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장 AI 안경 두 차례 적발…수능 ‘소지’와 ‘사용’ 제재 다르다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논술시험에서 수험생이 일반 안경으로 사전 확인을 받은 뒤 스마트 안경으로 바꿔 쓴 사례가 잇따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규정상 스마트 안경은 수능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이다. 단순 미제출 소지는 당해 시험 무효, 무선기기 실제 이용은 다음 연도 응시자격 정지까지 적용될 수 있어 ‘소지’와 ‘사용’을 구분한 안내가 필요하다.
연세대와 서울시립대가 각각 10월 10일과 3일 치른 2027학년도 수시 논술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을 적발했다. 두 사례 모두 사전 확인 때는 일반 안경을 썼다가 시험 도중 카메라와 배터리 또는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안경으로 바꿔 착용한 것으로 대학들은 파악했다. 한 달여 뒤인 11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시험 당국의 점검이 ‘입실 때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이 커졌다.

두 대학, 같은 우회 방식
연합뉴스와 한겨레 보도를 종합하면 연세대 감독관은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신촌캠퍼스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일반 안경과 형태가 다른 안경을 알아챘다. 대학은 수험생이 시험 전 확인 때 일반 안경을 썼다가 시험 시작 뒤 카메라와 배터리가 들어간 스마트 안경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고 기기를 수거했다. 수험생은 착용 사실을 인정했다. 연세대는 다른 응시자의 시험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당 수험생에게 시험은 끝까지 치르게 했고, 13일 기준 후속 조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대에서는 3일 오전 자연계열 논술고사장에서 감독관이 두꺼운 안경테를 의심해 고사본부에 확인을 요청했다. 대학은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으로 확인하고 수험생을 퇴실시켰다. 이 수험생이 지원한 학과는 5명 모집에 12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4대 1이었다. 대학은 향후 3년간 시험 응시를 금지했다.
두 사건은 기기의 성능보다 절차의 빈틈을 먼저 보여준다. 사전 검사를 했는데도 적발을 피한 이유는 검사 이후 안경을 바꿔 썼기 때문이다. 기기 외형을 아는 감독관의 관찰이 실제 적발로 이어졌지만, 같은 수준의 교육과 식별 자료가 모든 시험실에 동일하게 제공되지 않으면 결과가 감독관 개인의 경험에 좌우될 수 있다.
| 시험 | 적발 경위 | 10월 13일 기준 조치 |
|---|---|---|
| 서울시립대 자연계열 논술(10월 3일) | 수험표 확인 때 일반 안경, 시험 중 스마트 안경 착용 | 퇴실·향후 3년 응시 금지 |
| 연세대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10월 10일) | 사전 확인 때 일반 안경, 시험 시작 뒤 카메라·배터리 탑재 안경으로 교체 | 기기 수거·시험 종료 뒤 후속 조치 검토 |
수능 요강은 이미 ‘스마트 안경’을 적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시요강’은 스마트 안경을 휴대전화·스마트워치·태블릿·이어폰과 함께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했다. 통신이나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물품뿐 아니라 충전식 물품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불가피하게 가져왔다면 교시 시작 전에 감독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제재를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 반입 금지 물품을 가져와 교시 전에 제출하지 않은 행위는 부정행위 유형 9호다. 요강은 6호부터 10호까지를 경미한 부정행위로 분류해 당해 시험만 무효로 한다. 반면 ‘부정한 휴대물을 보거나 무선기기 등을 이용하는 행위’는 3호다. 이 경우 당해 시험 무효와 함께 다음 연도 1년간 수능 응시자격이 정지된다. 스마트 안경이 가방이나 몸에서 발견된 상황과, 카메라·통신 기능을 실제 답안 작성에 이용한 상황은 사실관계와 제재가 같지 않다는 뜻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0월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올해 시험뿐 아니라 다음 해 응시자격도 박탈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제재는 단순 소지인지 실제 이용인지, 행위가 중대한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해 결정해야 한다. 시험 전 안내문도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불필요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매 교시 확인’만으로 충분한가
MBC는 교육부가 올해 수능에서 전파탐지기 적용은 시험장 환경에 따른 오류 가능성 때문에 어렵다고 보고, 매 교시 안경 착용 수험생을 감독관이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교육부는 시중 제품의 형태, 카메라 위치, 작동 때 나타나는 행동을 담은 교육 영상을 감독관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 교시 확인은 이번 논술 사례에서 드러난 ‘검사 뒤 교체’ 위험을 줄이는 조치다. 그러나 모든 안경 착용자를 육안으로 살피는 것만으로 카메라와 배터리를 안경테 안에 숨긴 제품을 일관되게 가려내기는 어렵다. 일반 교정용 안경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주거나 입실·시험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전파탐지기를 쓰지 못한다면 검사 횟수보다 검사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를 표준화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수험표와 시험장 안내에 스마트 안경의 금지 범위와 ‘소지·미제출·실제 이용’별 제재를 구분해 사전 고지해야 한다. 둘째, 의심 기기를 확인할 때는 한 감독관의 인상만으로 결론 내리지 말고 고사본부의 2차 확인과 사진 기록 등 증거 보존 절차를 둬야 한다. 셋째, 처방 안경과 장애·의료상 필요한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수험생을 위한 사전 확인 창구를 명확히 해 공정성과 접근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
평가원 요강은 개인의 신체조건이나 의료상 필요한 물품을 매 교시 감독관이 사전 점검하도록 하고, 보청기·인공와우·혈당관리기기 등은 시험관리본부의 사전 사용 허가를 받도록 한다. 스마트 안경 대응책도 기존 편의 제공 절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안경을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전자 기능의 존재와 실제 이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두 사건에서 대학별 조치는 달랐다. 서울시립대는 즉시 퇴실과 3년 응시 금지를 결정했고, 연세대는 시험을 마치게 한 뒤 제재를 검토했다. 대학별 모집요강과 현장 대응이 다른 상황에서 교육부와 대학협의체가 최소 공통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같은 행위가 시험장에 따라 다르게 처리될 수 있다. 수능 대책은 제품 식별법만이 아니라 적발 이후 조사, 증거 보관, 소명, 제재 결정까지 이어지는 표준 절차로 완성돼야 한다.
스마트 안경은 기존 규정 밖의 물건이 아니다. 이미 반입 금지 전자기기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남은 과제는 규정을 현장에서 재현 가능하게 집행하는 일이다. 사전 검사 한 번을 통과한 뒤 기기를 바꿔 쓰는 방식이 두 대학에서 반복됐다는 사실은, 기술보다 절차를 먼저 고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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