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대 졸업생 53.4%가 90점 이상…비교 기준이 쟁점
2025년 4년제 대학 졸업생의 53.4%가 백분율 환산점수 90점 이상이었다. 대학별 평가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전국 4년제 대학 졸업생 가운데 백분율 환산점수 90점 이상인 비율이 2025년 53.4%로 집계됐다. 졸업생 두 명 중 한 명을 넘어선 셈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범수 의원이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분석해 10월 6일 공개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212~213개 4년제 대학 졸업생 약 157만 명이다.
수치가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다만 ‘90점 이상’을 곧바로 모든 대학에서 동일한 A학점으로 읽거나, 대학 교육의 질이 낮아졌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대학마다 만점 체계와 평가 방식, 전공 구성, 수강 인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의 핵심은 높은 점수 자체보다 성적표가 학생 간 성취 차이를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 있다.

5년 새 9.4%포인트…상위 구간이 두꺼워졌다
전체 졸업생의 평균 백분율 환산점수는 2021년 88.19점에서 2025년 89.45점으로 1.26점 올랐다. 같은 기간 90점 이상 비율은 44.0%에서 53.4%로 9.4%포인트 상승했다. 2023년부터는 90점 이상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최상위 구간인 95점 이상도 9.9%에서 18.1%로 8.2%포인트 늘어 약 1.8배가 됐다.
낮은 점수 구간은 얇았다. 80점 미만 졸업생은 전체의 5%대였고 70점 미만은 0.2% 수준이었다. 평균 점수가 오른 대학은 161곳, 낮아진 대학은 48곳이었다. 졸업생 평균이 90점 이상인 대학 수는 2021년 30곳에서 2025년 67곳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90점 이상인 대학도 55곳에서 106곳으로 증가했다.

| 지표 | 2021년 | 2025년 | 변화 |
|---|---|---|---|
| 평균 백분율 환산점수 | 88.19점 | 89.45점 | 1.26점 상승 |
| 90점 이상 졸업생 비율 | 44.0% | 53.4% | 9.4%포인트 상승 |
| 95점 이상 졸업생 비율 | 9.9% | 18.1% | 8.2%포인트 상승 |
| 평균 90점 이상 대학 수 | 30곳 | 67곳 | 37곳 증가 |
자료: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서범수 의원실 분석. 비교 연도는 졸업생 기준이며 점수는 백분율 환산점수다.
같은 90점이어도 대학·지역에 따라 의미가 달랐다
분포의 차이는 대학 유형과 지역에서 뚜렷했다. 2025년 평균 점수는 국립대 89.45점, 사립대 89.33점, 국립대학법인 92.39점으로 집계됐다. 분석에서 별도로 제시한 10개 대학 합계의 90점 이상 비율은 2021년 59.5%에서 2025년 72.3%로 올랐고, 95점 이상은 16.9%에서 34.7%로 커졌다.
지역별 90점 이상 비율은 서울이 67.0%로 가장 높았고 경북 39.8%, 전남·광주 42.2%, 울산 48.3% 등 차이가 컸다. 이 격차를 지역이나 대학의 교육 수준 차이로 해석할 근거는 이번 집계에 없다. 강의 규모, 전공 비중, 절대평가 적용 범위, 재수강 규칙처럼 점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함께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채용이나 대학원 선발에서 원점수만 나란히 놓으면 서로 다른 평가 체계에서 나온 숫자를 같은 자로 재는 문제가 생긴다. 상위 구간에 학생이 몰릴수록 1~2점의 차이가 실제 역량 차이인지, 대학별 채점 관행의 차이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워진다. ‘학점 인플레’ 논쟁을 성적을 후하게 줬다는 도덕적 비난으로만 다루기보다 정보의 식별력이 낮아진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공시 연도와 졸업 연도부터 구분해야
대학정보공시의 ‘졸업생 졸업성적 분포’는 대학이 임의로 만든 단일 평균이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통계조사의 졸업생 성적 구간 자료를 연계해 공시한다. 구간은 95~100점, 90~95점, 85~90점 등 백분율 환산점수로 나뉘며 단위는 사람과 비율이다. 대학별 평점 만점이 4.0, 4.3, 4.5 등으로 달라 백분율 환산 구간을 쓰는 것이다.
연도 표기도 주의해야 한다. 공시 지침에 따르면 2025년 공시는 2024년 8월 후기 졸업생과 2025년 2월 전기 졸업생을 합친 자료다. ‘2025년 한 해 졸업자’와 정확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비학위과정생, 교류·방문학생, 수료생 등은 제외된다. 공시 수치는 대학의 정정 제출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후속 비교에서는 같은 공시 시점의 자료를 써야 한다.
이런 정의는 수치를 무효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5년 동안 같은 계열의 공시 자료에서 상위 점수 구간이 꾸준히 두꺼워졌다는 흐름을 확인하게 해준다. 다만 평균과 비율만으로는 코로나19 시기 평가 방식 변화가 얼마나 남았는지, 특정 전공이나 수업 유형이 상승을 이끌었는지, 실제 학습 성과도 함께 올랐는지를 분리해 설명할 수 없다.
일률적 ‘강제곡선’보다 비교 가능한 맥락 공시가 먼저
학점 상승에 대한 대응을 전국 공통 상대평가 비율이나 상위등급 할당제로 곧장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수강 인원이 적은 실험·실습 과목, 팀 프로젝트,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수업까지 같은 비율로 등급을 자르면 교육 목표와 무관한 서열 경쟁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아무 맥락 없이 원점수만 제공하면 대학 간 비교의 왜곡은 계속된다.
현실적인 첫 단계는 공시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다. 대학 전체 평균과 함께 계열·전공별 점수 분포, 수강 인원, 절대평가와 패스·페일 과목 비중, 평가 규정 변경 시점을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시하면 숫자를 읽을 기준이 생긴다. 연도별 비교표에는 동일한 졸업생 범위와 정정 여부도 표시할 필요가 있다.
대학도 성적표에 해당 과목의 수강 인원과 점수 분포, 평가 방식을 함께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채용 기관과 대학원은 원점수의 소수점 차이를 기계적으로 서열화하기보다 전공 과목 구성과 과목별 분포를 함께 살펴야 한다. 점수를 낮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같은 점수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이번 분석은 높은 점수의 확산이라는 현상을 확인했지만 원인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다음 단계의 정책 논의는 ‘누가 학점을 후하게 줬나’보다 ‘어떤 평가 조건에서 점수가 올랐고, 그 점수가 학습 성과를 얼마나 잘 구분하나’를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공시 자료의 세분화와 평가 기준의 투명성이 뒷받침될 때 성적표는 다시 비교 가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 4년제대학 졸업생 절반 ‘A학점’… 인플레 심화 — 한국교육신문, 2026년 10월 6일
- 2-가-4. 졸업생의 졸업성적 분포 — 2025년 대학정보공시 공시지침
- 고등교육통계조사 —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통계조사
- 대학정보공시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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