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100억의 금자탑과 '배수구 장갑'… 설빙, 자본의 달콤함에 가려진 위생의 민낯
자본 시장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매장 주방의 퀴퀴한 배수구. 최근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을 둘러싼 두 가지 풍경은 극단적인 모순을 연출하고
자본 시장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매장 주방의 퀴퀴한 배수구. 최근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을 둘러싼 두 가지 풍경은 극단적인 모순을 연출하고 있다.
◆ 환호하는 자본 시장, 경악하는 소비자
한쪽에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UCK파트너스가 2차 리캡(자본구조재조정)을 통해 투자 원금을 조기 회수하고, 기업가치를 2100억 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축배의 잔을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배수구를 닦던 위생장갑으로 빙수에 토핑을 올리는’ 아르바이트생의 영상이 확산하며 소비자들의 경악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재무제표상의 숫자는 눈부시게 우상향하고 있으나, 고객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신뢰는 속절없이 추락하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10년째 제자리걸음, 면피성 사과로 일관한 '만성 질환'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번 ‘배수구 장갑’ 사태가 일회성 일탈이나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될 수 없는, 설빙의 10년 묵은 ‘만성 질환’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기록을 톺아보면 설빙의 위생 논란은 잊힐 만하면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시계를 2014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눈꽃빙수의 위생 상태를 지적했을 때, 서둘러 설빙 측은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지 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방에 CCTV를 설치하고 오픈 주방을 도입해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2019년 국정감사에서 설빙은 ‘최근 5년간 식품위생법 위반 1위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음료에서 플라스틱 이물질이 나왔음에도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로 도마 위에 올랐다.
10년의 세월 동안 본사의 사과문은 토씨 하나 크게 다르지 않게 반복되었지만, 매장의 위생 관리 시스템은 전혀 진일보하지 않았다. 2014년의 "CCTV 설치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고, 2024년의 "특별 위생 점검" 약속 역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립서비스로 들리는 것은 지난 10년이 증명한 궤적 때문이다.
◆ '엑시트'에 갇힌 시야, 펀더멘털 잃은 허울뿐인 '밸류업'
이러한 만성적 위생 불감증의 이면에는 결국 ‘외형 성장’과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된 기업 경영의 맹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체제하에서 기업의 모든 시계(視界)는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맞춰져 있다. UCK파트너스는 인수 후 1년 만에 가맹점 공급구조를 변경하여 유통 마진을 본사 매출로 끌어올렸고, 해외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로열티 수익 모델을 장착했다. 그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본의 논리에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밸류업(Value-up)'의 교과서다.
그러나 식음료(F&B)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기업가치(Corporate Value)는 재무적 기교(Recap)나 가맹점 쥐어짜기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반드시 ‘고객의 신뢰’라는 단단한 펀더멘털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교차 오염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어떻게 동남아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K-디저트의 위상을 논할 수 있겠는가. 배수구를 만진 손으로 만든 빙수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것은 기업의 위기를 넘어 K-푸드 전체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 재무제표보다 무거운 '식탁의 무결성'
설빙과 UCK파트너스에 고언(苦言)한다. 진정한 밸류업을 원한다면 엑시트를 위한 계산기부터 내려놓고, 매장 주방의 싱크대부터 철저히 해부해야 한다. 위생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교차 오염이 불가능한 조리 환경을 구축하고, 본사의 관리·감독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재투자해야 한다.
식음료 기업의 제1 원칙은 화려한 재무제표가 아니라, 고객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무결성(Integrity)이다. 2100억 원이라는 기업가치는 고객이 안심하고 빙수 한 숟갈을 입에 넣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허상이 아닌 실재가 된다. 위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를 저버린 채 쌓아 올린 매출의 금자탑은, 결국 한여름 땡볕 아래 놓인 얼음성처럼 허망하게 녹아내릴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