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열, 20만원 들고 서울 온 이유 밝혔다
황치열이 KBS2 '말자쇼'에서 21년 전 서울 상경과 아버지의 위암 사연을 털어놨다.
황치열이 20만 원만 들고 서울로 올라왔던 21년 전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2 예능 '말자쇼'는 '타향살이' 특집으로 꾸며졌고, 경북 구미 출신인 황치열은 지역에서 무대에 서던 시절부터 긴 무명 생활을 버틴 과정까지 차분히 풀어냈다. 단순한 고생담보다 더 크게 남은 대목은 아버지였다. 완강히 반대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서울행을 허락했고, 황치열은 한참 뒤에야 그때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만원과 단벌로 시작한 서울살이
황치열은 어린 시절부터 춤을 췄고, 구미에서는 쇼핑몰 앞 공연을 다니며 이름을 알렸다고 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도 팬클럽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그는 '구미 마이클 잭슨', '구미 비'로 불렸던 때를 웃으며 떠올렸다. 하지만 집 안 분위기는 달랐다. 주말마다 공연을 해도 부모님은 보러 오지 않았고, 댄서에 이어 가수까지 하겠다는 말에는 반대가 더 컸다.
그 흐름이 바뀐 순간은 뜻밖이었다. 아버지가 어느 날 서울에 가보라고 허락했고, 황치열은 그 말을 기회로 받아들였다. 짐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민소매와 카고바지 차림, 손에는 20만 원뿐이었다. 예능의 웃음 속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그 장면은 황치열의 출발점이 얼마나 급하고 절박했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살이는 낭만보다 버티기에 가까웠다. 반지하 방에는 비가 오면 습기가 차고, 매연과 벌레도 견뎌야 했다.
아버지의 위암을 뒤늦게 알았다
상경을 허락한 이유는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황치열은 서울에 자리를 잡은 뒤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네 꿈을 위해서 달려봐라"라고 했던 마음을 뒤늦게 이해했다. 아들이 꿈을 접지 않도록 밀어낸 말이었고, 그 말은 황치열에게 오래 남은 빚이자 힘이 됐다.
이 대목이 더 크게 들리는 이유는 황치열의 무명 시절이 이미 잘 알려진 성공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긴 시간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채 보컬 트레이너와 가수 활동을 이어갔고, 2015년 '너의 목소리가 보여'와 '불후의 명곡'을 거치며 대중에게 다시 발견됐다. 이후 중국 경연 프로그램 출연으로 해외 팬층까지 넓혔다. 그러니까 이번 고백은 새로 만든 미담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재기의 앞부분을 더 선명하게 만든 이야기다.
무명 시절을 버틴 말은 거창하지 않았다
황치열은 무명 시절을 버틴 힘을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노래를 너무 좋아했고, 가슴이 뛰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목이 약해 한두 곡을 부르면 쉬어야 했지만 하루 17시간, 18시간씩 연습했고,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웠던 때에는 서점에서 코드를 베껴가며 익혔다고도 했다. 성공한 뒤 돌아보는 말이라 쉽게 들릴 수 있지만, 방송에서 이어진 설명은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집, 돈, 연습, 외로움이 한 줄로 이어졌다.
그가 전한 조언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고향에 남았다면 친구가 부르고 부모님의 따뜻한 밥이 있어 마음이 느슨해졌을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온전히 자기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나온 말이지만, 황치열의 팬들이 그의 노래에서 오래 붙잡아온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힘 있는 고음만이 아니라, 오래 늦게 도착한 사람의 시간이 노래 뒤에 있다는 점이다. 다음 확인 지점은 방송 이후가 아니라 무대다. 황치열이 새 노래와 공연에서 이 이야기를 어떤 감정으로 다시 들려줄지가 팬들에게는 더 직접적인 답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