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21 (월)

"학생이 없어요" 동네 학원 폐업 위기…학군지 쏠림에 교육 양극화 심화

파란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실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경수 | 입력 2026.09.21 09:43 | 댓글 0
"학생이 없어요" 동네 학원 폐업 위기…학군지 쏠림에 교육 양극화 심화
파란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실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지역 교육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동네 학원들이 학생 부족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는 반면, 서울 목동 등 주요 학군지로 학생이 몰리는 '교육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66명에서 14명으로"…동네 학원 덮친 '씨앗 마름' 현상

유튜브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의 영상에 따르면, 수원에서 영어 입시학원을 6년째 운영해 온 노병훈 원장은 오는 10월 학원 폐업을 앞두고 있다. 한때 최대 66명까지 늘어났던 학생 수는 현재 14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노 원장은 폐업 이유에 대해 "경쟁이 심해서는 아니고요. 경쟁할 학원도 없는데 어렵습니다"라며 학생이 사라진 현실을 설명했다.

노 원장은 지역 내 학생 수 감소를 '씨앗이 마르는 현상'으로 표현했다. 졸업생은 계속 배출되는데 새로 유입되는 신규생이 적다 보니 학원의 존립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 학기 때 1학년 두 개 반, 한 반에 12명 정도인 것을 보고 심각성을 감지했다"며 "지방이 아닌 수원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떡볶이집과 PC방이 폐업하는 등 지역 상권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유아 인구 비율이 떨어져 3층짜리 유치원이 커피숍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한다"며 저출산의 여파를 언급했다.

노 원장은 과거 수능 영어 지문을 이해하지 않고도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CDI'라는 독자적인 학습법을 개발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특허까지 낸 이 방법은 학생들로부터 "사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도 했으나, 실제 점수로 이어지며 일타 강사들과 비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강의력만으로는 운영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 노 원장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자영업자이기도 해서 월세도 벌고 돈도 벌어야 투자를 하는데, 학생이 줄다 보니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학군지 쏠림 현상…'고정비 부담' 줄이려는 강사들의 이동

동네 학원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서울 목동 등 대형 학원가는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노 원장은 현재 목동의 대형 학원인 하이씨엔씨(HCNC) 본관에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동네 학원 운영과 대형 학원 강사 생활의 차이로 '고정비'와 '업무 집중도'를 꼽았다.

동네 학원 원장은 수업 준비뿐만 아니라 홍보, 전단지 배포, 학부모 상담, 결제 관리까지 모든 운영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 반면 대형 학원은 마케팅과 디자인 팀이 별도로 존재해 강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노 원장은 "동네 학원은 월세와 인건비 등 운영 부담이 크지만, 대형 학원은 그런 고정비 부담이 적어 심리적으로도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노트북과 TV를 연결해 라이브 송출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며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동네 학원 운영 방식으로는 무조건 망하겠다"는 직감이 전향의 계기가 됐다.

목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호진 원장은 해당 지역에 학부모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검증된 강사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의 퀄리티를 충분히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목동 지역의 한 학원은 약 3,000명의 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학군지 특유의 학습 분위기에 대해서는 "옆에 친구가 놀면 같이 놀게 되는 지역도 있지만, 학군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의력 있다면 대형 학원으로"…변화하는 교육 시장

교육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강사들의 생존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노 원장은 동네 학원 운영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목동 중심의 입시 시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예비 강사들에게 "운영을 하고 싶은 건지, 강의를 하고 싶은 건지"를 먼저 자문할 것을 권하며, "돈을 벌고 싶다면 강의력에 자신이 있을 때 큰 시장(대형 학원)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사회의 변화도 지속되고 있다. 노 원장은 "전반적으로 안 되는 데는 안 되고 잘 되는 데는 더 잘 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살아남는 동네 학원은 원장의 역량이 뛰어나 마케팅, 홍보, 상담, 수업에 사활을 걸고 잠을 거의 못 자는 수준으로 노력하는 곳들"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노 원장은 교육자로서의 고민도 덧붙였다. 그는 "동네 학원은 아이들을 키워냈는데 돈을 받는다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것은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중에 정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아무도 돈 때문에 영어를 못 배우는 경우가 없게 만드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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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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