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3 (화)
트렌드헬스

전이성 대장암 6명에서 본 ‘치료 뒤 진화’…오가노이드 58개가 드러낸 세포 계통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김번 교수와 KAIST 공동연구진이 12일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전장유전체 분석으로 전이성 대장암 세포의 계통별 진화와 항암치료 흔적을 추적한 연구를 공개했다.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여서 휴면 암세포와 재발의 인과관계나 치료법을 확정한 결과는 아니다.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김번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연구진이 12일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원발암과 전이암에서 만든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분석해,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 계통이 갈라지고 서로 다른 유전적 흔적을 쌓는 과정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환자 6명에서 단일세포 유래 튜머로이드 58개를 만들고, 이에 대응하는 종양조직 18개와 함께 전장유전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조직 평균에서 ‘세포 계통’으로

종양조직을 한꺼번에 분석하면 여러 암세포가 섞인 평균값을 얻게 된다. 같은 환자의 종양 안에서도 세포마다 가진 변이가 다를 수 있어, 어느 계통이 살아남아 전이에 참여했는지와 치료 뒤 어떤 계통이 확장됐는지를 평균값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종양에서 떼어낸 단일 암세포를 각각 3차원으로 키운 오가노이드 클론을 만들어 이 문제를 좁혀 갔다.

연구진은 58개 클론과 18개 종양조직의 유전체 변이를 비교해 세포 계통의 ‘가계도’에 해당하는 계통수를 재구성했다. 분석 대상 전이암 세포들은 무작위로 흩어진 집단이 아니라 암 진행 중 형성된 특정 계통을 공통 조상으로 공유했다. 이는 원발암에 있던 일부 세포 계통이 선택적으로 생존하고 확장해 전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여섯 환자의 표본에서 관찰한 진화 경로가 모든 전이성 대장암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는 실제 종양에서 얻은 세포를 체외에서 3차원으로 배양한 연구 모델이다. 평면 배양보다 원래 종양의 유전적 특징을 더 잘 보존하면서 같은 환자 안의 여러 세포 계통을 따로 증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인체 안의 면역세포, 혈관, 주변 조직과 약물 대사 환경을 모두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오가노이드에서 보인 현상은 임상 결과와 별도로 환자 집단에서 검증해야 한다.

항암제가 남긴 ‘변이 서명’

연구진은 5-플루오로우라실(5-FU)과 옥살리플라틴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암세포에서 두 약물과 연관된 돌연변이 서명을 추적했다. 세포 하나당 평균 약 1400개의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가 확인됐고, 이는 전체 변이의 약 8%에 해당했다. 여기서 1400개는 환자 전체의 발생률이나 치료 성공률이 아니라, 연구 표본의 암세포 유전체에서 식별한 변이 개수의 평균이다.

국가암정보센터도 5-FU와 옥살리플라틴을 대장암 치료에 널리 쓰이는 항암제로 안내한다. 이번 연구의 초점은 두 약물의 효능을 새로 비교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치료를 거친 세포의 유전체에 남은 특징적인 흔적을 이용해, 어느 계통이 얼마나 활발히 분열했는지와 치료 전후 진화 경로를 되짚는 데 있다.

증식 속도가 빠른 암세포에서는 항암제 관련 변이가 더 많이 축적된 반면, 분열을 멈추거나 매우 느리게 자라는 휴면 상태의 세포에서는 관련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세포 분열이 활발할수록 약물 노출 뒤 유전적 흔적이 축적될 기회가 커진다는 해석이다. 변이가 적다는 사실 자체가 그 세포가 안전하거나 치료에 완전히 저항한다는 뜻은 아니다.

휴면 세포와 재발, ‘단서’와 ‘입증’은 다르다

휴면 세포가 치료 기간을 버틴 뒤 다시 증식한다면 재발이나 치료 저항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휴면 세포가 실제 환자에서 재발을 일으키는 장면을 시간 순서대로 관찰하거나, 특정 휴면 세포를 제거했을 때 재발이 줄어드는지를 시험한 임상연구가 아니다. 연구가 보여준 것은 증식 상태에 따라 항암제 관련 변이 흔적이 다르고, 그 차이를 단일세포 유래 오가노이드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휴면 암세포가 항암치료를 피해 재발을 일으킨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보다, 치료 흔적이 적은 느린 계통이 어떻게 생존하고 다시 깨어나는지 검증할 실험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연구진도 향후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기능 실험으로 휴면과 치료 저항성의 연결고리를 규명하고 환자별 반응 예측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표본 수가 6명이라는 점도 결과를 읽는 핵심 조건이다. 연구는 58개 튜머로이드와 18개 종양조직을 깊게 분석해 한 환자 안의 세포 다양성을 세밀하게 포착했지만, 환자 수가 많은 임상 코호트에서 예후를 비교한 연구는 아니다. 암의 발생 위치, 분자 아형, 치료 조합과 기간이 다른 환자에게서 같은 계통 패턴과 변이 비율이 반복되는지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58개 오가노이드가 여는 다음 질문

이 연구의 가치 중 하나는 한 덩어리의 종양을 평균으로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 살아남은 세포 계통의 이력을 복원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전이암과 원발암 사이의 공통 조상을 찾고 약물 관련 변이 서명을 겹쳐 보면, 치료 전에 이미 존재했던 계통과 치료 과정에서 선택된 계통을 구분하는 정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유전체 가계도와 실제 기능을 연결하는 일이다. 특정 계통이 휴면에 들어가는 조건, 약물 노출 뒤 다시 증식하는 시점, 주변 면역·기질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실험해야 한다. 더 많은 환자의 연속 표본과 치료 기록을 함께 분석해 오가노이드 관찰이 실제 치료 반응과 재발 시점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 환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치료 변경이 아니라 연구 해석의 경계다. 이번 결과만으로 개인의 항암제를 선택하거나 중단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종양 안에서도 암세포가 하나의 집단처럼 움직이지 않고, 증식 상태와 계통에 따라 치료가 남기는 흔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정량적으로 보여줬다. 환자별 치료 반응을 예측하려면 이런 세포 단위의 차이를 임상 자료와 연결하는 후속 연구가 관건이다.

현미경 아래 놓인 세포 배양 접시를 장갑 낀 손으로 조정하는 모습
현미경 아래 세포 배양 접시를 살펴보는 연구 장면. 기사 속 연구 현장이 아닌 자료사진. 사진: Linda Bartlett (Photographer)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전이성 대장암 오가노이드 연구의 분석 규모와 항암제 관련 변이
전이성 대장암 오가노이드 연구의 분석 규모와 항암제 관련 변이
연구 표본과 주요 수치. 1,400개와 8%는 5-FU·옥살리플라틴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암세포에서 확인된 항암제 관련 변이의 평균과 비중이다. 자료: Kim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7509 (2026)
전이성 대장암 오가노이드 연구 핵심 수치
항목수치기준·단위
환자6명전이성 대장암 연구 참여자
단일세포 유래 튜머로이드58개전장유전체 분석 대상 클론
대응 종양조직18개원발암·전이암 벌크 조직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세포당 평균 약 1,400개5-FU·옥살리플라틴 치료 환자의 암세포
항암제 관련 변이 비중약 8%해당 암세포의 전체 변이 중 비율

참고자료

#전이성 대장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튜머로이드 #국립암센터 #KAIST #전장유전체 #5-FU #옥살리플라틴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 ›
저작권자 ⓒ 트렌드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