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와 83세, 매계문학상 10회 주인공 됐다
제10회 매계문학상 본상은 이기성, 만분가상은 박건삼 시인이 받았다.
제10회 매계문학상 본상은 이기성 시인에게, 만분가상은 박건삼 시인에게 돌아갔다. 각각 60세와 83세인 두 시인은 나이의 간격만큼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올해 수상작에서는 삶의 상처를 끝까지 바라보는 힘과 사람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함께 읽힌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후 3시 경북 김천시립문화회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이기성은 삶의 슬픔을 붙잡았다
본상 수상작은 이기성 시인의 시집 '감자의 멜랑콜리'다. 이 시인은 1998년 계간 '문학과사회'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불쑥 내민 손', '채식주의자의 식탁', '동물의 자서전' 등을 펴냈다. 평론집 '우리 유쾌한 사전꾼들', '백지 위의 손', 산문집 '놀이터의 유령'까지 내며 시와 비평, 산문을 오가온 작가이기도 하다. 현대문학상과 형평문학상을 받은 이력은 이번 수상이 갑자기 나온 결과가 아니라, 오래 쌓인 작업의 연장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감자의 멜랑콜리'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창한 말보다 낮은 자리의 사물과 감정이다. 작품은 삶의 비애와 불운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사람의 숨결이 닿는 이미지로 끌어온다. 슬픔을 꾸미지 않는 시가 오히려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 이 시집이 받은 주목도 그 지점에 있다. 불행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존재의 온기를 붙든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남는 결이 분명하다.
박건삼은 여행과 사람을 시로 묶었다
만분가상 수상작은 박건삼 시인의 '여행에 취하고 사람의 향기에 빠지다'다. 박 시인은 1993년 '포스트모던'으로 등단한 뒤 '지천명에도 바람이 흔들린다', '세 가지 그리운 풍경' 같은 시집을 냈고, '예순여섯에 까마노를 걷다', '가슴 뛰는 세상을 걷다' 등 여행기도 썼다. KBS 공채 1기 방송인으로 출발해 MBC와 SBS 등에서 PD로 일했고, 퇴임 뒤에도 국악방송과 방송 심의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은 그의 시가 책상 앞의 관념에만 머물지 않는 배경이 된다.
이번 시집은 여행지의 풍경만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 늦은 나이에 다시 돌아본 시간, 낯선 곳에서 발견한 정서를 시의 언어로 묶는다. 그래서 83세 시인의 수상은 단순한 고령 작가의 미담으로 소비되기보다, 오래 산 사람이 새롭게 바라본 세계가 문학 안에서 어떤 힘을 갖는지 묻는 장면에 가깝다. 여행은 소재이고, 핵심은 사람을 향한 시선이다.
지역 문학상이 지키는 이름
매계문학상은 김천문화원이 2017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조선 성종 때 '두시언해' 간행에 참여하고 유배가사의 효시로 꼽히는 '만분가'를 남긴 매계 조위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데서 출발했다. 2024년 제8회 본상은 김상미 시인, 향토문인상은 민경탁 시인이 받았고, 올해 10회에 이르러 본상과 만분가상 체계로 두 수상자를 냈다. 지역 문학상이 의미를 얻는 순간은 이름을 기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쓰이는 작품을 독자 앞에 다시 세울 때다.
이번 결과는 그 점에서 흥미롭다. 한쪽에는 비극과 불운을 깊게 바라본 시집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여행과 사람을 통해 사랑과 낭만을 되살린 시집이 있다. 두 작품은 분위기도, 작가의 이력도 다르다. 그러나 삶을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24일 시상식 이후 독자들이 확인할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의 이름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작품이 건네는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