달렸다.

페루 세로 베르데 구리·몰리브덴 광산의 두 노천 채굴장과 주변 도로·처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페루 세로 베르데 구리·몰리브덴 광산과 주변 인프라를 촬영한 위성사진. 이번 MDB 공동 프레임워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NASA Operational Land Imager (OLI) on Landsat 8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세 갈래 지원, 네 가지 공동과제

참여 기관은 세계은행그룹, 아프리카개발은행, ADB, 유럽부흥개발은행, 유럽투자은행, 미주개발은행그룹이다. 프레임워크는 정책·거버넌스 강화, 통합 인프라·광물회랑·가치사슬 확장, 민간자본 동원·시장개발을 세 축으로 잡았다. 광산만 짓는 것이 아니라 전력·운송·항만·용수·디지털망과 가공단지, 산업구역을 함께 설계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운영 과제는 네 가지다. 환경·사회 기준의 정합성 제고, 국가·지역별 지원 조정, 민간자본 동원, 공동 보고·학습이다. 여러 개발은행이 같은 국가에서 비슷한 진단을 반복하는 일을 줄이고, 공동 준비·병행금융·공동금융·보증을 조합한다. 핵심광물 가치사슬 실무그룹이 매년 지원 국가, 가치사슬 단계, 기술지원과 금융, 공동사업 성과를 취합해 MDB 수장단에 보고한다.

이는 ‘원광을 수출하고 완제품을 수입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가공·정제·제조가 현지에 남으면 숙련 일자리와 세수, 중소기업 참여가 늘 수 있다. 반면 제련·정제 설비는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장기 구매계약, 고도의 공정기술이 필요하다. 도로와 항만만 연결한다고 현지 부가가치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희토류는 광산 50kt, 완제품 단계는 18kt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6’은 이번 협력이 겨냥하는 병목을 수치로 보여준다. 2035년 최대 정제국 밖에서 발표된 희토류 광산 프로젝트의 생산능력은 약 50킬로톤(kt)에 이르지만, 정제·분리 능력은 40kt 미만이다. 희토류 금속·합금·자석 등 하류 제품 능력은 약 18kt에 그친다. 여기서 kt는 희토류 함량 기준 1000톤 단위다.

광산 발표치 50kt를 100으로 놓으면 정제·분리는 80 미만, 금속·합금·자석은 36 수준이다. 아직 계획 단계인 사업을 포함한 비교이므로 실제 공급량 예측과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채굴보다 중간·하류 공정의 확충 속도가 느리다는 구조적 격차는 선명하다. IEA는 리튬에서도 최대 공급국 밖의 채굴 확대가 기존·계획 정제와 양극재 생산능력을 앞서며, 흑연·니켈·코발트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2035년 최대 정제국 밖 희토류 가치사슬 계획 능력 비교
2035년 최대 정제국 밖 희토류 가치사슬 계획 능력 비교
2035년 최대 정제국 밖 희토류 계획 능력
가치사슬 단계계획 능력광산=100 환산
광산 생산약 50kt100
정제·분리40kt 미만80 미만
금속·합금·자석약 18kt36

공동기금보다 ‘사업 묶음’이 먼저

프레임워크가 제시한 금융수단은 장기자금, 보증·보험, 혼합금융, 공동투자, 구매계약과 연계한 금융, 초기손실 또는 비용초과 위험을 흡수하는 장치다. 가격 변동이 크고 건설기간이 긴 광물 가공사업의 위험을 공공금융이 일부 나눠 민간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구조다. 그러나 문서에는 6개 기관이 함께 출자하는 신규 기금의 금액이나 승인된 사업 목록이 없다. 각 기관의 이사회 승인과 가용 재원, 해당 국가의 동의가 전제다.

실행의 첫 시험대는 국가별 계획이다. 세계은행그룹은 16일 아르헨티나·볼리비아·이집트·인도·카자흐스탄·말라위·모리타니·잠비아 등 8개국과 금속·광물 파트너십 또는 협약을 발표했다. 허가제도와 지질자료 현대화, 환경·사회 감독, 전력·교통 인프라, 현지 인력·공급업체 육성이 공통 항목이다. 세계은행그룹은 2026~2030 회계연도에 자체금융과 민간자본 동원을 합친 금속·광물 지원을 기존의 다섯 배인 19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90억달러는 6개 MDB 전체의 공동기금이 아니라 세계은행그룹의 별도 목표다. 또 8개국 계획이 모두 핵심광물 정제공장 건설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발표 규모와 실제 집행액, 광산 외 가공·제조에 배분되는 비중을 나눠 봐야 한다. 매년 공개될 공동 실적표에는 단순 대출 건수뿐 아니라 현지 정제능력, 숙련고용, 재생에너지 사용, 물 사용과 지역사회 편익을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환경부담 이전 사이

광물회랑은 전력·철도·항만을 한꺼번에 확보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설계가 채굴량 확대에 치우치면 원광 수출 통로만 더 빨라질 수 있다. 제련과 정제는 에너지·용수 사용과 오염물질, 광산폐기물·꼬리광 관리 부담을 동반한다. 프레임워크가 생물다양성, 지하수, 토지권, 주민 이주, 폐광까지 환경·사회 위험 항목을 열거한 이유다.

여섯 기관이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는 ‘중복 심사 축소’와 ‘기준 완화’를 구분해야 한다. 공동 실사를 활용하더라도 지역주민 협의와 고충처리, 누적영향 평가는 사업별로 남겨야 한다. 현지 제조 전환도 수출물량보다 현지 구매율, 기술이전, 여성·취약계층 고용, 세수 공개처럼 검증 가능한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한국 배터리·소재·장비 기업에는 조달과 장기 구매계약, 공정기술 공급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발표만 보고 신규 물량을 선반영하기보다 국가별 사업팀 구성, 보증조건, 전력의 탄소집약도, 원산지·환경 추적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채굴국에서 중간재를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구조라면 가격뿐 아니라 지역사회 동의와 물·에너지 사용 정보까지 공급계약에 반영해야 한다.

내년 보고서에서 확인할 다섯 지표

첫째는 공동 준비·공동금융으로 승인된 실제 사업 수와 집행액이다. 둘째는 광산, 정제, 소재, 제조, 재활용 가운데 어느 단계에 돈이 배분됐는지다. 셋째는 현지 부가가치와 고용 증가다. 넷째는 전력·물 사용, 온실가스, 광산폐기물과 주민 협의 결과다. 다섯째는 구매계약과 민간자금이 공공 보증 없이도 이어질 수 있는지다.

이번 프레임워크는 핵심광물 정책의 초점을 ‘매장량 확보’에서 ‘가공 역량과 산업 생태계’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공급망은 문서가 아니라 가동 중인 설비와 숙련인력, 장기 수요처로 완성된다. 50kt의 광산 계획과 18kt의 하류 제품 능력 사이를 실제 투자로 메우는지, 채굴국에 일자리와 기술이 남는지가 공동협력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참고 자료

#다자개발은행 #핵심광물 #광물가공 #공급망 #희토류 #World Bank #ADB #그린산업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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