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체험 뒤 자동결제…‘동의’와 ‘해지’ 따로 봐야
최근 국감 자료를 인용한 무료체험·구독 해지 상담 보도를 계기로 현행 전자상거래법과 공정위 해석기준을 대조했다. 자동결제 전체를 불법으로 단정하지 않고, 전환·증액 전 동의와 해지 방해를 구분한다. 2025년 점검 결과의 한계, 결제 경로 확인과 환급 신청의 차이도 짚었다.
연합뉴스가 지난 16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무료체험 종료 뒤 자동결제와 구독 해지 곤란에 관한 상담 사례를 보도했다. 온라인피해 365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추린 것으로, 실제 다크패턴에 해당하는지 조사로 확정한 결과는 아니라는 한계도 함께 전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자동결제를 의심하는 것보다 결제에 동의한 과정과 빠져나오는 절차를 나눠 보는 일이다. 같은 금액을 약정대로 갱신하는 경우와 무료 서비스가 유료로 바뀌는 경우는 쟁점이 다르다. 해지가 어려운 화면 설계와 이미 낸 돈의 환급 문제 역시 따로 확인해야 한다.

‘30일 전 통보’가 아니라 ‘전환 전 30일 이내 동의’
18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현행 전자상거래법 제13조 제6항은 정기결제 대금이 오르거나 무료 공급 뒤 유료 정기결제로 바뀔 때 소비자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전환·증액 일시와 전후 가격, 결제방법이 동의 대상이며 취소·해지의 조건과 방법, 효과도 알려야 한다.
시점을 잘못 읽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령과 공정위 안내가 정한 기간은 증액·유료 전환 전 30일 이내다. 무조건 한 달 전에 통보하라는 뜻과는 다르며, 알림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동의를 대신할 수도 없다. 법제처의 2026년 9월 15일 기준 생활법령정보도 같은 기간과 고지 항목을 안내하고 있다.
공정위가 2025년 10월 23일 설명한 해석기준에서는 최초 계약 때 향후 유료 전환까지 포괄적으로 동의받는 방식이나, 동의 창을 닫았다는 이유로 동의했다고 처리하는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할인 기간이 끝나 정상 요금으로 돌아가 이전 결제액보다 커지는 경우도 점검 대상이다. 소비자가 찾아야 할 것은 ‘처음 가입했는가’뿐 아니라 ‘바뀌는 결제에 별도로 동의했는가’다.
따라서 이 규정을 매달 모든 정기결제마다 새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조항이 겨냥한 것은 증액과 무료에서 유료로의 전환이다.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 내용과 결제 변화, 사업자가 제시한 동의 기록을 함께 봐야 한다.
해지 버튼의 존재보다 끝까지 갈 수 있는지가 관건
현행법 제21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입보다 취소·탈퇴·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다른 방법으로만 처리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선택 항목 사이에 현저한 시각적 차이를 둬 특정 선택만 가능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설계도 별도 금지 대상이다.
가입은 앱에서 받으면서 해지는 전화로만 요구하는지, 해지 대신 요금제 변경 화면으로 유도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버튼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오해하게 만드는지와 절차를 제한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가 판단에서 중요하다.
공정위의 2025년 지침 설명은 의사 재확인이나 재고 요청을 불필요하게 여러 단계 반복하는 사례를 들었다. 법무법인 광장도 같은 해 10월 29일 독립적으로 공개한 해설에서 인터페이스와 명시적 동의 절차를 함께 점검할 필요성을 짚었다. 약관 문구를 고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자가 거치는 화면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45건은 시장 피해율도, 올해 미해결 건수도 아니다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2~7월 OTT·음원 구독과 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점검했다. 공정위가 그해 9월 30일 발표하고 KDI 경제교육·정보센터가 수록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 소명과 협의를 거쳐 36개 사업자의 의심사례 45건 중 34건이 시정됐고 11건은 시정계획을 제출받았다.
이는 조사 대상으로 잡힌 의심사례에 대한 당시 처리 결과다. 전국 소비자의 피해 발생률을 측정한 표본조사도, 법 위반이 확정된 45개 사건이라는 뜻도 아니다. 특히 시정계획 11건을 오늘까지 남아 있는 미해결 사례로 표현할 근거는 이 자료에 없다. 발표 시점의 ‘완료’와 ‘계획’을 구분해야 규제 성과도 과장하지 않게 된다.

| 구분 | 사례 수 | 자료가 뜻하는 범위 |
|---|---|---|
| 시정 | 34 | 당시 시정된 의심사례 |
| 시정계획 제출 | 11 | 당시 계획을 제출받은 의심사례 |
| 합계 | 45 | 36개 사업자, 2025년 2~7월 점검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OTT·음원 구독, 쇼핑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다크패턴 의심사례 시정」,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수록. 현재 이행 여부를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다.
앱 삭제·갱신 중단·환급은 같은 행동이 아니다
실제 결제를 멈추려면 먼저 영수증과 카드 명세서에서 누가 청구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같은 서비스를 쓰더라도 앱마켓 결제인지 사업자 직접 결제인지에 따라 관리할 계정과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해지 화면을 찾았더라도 이용 중인 계정에 해당 구독이 연결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글은 공식 도움말에서 앱을 기기에서 제거해도 Google Play 정기결제가 취소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애플은 아이폰 설정에서 사용자 이름과 구독 항목을 거쳐 취소하도록 설명하고, 영수증이 없다면 다른 회사에서 구입했을 수 있으므로 청구한 회사를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앱 아이콘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결제 계약이 종료됐다는 증거가 아니다.
또 구독 취소가 이전 결제액의 자동 환급을 뜻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환불 안내는 일부 구입 항목이 환불 대상이 될 수 있고 별도 요청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음 갱신을 막는 조치와 이미 청구된 금액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구분하고, 개별 계약과 적용되는 법령에 따른 권리를 따져야 한다.
분쟁에 대비하려면 무료체험 조건과 전환 가격, 동의 요청 내용, 해지 접수·완료 화면, 영수증을 시간순으로 보관하는 것이 유용하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도 인터넷 거래의 계약사항과 영수증을 저장하도록 권한다. 해지했다는 기억보다 언제 어떤 의사를 표시했고 이후 무엇이 청구됐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쟁점을 선명하게 만든다.
사업자에게도 확인할 순서는 같다. 유료 전환에 관한 명확한 선택, 가입 경로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해지 절차, 처리 결과와 다음 청구 여부의 안내가 연결돼야 한다. 무료체험의 혜택보다 결제가 시작되고 끝나는 조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지가 구독 거래의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다.
참고 자료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 국가법령정보센터, 제13조 제6항·2026년 7월 21일 시행본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 국가법령정보센터, 제21조의2·2026년 7월 21일 시행본
- 정기결제 대금 인상 또는 유료 전환 전 30일 이내 소비자 동의받아야 — 공정거래위원회·정책브리핑, 2025년 2월 10일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 —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 2025년 10월 23일
- OTT·음원 구독, 쇼핑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다크패턴 의심사례 시정 — 공정거래위원회·KDI 경제교육·정보센터, 2025년 9월 30일
-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 해석기준 구체화 — 법무법인 광장, 2025년 10월 29일
- 물품 구매계약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2026년 9월 15일 기준
- 반복 결제 및 정기 결제 관리하기 — Google Pay 고객센터, 2026년 10월 18일 확인
- Apple 구독 취소하기 — Apple 지원, 2026년 10월 18일 확인
- Apple에서 구입한 앱 또는 콘텐츠의 환불 요청하기 — Apple 지원, 2026년 10월 18일 확인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