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2 (월)
금융

전북은행 비트코인 담보대출 첫 실행…LTV·마진콜은 공개 안 돼

전북은행이 법인 고객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원화를 빌려주는 대출을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 실행했다. 수탁·집행 구조는 마련됐지만 LTV, 마진콜, 금리와 만기 등 핵심 위험관리 조건은 공개되지 않아 제도권 안착을 위해 투명성 보강이 필요하다.

전북은행이 2026년 10월 법인 고객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원화를 빌려주는 대출을 실제 취급했다. 12일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보도를 종합하면 대출 대상은 법인, 담보는 비트코인, 자금 용도는 기업의 사업 운영자금으로 제한됐다. 국내 은행이 비트코인을 여신 담보로 활용해 대출을 실행한 첫 사례로 전해졌다. 다만 대출 규모와 금리, 담보인정비율(LTV),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기준은 공개되지 않아 상품의 건전성을 평가할 핵심 정보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노트북의 비트코인 거래 화면과 옆에 놓인 하드웨어 지갑
비트코인 거래 화면과 하드웨어 지갑. 전북은행 대출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FlippyFlink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은행은 코인을 보유하지 않는다

공개된 구조의 핵심은 은행이 비트코인을 직접 받거나 지갑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주가 맡긴 비트코인은 전문 보관·관리업자의 체계 안에 보관되고, 전북은행은 담보가치 평가와 원화대출을 담당한다. 보관 주체는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가 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로 한정된 것으로 보도됐다.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이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보관업자에 대한 가상자산 이전청구권을 담보로 설정하는 구조에 가깝다.

채무불이행 등 담보권 실행 사유가 생겨도 은행이 코인을 직접 이전받는 방식은 피했다. 법원의 매각명령 등 집행절차를 통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고 그 매각대금으로 대출채권을 회수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이다. 이는 가격이 급변하는 자산을 은행이 직접 취득·처분하는 데서 생길 수 있는 회계·보관·자금세탁 위험을 줄이려는 장치다.

10월 바뀐 집행 절차가 문을 열었다

이번 대출의 제도적 배경에는 가상자산 집행 절차의 정비가 있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민사집행규칙 개정안은 가상자산 이전청구권을 법원의 압류명령으로 묶고, 양도명령이나 매각명령으로 현금화하는 절차를 새로 규정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매각을 위탁하거나 집행관 계정으로 옮긴 뒤 매각하는 방법도 포함했다. 이전에는 담보권이 있어도 실제 회수 단계의 절차와 권한이 분명하지 않았는데, 집행 경로가 구체화되면서 은행 여신의 실무적 불확실성이 줄어든 셈이다.

다만 집행 절차가 마련됐다는 사실은 담보가치가 안정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휴일과 밤에도 움직이고, 급락장에서 매각 주문이 몰리면 예상 가격보다 낮게 처분될 수 있다. 법원 절차에 걸리는 시간, 수탁사의 시스템 장애, 거래소별 가격 차이도 회수액을 바꾼다.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담보가치가 실시간으로 크게 움직이는 만큼, 낮은 LTV와 신속한 마진콜, 복수 거래소 가격을 반영한 평가 기준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수탁 안전장치와 신용위험은 다른 문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수탁 안전장치는 기본 방어선이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감독 기준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해킹·전산장애에 대비한 보험·공제나 준비금도 마련해야 하며, 원화마켓 거래소는 최소 30억원, 그 밖의 사업자는 최소 5억원 이상의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보관 중 도난이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대출잔액 아래로 내려가는 신용위험을 보전하는 장치는 아니다.

비트코인 담보대출의 두 가지 위험 방어선
비트코인 담보대출의 두 가지 위험 방어선
가상자산 수탁 안전장치와 대출 신용위험 관리 항목. 자료: 금융위원회·법원행정처, 2026년 10월 12일 확인. 그래픽=트렌드경제

공개되지 않은 네 가지 숫자

이 상품을 평가하려면 최소 네 가지 숫자가 필요하다. 첫째는 담보인정비율이다. 비트코인 1억원어치를 맡겼을 때 얼마까지 빌려주는지가 손실 흡수 여력을 결정한다. 둘째는 추가 담보 요구 또는 일부 상환이 시작되는 가격선이다. 셋째는 담보 처분이 시작되는 강제청산 기준이다. 넷째는 금리와 만기다. 이 네 항목이 공개되지 않으면 차주의 조달비용뿐 아니라 은행이 떠안는 잔여 위험도 외부에서 계산할 수 없다.

현재 보도에서는 전북은행이 복수 글로벌 거래소 가격을 가중평균한 지수와 변동성 지표의 중앙값을 기준가격으로 삼고,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지수의 명칭과 편입 거래소, 갱신 주기, 급락 가정의 폭, 마진콜 유예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차주의 영업비밀과 대출금액을 비공개로 할 수는 있어도, 상품 공통의 위험관리 원칙은 시장이 검증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코인 가격 상승’보다 제도권 시험대

이번 사례를 비트코인 투자 호재로만 읽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출이 비트코인 매수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법인의 사업 운영자금에 한정됐고, 은행도 코인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핵심 변화는 가상자산을 은행 여신의 담보로 평가하고, 부실 때 법적 절차를 통해 현금화하는 체계가 실제 거래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전북은행의 대출은 법인 가상자산 보유가 단순 매매를 넘어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가격 급락과 수탁 사고, 법원 집행 지연이 동시에 발생할 때 어느 주체가 손실을 부담하는지에 대한 계약 구조가 충분히 공개돼야 제도권 편입의 의미도 분명해진다.

첫 실행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 가능성이다. 전북은행이 향후 취급 건수와 연체·마진콜 발생 현황, 평균 LTV, 담보 처분 소요시간을 익명 통계로 공개하고 금융당국이 은행권 공통의 건전성 기준을 제시한다면 시장은 상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조건이 개별 계약에만 머물면 ‘은행권 최초’라는 상징성은 커도 위험관리의 투명성은 낮게 남는다. 이번 대출은 가상자산이 은행의 담보 목록에 들어온 출발점이지, 안전성이 입증된 종착점은 아니다.

참고자료

  • 이데일리, 「[단독]전북은행, 국내 은행권 최초 비트코인 연계 대출」, https://www.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2384566645612264
  • IT조선, 「전북은행, 비트코인 담보대출 개시… 은행권 최초」,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3092171802
  • 법원행정처, 「민사집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 입법예고」, https://sc.scourt.go.kr/portal/legislation/LegislationView.work?gubun=1&searchOption=&searchWord=&seqnum=529
  • 금융위원회, 「법인의 단계적인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추진합니다」, https://www.fsc.go.kr/no010101/84000
  •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하위규정 관련 QA」, https://www.fsc.go.kr/po020201/83937
  • 국가법령정보센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d=014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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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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