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TS2 영향 재평가…2028 시행은 유지
유럽연합 27개국 정상은 16일(현지시간) 고에너지 가격에 대응해 건물·도로교통용 연료에 탄소가격을 매기는 ETS2의 영향과 설계, 안전장치를 다시 평가하라고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 다만 채택된 결론문에는 시행 중단이나 추가 연기 결정이 없으며, 현행 일정상 2028년 전면 가동된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은 16일(현지시간) 고에너지 가격에 대응해 건물·도로교통용 연료에 탄소가격을 매기는 제2배출권거래제(ETS2)의 영향과 설계, 안전장치를 다시 평가하라고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 다만 채택된 정상회의 결론문에는 시행 중단이나 추가 연기 결정이 없다. 현행 일정상 ETS2는 2028년 전면 가동된다.

이번 결론은 ETS2를 없애자는 결정이라기보다, 이미 한 차례 늦춰진 제도를 에너지 가격 충격 속에서 어떻게 작동시킬지 다시 점검하라는 정치적 주문에 가깝다. 정상들은 시장안정준비금(MSR) 개정 절차를 서두르고 과도한 가격 변동성을 낮추라고 했다. 동시에 탄소시장이 투자와 혁신을 유도하는 예측 가능한 가격 신호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계가 배출권을 사는 제도는 아니다
ETS2는 발전소와 철강·시멘트 등 대형 산업시설을 다루는 기존 EU ETS와 별도 시장이다. 대상은 건물 난방, 도로교통, 기존 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소규모 산업에서 태우는 연료다. 배출권을 직접 사서 제출할 의무는 가정이나 운전자가 아니라 휘발유·경유·가스 등을 공급하는 연료 공급자에게 있다.
그러나 법적 의무자가 공급자라는 사실이 소비자 비용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급자가 배출권 매입비용의 일부를 연료 가격에 반영하면 난방비와 주유비가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부담은 배출권 가격뿐 아니라 각국의 연료세 구조, 공급자의 비용 전가 정도, 대중교통과 전기차·히트펌프 같은 대체 수단의 이용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
EU 집행위원회는 ETS2 상한을 2030년 배출량이 2005년보다 42% 줄도록 설정했다. 모든 배출권은 경매로 판매하며 회원국은 수입을 기후 대응과 사회적 지원에 써야 한다. 2025년부터 배출량 측정·보고가 시작됐고, 2028년부터 공급자가 검증된 배출량에 맞춰 배출권을 제출한다.
| 구분 | 기존 EU ETS | ETS2 |
|---|---|---|
| 주요 대상 | 발전·대형 산업, 항공·해운 등 | 건물·도로교통·일부 소규모 산업용 연료 |
| 의무 주체 | 배출 시설·운송 사업자 | 연료 공급자 |
| 전면 가동 | 운영 중 | 2028년 |
| 핵심 완충장치 | 시장안정준비금 | 별도 준비금, 초기 추가 경매, 사회기후기금 |
45유로는 고정 상한이 아니다
제도 초기에 가장 중요한 장치는 가격을 특정 수준에서 강제로 멈추는 상한제가 아니라 배출권 공급을 늘리는 규칙이다. 집행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2028년 경매 물량은 시장 유동성을 위해 30% 늘어난다. 가동 첫 2년에는 배출권 가격이 2020년 가격 기준 45유로를 넘거나 너무 빠르게 오르면 ETS2 시장안정준비금에서 추가 물량을 내놓을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기준이어서 명목가격 45유로에 영구 고정되는 구조도 아니다.
EU가 지난 6월 합의한 강화안은 이 준비금 발동을 연간 두 차례까지 허용해 최대 8천만 장을 추가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로이터는 이를 ETS2 가격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로 보도했다. 다만 배출권을 더 푸는 조치는 급등 속도를 낮추는 안전판이지, 연료비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없애는 보증은 아니다.

가격 신호가 미치는 범위는 작지 않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2023년 도로교통과 건물 직접배출 등을 포함한 ETS2 대상 부문의 배출량은 12억3,500만tCO₂e였다. 전체 대상 배출에서 도로교통이 61%, 건물이 28%를 차지했다. 건물의 화석연료 직접배출은 2005년부터 2023년까지 37% 줄었지만, 가정 난방에 쓰이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사회기금은 규모보다 전달력이 관건
분배 충격을 줄이는 또 다른 축은 사회기후기금이다. 집행위원회는 ETS2 경매수입과 기존 ETS 배출권 5천만 장, 회원국의 25% 공동 재원을 합쳐 2026~2032년 최소 867억유로를 동원할 것으로 본다. 지원 대상은 에너지·교통 빈곤에 취약한 가구와 영세기업이며, 건물 효율 개선과 청정 냉난방, 저·무배출 이동수단, 한시적 직접소득 지원 등에 쓸 수 있다.
하지만 867억유로가 모든 가구의 추가 비용을 자동으로 보전하는 것은 아니다. 회원국은 사회기후계획을 내고 집행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성과에 따라 돈을 받는다. 같은 탄소가격이라도 노후 주택 비중, 대중교통망, 소득 수준이 다른 지역별 체감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 대상 선정과 사업 집행 속도가 제도의 수용성을 좌우한다.
EEA는 유럽의 연평균 건물 개보수율이 약 1%에 머물러 있으며, 2030년까지 주거·비주거 건물의 개보수율을 적어도 두 배로 높여야 2015년보다 에너지 사용을 60% 이상 줄이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가격만 올리고 단열·히트펌프·대중교통 투자가 늦으면 취약계층은 당장 비용을 부담하면서 대체 수단은 얻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상회의가 바꾼 것과 바꾸지 않은 것
이번 정상회의는 ETS2의 법적 시행일을 바꾸지 않았다. 결론문이 요구한 것은 집행위원회의 영향평가 갱신과 설계·안전장치 재검토다. 향후 집행위원회 제안과 EU 의회·회원국 간 입법 과정에서 세부 규칙이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현 단계에서 ‘ETS2 폐기’나 ‘2030년 연기’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한국 기업과 독자에게도 제도의 성격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ETS2는 EU로 들어가는 수입품에 직접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산 제품에 ETS2 비용이 바로 붙는 것은 아니다. 다만 EU 현지 법인과 물류·유통망이 사용하는 운송·난방 연료 가격에 비용이 전가되면 운영비와 계약 가격을 통해 간접 영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재평가의 핵심은 탄소가격을 유지할지 말지의 이분법보다, 급등을 막는 준비금과 취약계층 지원, 탈탄소 투자를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에 있다. EU 정상들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누르는 표적·한시 조치를 주문하면서도,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서 벗어나는 에너지 전환이 구조적 해법이라는 입장을 함께 적었다. 2028년까지 남은 시간은 유예가 아니라 안전장치와 대체 수단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준비 기간이 됐다.
참고자료
- European Council conclusions on competitiveness, the next multiannual financial framework and enlargement and reforms, European Council, 16 October 2026
- ETS2: buildings, road transport and additional sectors, European Commission, updated 2 September 2026
- EU Emissions Trading System (ETS2) and Social Climate Fund: Mechanisms, challenges and conditions for a fair decarbonisation in buildings, European Environment Agency, 2026
- EU agrees stronger price controls for new carbon market, Reuters, 10 June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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