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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19 (월)
트렌드라이프

"AI로 쓸데없는 보고서 10개 더 만든다"…정도희 전 부사장이 말하는 '가짜 노동'

정도희 전 SKT 부사장은 AI 시대의 핵심이 기술 도입이 아닌 조직 문화의 변화에 있다고 강조하며, 가짜 노동을 제거하고 잡담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청소부 리더십'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AI로 쓸데없는 보고서 10개 더 만든다"…정도희 전 부사장이 말하는 '가짜 노동'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생각에 잠긴 여성의 모습 (사진=티타임즈TV 유튜브 영상 캡처)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도입 속도에 비해 조직의 운영 체제(OS)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첨단 스포츠카를 샀더라도 도로망이 울퉁불퉁하고 신호 체계가 낡았다면 속도를 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티타임즈TV가 전한 이 대담에서 정도희 전 SKT 부사장은 AI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가짜 노동'의 제거와 '잡담'의 가치를 꼽았다. 그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도입 전 '가짜 노동'부터 걷어내야…순서 바뀐 기술 적용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하며 '어떻게 하면 업무를 자동화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정도희 전 부사장은 이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AI를 적용하기 전에 먼저 무엇이 '가짜 노동'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를 쓰면 일주일에 하나만 만들어도 될 쓸데없는 보고서를 열 개씩 더 만들게 될 수도 있다"며 "가짜 노동이 무엇인지 보고 먼저 없애는 것을 선행한 뒤, 그 빈자리에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즉, 목적 없이 망치를 휘두르는 격이 아니라, 없애야 할 문제를 먼저 정의한 뒤 도구로서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많은 기업의 경영진이 외부의 AI 열풍에 자극받아 주객이 전도된 방식으로 AI를 도입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경직된 조직 체계다. 정도희 전 부사장은 조직과 리더, 개인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중 하나만 바뀌면 나머지가 원래 상태로 끌어당기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개인이 AI로 보고서 작성 시간을 단축했더라도, 기존의 복잡한 보고 체계나 회의 문화가 그대로라면 업무 효율의 개선은 체감되지 않는다. 또한, 리더가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더라도 연말 평가 제도가 과거의 방식(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평가)에 머물러 있다면 조직은 다시 과거의 관성으로 회전하게 된다. 그는 현재의 연간 사업 계획, 예산 배분, KPI(핵심성과지표) 제도 등이 AI 시대의 새로운 시도에는 맞지 않는 '구형 OS'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공유를 둘러싼 조직 문화 문제도 언급됐다. 데이터 전문가로서 그는 데이터 그 자체보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에이전트 시대에는 데이터가 에이전트의 '밥'이자 '먹이'가 되기 때문에 데이터 공유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부서 간 데이터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데이터를 정제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거나, 데이터를 제공한 팀이 오히려 상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적 문제가 데이터 공유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의 진짜 노동은 잡담"…AI가 대체 못 하는 '맥락의 해석'

AI가 조사, 코딩, 보고서 작성 등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게 되면서 인간의 역할은 '잡담'과 '창발'로 옮겨갈 전망이다. 정도희 전 부사장은 AI 시대에 사람이 반드시 붙잡아야 할 영역으로 '맥락의 해석'과 '아이디어의 확장'을 꼽았다.

그는 "AI는 팩트를 파악하고 사실을 정리하는 데 탁월하지만, 우리 회사의 특수한 상황이나 문맥에 맞춰 정보를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데이터라도 "우리 회사에서는 지금 이 타이밍에 이렇게 보고해야 한다"는 판단은 AI가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글쓰기를 예로 들어, 단순한 '전달'을 위한 글쓰기는 AI에게 맡길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생각의 확장'으로서의 글쓰기는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구분했다.

특히 그는 동료들과 나누는 '잡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복도를 지나다 만난 동료와 나누는 짧은 대화나 차 한 잔을 마시며 나누는 의견 교환은 AI가 학습할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한 정보와 이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잡담 속에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고(창발), 이를 바탕으로 AI에게 다시 질문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미래의 핵심 업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잡담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AI한테 한번 조사하기 시켜보자, 실험해 보자"라고 제안하며 AI와 협업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래의 사무실 풍경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 앞에 앉아 개인 업무에 몰두하거나 별도의 회의실에서 격식을 차리는 구조 대신, 넓게 오픈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잡담하고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적는 카페 같은 형태의 공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다만, 잡담의 효율을 높이면서도 업무의 깊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석구석에는 혼자만의 공간이 공존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지휘자 아닌 '청소부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리더의 역할 또한 근본적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과거의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조율하는 '지휘자'였다면, AI 시대의 리더는 구성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청소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도희 전 부사장은 "리더십은 구성원들 앞뒤에서 걸림돌을 치워주는 청소부 리더십이 될 것"이라며 "하나하나 가르쳐 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AI와 단독으로 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확증 편향'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AI와 대화하며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AI가 제공하는 논리에 매몰되어 생각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와 대화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내 대화가 AI를 끌고 들어온다"며, AI와 대화하며 속도와 품질은 높아졌지만 과거 동료들과 논의하며 생각의 균형을 잡던 과정이 사라지면서 확증 편향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논의하며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 AI가 줄 수 없는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사고의 균형을 잡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출처: 티타임즈TV 유튜브 「“리더는 지휘자가 아니라 청소부가 돼야 한다” (정도희 전 SKT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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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경제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기업소식, 금융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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