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5 (목)
사회·교육

부산 고교 118명 재시험…내신 공동검토는 왜 걸러내지 못했나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고등학교가 15일 2학년 화학 수강생 118명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실시한다. EBS 교재와 유사한 문항이 10개 이상 확인된 가운데, 사전 공동검토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2026년 부산교육청 지침과 과거 사례를 대조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고등학교가 15일 2학년 화학 수강생 118명을 대상으로 2학기 중간고사 재시험을 실시한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치른 시험에서 EBS 교재 문항을 전재하거나 변형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 문항이 10개 이상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재시험을 모니터링한 뒤 출제 교사에 대한 행정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문제의 핵심은 EBS 교재를 참고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부산시교육청이 올해 배포한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은 시판 참고서 문항의 전재와 일부 변경 출제를 모두 금지하고, 동일 교과 교사 간 공동 출제·검토를 강화하도록 정하고 있다. 시험 전에 작동해야 할 두 겹의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실제 오류는 학생과 학부모의 이의 제기와 국민신문고 민원 뒤에야 드러났다.

시험장에 줄지어 놓인 책상과 의자
시험을 앞둔 교실의 책상과 의자. 기사 속 부산 학교와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 dcJohn / Flickr(CC BY 2.0)

‘교사 한 명의 실수’로만 보면 놓치는 것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학교 조사에서 2학년 화학 문항 10개 이상이 지침 위반으로 파악됐다. 담당 교사는 문항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변형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침은 ‘전재’뿐 아니라 ‘일부 변경’도 금지한다. 출처를 숨기거나 숫자와 선택지를 조금 바꾸는 정도로는 특정 교재를 미리 풀어 본 학생에게 생길 수 있는 선행 이점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학교는 특정 학원과의 연계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해당 학원이 같은 EBS 교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교사와 학원 사이의 부정한 연계를 뒷받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확인된 사실은 특정 교재 학습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유리할 수 있는 문항이 다수 출제됐고, 학교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재시험을 결정했다는 데까지다.

그럼에도 책임을 출제 교사 개인에게만 돌리면 재발 방지의 핵심을 놓친다. 부산교육청 지침은 교과협의회가 평가문항 공동 출제·검토를 협의하고 그 결과를 협의록에 기록해 결재받도록 한다. 정기시험 문항은 동일 교과 담당 교사들이 함께 출제·검토해 오류와 학급 간 성적 차를 줄이라고도 명시한다. 교과 담당자가 한 명이어도 학교 실정에 맞는 별도 검토 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내신 문항 검토 안전망과 이번 사건의 공백
내신 문항 검토 안전망과 이번 사건의 공백

매뉴얼에는 ‘전재 확인’까지 적혀 있다

지침 부록의 단계별 업무 매뉴얼은 더 구체적이다. 시험 전 교과협의회를 열어 평가 범위와 출제 유형, 문항 수를 협의하고 공동 출제·검토를 하도록 했다. 결재권자와 교과 담당자는 전년도 문항 재출제 여부, 출판사가 제공한 교사용 자료와 참고서 문항 전재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례는 규정이 없어서 발생한 사고라기보다, 규정에 적힌 대조 절차가 실제 문항 단위에서 얼마나 충실히 이행됐는지를 묻게 한다.

부산교육청 지침과 이번 사건에서 확인할 점
지침상 절차목적이번 사건의 점검 지점
참고서 전재·일부 변경 금지특정 교재 선행 학습에 따른 유불리 차단EBS 문항 10개 이상이 왜 사전 대조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동일 교과 공동 출제·검토문항 오류와 학급 간 격차 최소화실제 검토 참여자와 문항별 확인 기록이 남아 있는지
교과협의회·학업성적관리위원회교사 개인 판단을 넘어선 절차적 통제재시험 결정뿐 아니라 사전 심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이의 신청 및 결과 분석사후 오류 구제와 다음 평가 개선민원 의존형 발견을 줄일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는지

학교 측은 재시험 문항을 같은 교과 교사 전원이 협의해 출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를 낸 교사를 수업과 재시험 출제에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리 연루 사안이 아니고 해당 과목 담당자라는 이유다. 이 판단이 곧 지침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누가 최종 문항을 검증했고 어떤 기준으로 원문과의 유사성을 배제했는지 절차를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2023년에도 부산서 ‘민원 뒤 파악’

유사한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KNN은 2023년 10월 부산의 다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중간고사에서 25문항 가운데 6문항이 모의고사 기출 또는 EBS 문제와 선택지 순서까지 같았고, 다른 6문항은 선택지 순서만 바뀐 채 출제됐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교육청은 학교가 재시험을 결정한 사실을 약 보름 동안 파악하지 못하다가 학부모 민원 뒤에 인지했다.

2022년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학기 물리학 중간고사 20문항 중 15문항, 기말고사 25문항 전부가 EBS 수능특강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돼 두 시험 모두 다시 치렀다. 지역과 과목은 달랐지만, 특정 교재 문항이 내부 검토를 통과하고 시험 뒤 민원으로 드러났다는 흐름은 비슷했다. 몇 건의 사례만으로 전국적 빈도나 증가 추세를 말할 수는 없지만, ‘금지 규정-사전 검토-사후 민원’ 사이의 간극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은 확인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진이 2017년 발표한 지필평가 개선 연구도 신뢰 중심의 학교문화와 긴밀한 협의구조를 평가 개선의 촉진 요인으로 꼽았다. 평가권을 가진 교사의 전문성을 지키는 것과 동료 검토를 강화하는 것은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문항 출처와 변형 수준, 성취기준 적합성을 함께 검토하는 구조가 있어야 교사 개인에게 사고의 책임이 집중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재시험 이후 공개해야 할 세 가지

첫째, 학교는 최초 시험의 공동 출제·검토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협의회 개최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문항별 원출처 대조, 변형 정도 검토, 최종 결재 과정이 기록으로 남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둘째, 재시험 문항 검증에는 원출제자 외 교사나 외부 장학 인력 등 독립적인 시선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지침상 필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처럼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는 검증의 독립성이 결과만큼 중요하다.

셋째, 부산교육청은 출제 교사에 대한 행정 조치 여부만 발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학교 단위의 절차 개선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문항별 출처 확인표, 참고서·문제은행 대조 기록, 1인 교과의 교차 검토 기준, 재시험 발생 보고 시점 등을 표준화하면 사후 책임 추궁보다 예방 효과가 크다. 현재 지침에는 공동 검토와 전재 확인 원칙이 이미 있으므로, 새 규정을 늘리는 것보다 이행 증빙과 점검 책임을 분명히 하는 편이 우선이다.

재시험은 잘못된 평가를 바로잡는 최소한의 구제 수단이다. 하지만 학생 118명은 같은 과목을 다시 준비하고 응시해야 하는 시간과 심리적 부담을 떠안는다. 공정성을 회복하려는 조치가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재시험 일정·범위·성적 처리와 결시자 인정점 기준을 충분히 안내하고, 학생 이의 신청 창구도 다시 열어야 한다. 이번 사안의 마무리는 재시험 성적표가 아니라, 다음 시험에서 같은 문제가 사전에 걸러지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참고자료

#부산 고교 #재시험 #EBS 교재 #내신 평가 #학업성적관리 #공동 출제 #부산시교육청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 ›
저작권자 ⓒ 트렌드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0댓글

현재 댓글 작성이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