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잃은 종손과 22대 종부, 바이크 위에서 나누는 '천생연분'의 삶
양경공파 22대 종부 이찬솔 씨가 심정지 후 기억을 잃은 남편과 바이크를 통해 삶의 무게를 나누는 일상을 전했다.
전통적인 종가(宗家)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취미를 가진 한 종부의 삶이 공개됐다. 양경공파 22대 종부인 이찬솔 씨는 최근 방송을 통해 오프로드 주행과 스킨스쿠버를 즐겨온 자신의 이색적인 면모와, 현재 종가 생활을 이어가며 마주한 삶의 무게를 전했다.
"두 번의 맞선 끝에 만난 인연"…두부상 남편과의 첫 만남
이찬솔 씨는 남편과의 만남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회상했다. 영상 속 자막과 출연자의 발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과거 휴대폰이 없던 시절 역전 앞 다방에서 첫 맞선을 보았다. 당시 서로 약속 장소를 혼동하여 이 씨가 한 시간 동안 홀로 기다려야 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이 씨는 맨바지를 입고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갔으나, 아버지가 월남치마 같은 옷에 빨간 노끈을 허리에 묶어 가디건을 빌려 입혀 보냈던 일화도 전했다. 첫인상에서 남편의 얼굴이 '두부상'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솔직한 고백도 이어졌다.
하지만 인연은 두 번째 맞선으로 이어졌다. 친정 조부의 문상 이후, 양가 어른들의 권유로 다시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남편은 부산에서 올라오는 길의 교통 체증으로 인해 두 시간 넘게 늦게 도착했다. 당시 이 씨는 시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이 씨는 쪽을 지은 채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 태우며 "색시가 마음에 든다"고 말한 시어머니의 당당한 모습에서 결혼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심정지 이후 멈춰버린 시간, "세 살 아이 돌보듯"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갑작스러운 시련을 맞이했다. 이 씨는 남편이 2021년 10월, 심정지가 발생해 쓰러졌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남편은 사망 상태로 발견될 만큼 위급했으나, 다행히 심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심정지 과정에서 발생한 뇌 손상으로 인해 현재 남편은 일상적인 현재만을 기억하는 상태다.
이 씨는 남편의 상태를 "세 살짜리 아기를 돌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남편이 누구를 만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식사와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매 순간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임을 전했다. 이 씨는 남편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일부러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을 거는 등 정성껏 간병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크 위에서 나누는 삶의 무게…재활의 돌파구 된 오프로드
남편의 재활을 위해 이 씨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취미였던 '바이크'였다. 거동이 불편하고 외부 활동이 제한적인 남편을 위해, 이 씨는 남편을 바이크 뒷좌석에 태우고 바람을 쐬러 나가는 길을 택했다. 이는 남편의 재활 겸 외부 활동을 위한 돌파구이자, 이 씨 본인의 취미를 함께 향유하는 방식이다.
이 씨는 "무거운 바이크를, 이 무거운 삶의 무게를 같이 나누어서 그런 게 좋다"며 바이크를 타고 고갯길을 오를 때 남편이 뒤에서 몸을 맞춰주는 모습에 대해 언급했다. 종가로서 1년에 열 번 가까이 치러야 하는 대제(大祭)와 봉사 등 고된 일상 속에서도, 남편과 함께하는 바이크 주행은 두 사람만의 특별한 유대감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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