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그래미 출품 포기 "음악은 언어·지역 구분
방탄소년단(BTS)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출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음악이 특정 지역이나 언어로 분류되지 않길 바라는 소신을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2월 7일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 멤버 전원은 29일 각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공식화했다.
멤버들은 SNS 메시지로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며 팬덤 '아미(ARMY)'와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멤버 전원이 동일한 내용의 글을 올린 만큼, 이번 결정은 팀 전체의 공식 입장이다.
빌보드 석권 뒤에 내려놓은 수상 후보 자격
방탄소년단은 올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지난 3월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세계 주요 차트를 휩쓸며 영향력을 입증한 직후에 내려놓은 그래미 출품 결정이라 이례적이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수차례 그래미 후보에 오르고 무대에도 서며 K-팝의 위상을 높여왔다. 이번 선택은 단순한 일정 문제를 넘어선 결정이다.
'아시안 팝' 신설 규정과 음악적 정체성
레코딩 아카데미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새롭게 도입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음악을 대상으로 하며,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작품을 심사한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시안 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지속적이고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 흐름이라는 점을 신설 배경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부문 신설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특정 지역과 언어권으로 음악을 분류하는 방식이 K-팝을 포함한 아시아 음악이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이른바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의 구성도 변수다. 타이틀곡 '스윔(Swim)'을 포함해 수록곡 대부분이 영어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신설 부문의 규정을 고려하면, 영어 위주의 곡들로 구성된 이번 앨범이 해당 부문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팬들의 엇갈린 반응과 음악적 철학
방탄소년단은 이번 입장문에서 그래미를 직접 비판하거나 신설된 부문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음악이 특정 틀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팬덤 아미(ARMY) 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어야 한다", "방탄소년단다운 소신 있는 결정이다", "결과보다 가치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라며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래미 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