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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훈계와 교과서로는 혐오를 막을 수 없다… 배재고 사태가 남긴 과제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구호 논란과 그 후속 조치를 둘러싼 진통은,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안고 있는 민낯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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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훈계와 교과서로는 혐오를 막을 수 없다… 배재고 사태가 남긴 과제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구호 논란과 그 후속 조치를 둘러싼 진통은,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안고 있는 민낯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디지털 밀실에서 은밀히 확산된 청소년의 혐오 문화를 대하는 기성세대의 방식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그리고 교육 당국의 관료주의적 관성이 얼마나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가 이번 사태의 행간에 적나라하게 읽힌다.

■ 혐오의 '알고리즘'을 일방적 '훈계'로 덮으려 한 시대착오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적인 궤적과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역할을 가르치는 교육의 당위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이는 민주시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뿌리이자 헌법적 가치를 되새기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사안의 본질을 완벽히 비켜간 교육 당국의 행태는 그 거룩한 교육의 당위성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번 논란은 단순한 역사적 무지에서 비롯된 왜곡이라기보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생태계에서 역사적 상징이 가볍게 소비되고 희화화되는 '디지털 밈(Meme)' 문화의 침투와 밀접하다. 타인의 고통을 자극적인 유희 도구로 삼는 알고리즘에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1980년대 옥고를 치른 원로를 단상에 세워 거대한 역사 담론만을 늘어놓게 했다. "혐오는 강의 주제가 아니었다"는 강사의 해명은 역설적으로 이번 특강이 얼마나 현장의 맥락에서 벗어나 있었는지를 자인한 셈이다. 혐오의 메커니즘을 해부하고,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 민주주의의 적인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민감한 교육 대신, 역사적 당위만을 주입하려 한 대응은 병명을 오진한 의사가 무의미한 영양제만 투여한 꼴이다.

■ "30명 중 2명 빼고 다 잤다"… 학생들의 교실 속 침묵이 던진 질문

민주시민 교육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잘 사람은 자라"라는 강사의 해명과 "30명 넘는 반에서 나 포함 2명 빼고 전부 잤다"는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의 실명 보도가 던지는 씁쓸한 화두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이를 청소년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의 입에서 나온 "어떤 혐오 표현이 있고, 왜 문제가 되는지 배우고 싶었다"는 토로는 기성세대의 교조적 주입을 향한 묵직한 일침이다.

학생들은 일방적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혐오의 언어가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 역사적 상징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경계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배울 기회를 열망하고 있었다.

■ 뒤늦은 '학생 중심' 자백, 그러나 반복되는 '관제 행정'의 굴레

논란이 거세지자 최근 정근식 교육감은 "한두 시간 교육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며, 성인 중심적 관점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 교육감이 내놓은 대안은 또다시 거창한 '종합계획 발표'와 '공존과 소통의 민주시민'이라는 관제 교과서 신설이다. 말로는 학생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면서, 정작 행정적 귀결은 교과서를 신설하고 교육감 승인 과목을 늘리는 관료적 통제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급변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매일같이 변종을 일으키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2028년에야 보급될 교과서로 막아서겠다는 구상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교육감 승인 과목이라는 형식을 빌려 정권과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휘청일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이념 편향성 논란을 가중시킬 따름이다. 교과서에 명시된 정답을 외우게 하는 방식으로는 단 한 명의 학생도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키워낼 수 없다.

■ 훈육의 단상에서 내려와 학생들의 현실과 직면하라

민주시민역량은 교과서의 페이지 수를 늘린다고 해서, 혹은 높은 단상에 선 인사의 연설을 들려준다고 해서 저절로 싹트지 않는다. 그것은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적 맥락과 디지털 생태계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타인의 아픔에 하며, 자신의 언어가 지닌 무게를 깨닫는 소통의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교육 당국과 기성사회는 '2028년 교과서 완간'이나 '범정부 대책'이라는 청사진 뒤로 숨는 행정을 그만두어야 한다. 역사적 서사를 외치며 훈계하던 높다란 단상에서 내려와, 우리 학생들이 매일 접하는 혐오의 생태계와 직면해야 한다. 현장의 맥락을 짚지 못하는 거창한 구호는 학생들에게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음을, 배재고 교실의 침묵이 이미 똑똑히 증명해 보였다.

By 트렌드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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