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도시의 블록, '관리자 없는 조직' 실험…AI가 정보 전달·조율 담당
뉴스 그래픽과 함께 남성이 화면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가 이끄는 금융 기업 블록(Block)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최근 전 직원의 40%에 달하는 4,000명을 감원하며 조직의 위계를 대폭 축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5,477명이었던 직원 수는 2024년 1만 1,37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으나, 이번 감원으로 몇 년 사이 늘어난 인원을 거의 다 정리한 셈이다. 티타임즈TV 영상에 따르면, 이번 감원은 경영 악화 때문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조직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분석된다. 잭 도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다. 우리 사업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블록의 총 이익은 전년 대비 약 17% 늘었으며, 특히 개인 송금 서비스인 케이시(Cash App) 부문의 총 이익은 33%나 증가하며 순항 중이다.
"계층 구조는 인지적 한계 때문"…AI가 중간관리자 역할 대체
잭 도시와 세쿼이어 캐피털의 전 수장 로열 로프 보타가 공동 발표한 논문 '계층에서 지능으로(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는 이번 실험의 이론적 배경을 담고 있다. 해당 논문은 과거 로마 군단부터 현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계층 구조가 존재했던 이유를 인간의 '인지적 한계'에서 찾는다. 한 사람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규모가 최대 8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조직 내 계층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AI와 같은 디지털 지능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계층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중간관리자의 핵심 업무인 '정보 전달과 조율'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위로 보고를 올리고,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하부 조직에 분산하며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AI가 맡게 되면, 기존의 복잡한 관리 계층을 걷어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잭 도시는 이를 통해 현재 최대 5단계인 관리 계층을 2026년까지 2~3단계로 줄이고, 관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력을 순차적으로 없앨 계획이다. 그는 6,000명의 직원이 모두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를 상상하며, AI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정보를 정리해 준다면 중앙 관리자 없이도 혼자서 모두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실험에 대해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발표 직후 블록의 주가는 약 20% 넘게 급등했다. 이는 인건비 절감에 따른 이익 증가 기대감뿐만 아니라, 잭 도시가 추진하는 AI 중심 조직 실험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잭 도시의 목표는 명확하다. AI 에이전트 도입을 통해 직원 한 명이 만들어내는 총 이익을 현재 50만 달러 수준에서 200만 달러 이상으로 네 배 끌어올리는 것이다.
4개 층위로 구성된 AI 중심 조직 모델…'회사 월드 모델'이 핵심
잭 도시는 조직의 구성 요소를 네 가지 층위로 정의했다. 가장 아래 단계인 '기초 역량'은 결제, 대출, 뱅킹 등 금융 서비스의 기본 기능을 의미한다. 이는 핀테크 회사인 블록의 서비스를 이루는 '레고 조각'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위에는 '월드 모델(World Model)'이 위치한다. 월드 모델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과 진행 상황을 학습하는 '회사 월드 모델'과 고객의 데이터를 학습해 재무 상태를 예측하는 '고객 월드 모델'이다.
특히 잭 도시는 '회사 월드 모델'의 구축을 강조한다. 원격 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블록의 특성상 모든 회의와 결정 사항은 텍스트 데이터로 남으며, AI는 이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회사의 현재 상태를 파악한다. 고객 월드 모델은 하루 수백만 건의 거래 데이터를 학습해 고객의 매출 꺾임이나 자금 부족 시점을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 번째 층위인 '지능 계층'이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 상품을 제안하며, 마지막 '인터페이스' 층위인 앱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형성한다. 잭 도시는 인터페이스 단계에 대해 "그저 전달 창구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진짜 가치는 앞선 단계들에 있다고 강조했다. 영상에서는 이를 "기존의 계층 구조가 정보가 손실되는 '말 전하기 게임'과 같았다면, AI 중심 조직은 모두가 실시간 지도를 보고 있는 상태와 같다"고 비유했다.
"사람은 가장자리에서 일한다"…변화하는 인간의 세 가지 역할
AI가 조직의 중심에서 정보를 유통하고 운영함에 따라, 인간의 역할은 세 가지로 재정의된다. 첫째는 금융 기능을 개발하거나 모델을 설계하는 '개별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다. 이들은 과거처럼 관리자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AI가 제공하는 '월드 모델'의 맥락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해 실무를 수행한다. 정보가 모두 열려 있어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영역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팀의 자원을 동원하는 '임시 담당자(Temporary Lead)'다. 이들은 일반적인 TF장과 달리 다른 팀장에게 협조를 구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현업으로 돌아간다. 즉,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제'가 조직을 만드는 구조다. 셋째는 '플레이어 코치(Player Coach)'다. 기존 관리자와 달리 이들은 직접 코드를 짜거나 설계를 하는 등 실무를 병행해야 한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업무 보고나 조율이 아니라, 구성원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결국 잭 도시가 그리는 미래는 "판단은 AI와 시스템이 하고, 사람은 가장자리에서 일하는 구조"다. 인간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감, 윤리적 판단, 그리고 고객 및 동료와의 신뢰 구축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영상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아직 완성된 설계도 단계라는 점을 명시했다.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월드 모델과 자체 AI 에이전트 '구스(Goose)'는 작동 중이지만, 조직의 핵심인 '회사 월드 모델'은 여전히 구축 중이다. 또한, AI 도입을 핑계로 인력을 정리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AI 운영 비용이 인건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경제성 측면의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콜센터 업무를 AI로 대체할 때 발생하는 운영비가 인건비 절감액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 자포스(Zappos)의 홀라크라시나 깃허브의 무관리자 조직이 정보 단절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잭 도시가 AI라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이번 실험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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