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농산물 가격 0.5%p 상승…기후 리스크, 금융권 손실 45조 원 달할 수도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농산물 가격을 높이는 '히트플레이션'과 금융 시스템을 흔드는 '그린스완'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적극적인 기후 정책 대응 여부에 따라 금융권의 누적 손실액이 약 19조 원 가까이 차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이 지속되면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기후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그린스완(Green Swa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3일 공개한 'BOK 인사이트' 영상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등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물리적 리스크'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와 산업 구조 변화는 '전환 리스크'로 구분된다. 물리적 리스크는 홍수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평균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까지 포함하며,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 대응이 어려운 이유, '외부효과'와 '공유지의 비극'
기후 변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경제학적 개념인 '외부효과'와 '공유지의 비극'이 제시됐다. 먼저 외부효과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지만, 그로 인한 기후 변화의 피해는 사회 전체가 나누어 갖게 된다. 즉,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과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일치하지 않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각 국가가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할 경우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 문제도 크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목초지에서 각자가 이익을 위해 소를 더 많이 키우면 결국 목초지가 황폐해지는 것처럼, 각 나라가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국가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함께 겪게 된다. 특히 나라마다 상황과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폭염이 부르는 '히트플레이션', 기온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
기후 변화는 소비자 체감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영상에서는 더위(Heat)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개념을 소개했다. 폭염으로 인해 채소나 과일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냉방 수요 증가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 폭염 등으로 인해 국내 기온이 일시적으로 1도 상승할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약 0.4~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에 접한 폭염 특보가 실제 마트의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됐다.
예측 불허의 '그린스완', 금융 시스템 위협하는 기후 재난
기후 변화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이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발생 시 금융 시스템 전체에 막대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뜻하는 '블랙스완(Black Swan)'에 기후 요인을 결합한 개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처음 사용했다.
그린스완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 자체는 예상될 수 있으나, 그 충격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나 시스템을 흔들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홍수로 공장이 멈춰 기업의 생산과 매출이 줄어들면, 대출을 해준 은행의 손실로 이어지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 연쇄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하나의 기후 재난이 기업을 넘어 금융기관과 경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후 정책 대응에 따라 금융권 손실액 20조 원 차이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 기상청과 함께 은행과 보험사를 대상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정책 대응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후 변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금융권이 입을 누적 예상 손실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부터 2100년까지의 누적 손실액을 추정한 결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손실액이 26.9조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기후 정책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손실액은 45.7조 원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 대응 여부에 따라 손실 규모가 약 18.8조 원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5년 이내에 현실화될 수 있는 기후 변화와 정책 변화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강원(관광업), 제주(농업) 등 각 지역의 산업 특성을 고려해 기후 변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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