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버틴 시간 강사" 정일영 교수, 초빙 교수로 얻은 '의료보험'의 의미
30년 차 시간 강사에서 인하대 초빙 교수가 된 정일영 교수가 전하는 학계의 현실과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시간 강사로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한 현실과 이를 극복해온 한 학자의 인내를 담은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근 유튜브 채널 '디글(Diggle)'을 통해 공개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영상에서는 프랑스어 전문가 정일영 교수가 출연해 지난 30년간의 학문적 여정과 최근 맞이한 새로운 변화를 전했다.
"의료보험이 가장 큰 보험"… 65세 정년 앞두고 얻은 초빙 교수 타이틀
정일영 교수는 최근 인하대학교 초빙 교수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올해 65세가 되어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맞이한 이번 임용은 그에게 단순한 직함을 넘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영상에서 초빙 교수가 되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 '의료보험'을 꼽았다. 그는 "초빙 교수가 되면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정규직과 유사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게 된 점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출연 제의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평소 방송 출연에 대해 "자존심이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혀왔던 그는, 이번만큼은 "몸이 기억한다"며 자신도 모르게 전화에 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출연을 두고 "미끼를 던졌는데 우리가 물었다"고 표현하며, 세상의 흐름에 따라 유재석 등 방송인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한 시간 5만 원의 현실"… 30년 버텨온 시간 강사의 삶
정 교수는 화려한 경력 뒤에 숨겨진 시간 강사로서의 비참하고도 치열했던 삶을 회고했다. 80년대 초반 프랑스 유학을 떠나 10년 넘게 공부하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귀국 후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당시 한 과목당 시간당 5만 원 수준의 강의료를 받으며 생활해야 했던 경제적 어려움을 고백했다.
특히 학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교수 임용이 실력뿐만 아니라 '운'과 '시기'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임을 설명했다. 그는 "80년대 학번들이 비슷한 시기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자리가 부족해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수 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압박에 대해서도 "연구 업적이 많고 경력이 많아도, 학교 측에서 '부족해서 안 뽑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면 강사로서는 반박하기 어렵다"며 학계의 냉정한 생리를 전했다.
그는 이러한 경제적 고비와 불안정함 속에서도 30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가르치는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다른 것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아이들을 가르치고 운동장에서 뛰는 게 좋았다"며, EBS 강의 등 다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밝혔다.
"기회는 포기하지 않으면 온다"… 65세에 맞이한 두 번째 도약
최근 유튜브 채널 '침착맨' 출연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침착맨 출연이 본인의 의도된 계획이라기보다,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 부정적이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취지의 소회를 밝혔다.
정 교수는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60세라고 해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며, "쉽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65세라는 나이에 새로운 직함을 얻고 다시금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게 된 그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전문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한 학자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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