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꽃잎' 뒤 20년 만에 청룡에 섰다
'꽃잎' 이정현부터 '그녀가 돌아온 날' 송선미까지 여배우 필모그래피를 짚었다.
배우의 이름은 한 편의 영화로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이정현에게는 1996년 영화 '꽃잎'이 그랬고, 송선미에게는 올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이 그런 자리에 놓였다. 최근 다시 회자된 세 편의 영화는 단순한 편성 정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영화가 여배우의 얼굴을 어떻게 기억해 왔는지 보여준다.
'꽃잎'으로 시작된 이정현의 긴 길
'꽃잎'은 장선우 감독이 5·18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소녀의 몸과 기억에 겹쳐 담은 1996년 작품이다. 이정현은 이 영화로 제17회 청룡영화상 여자신인상을 받았고,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무대에 다시 섰다. 당시 그는 '꽃잎' 이후 오랜만에 청룡영화상에 왔다며, 작은 영화가 받은 상의 의미를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응원으로 돌렸다. 그래서 이 수상은 한 배우의 트로피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가수 이미지와 장르 연기를 오가던 이정현이 결국 영화 안에서 다시 인정받은 순간이자, 작은 제작 규모의 작품도 배우의 힘으로 관객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례로 남았다.
송선미의 복귀는 신작의 이야기와 맞물린다
'그녀가 돌아온 날'은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으로, 2026년 5월 6일 개봉했다. 송선미, 조윤희, 박미소, 강소이 등이 출연하고, 이혼 뒤 연기를 멈췄던 여배우가 다시 독립영화로 돌아온 뒤 인터뷰와 연기 수업을 지나가는 하루를 따라간다. 작품 밖에서도 송선미에게는 특별한 결이다. 그는 2006년 '해변의 여인' 이후 홍상수 영화와 여러 차례 호흡했고, 이번에는 단독 주연으로 중심에 섰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감독의 영화 주인공을 하게 됐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속 인물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서고, 배우 송선미도 익숙한 감독의 세계 안에서 더 앞자리로 나왔다는 점이 겹쳐 보인다.
강예원이 보여준 장르 배우의 쓰임
'점쟁이들'은 2012년 개봉한 신정원 감독의 코미디 공포 영화다. 김수로, 강예원, 이제훈, 곽도원, 김윤혜가 한자리에 모여 기이한 마을의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강예원은 사건을 쫓는 기자 찬영을 맡았다. 이 영화가 지금 다시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흥행 성적보다 장르 안에서 배우가 맡은 기능 때문이다. 코미디와 공포가 섞인 작품에서는 과장된 상황을 받아 줄 현실적인 인물이 필요하고, 강예원의 캐릭터는 관객이 기묘한 사건 속으로 따라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이후 그는 '백희가 돌아왔다'로 KBS 연기대상 연작·단막극상도 받으며 영화와 드라마 사이를 오갔다.
세 배우의 기록은 한 줄짜리 필모그래피로만 읽기 어렵다. 이정현은 데뷔작의 강한 인상을 시간이 지난 뒤 여우주연상으로 다시 증명했고, 송선미는 홍상수 영화 안에서 조연의 익숙함을 넘어 주연의 무게를 맡았다. 강예원은 코미디 공포와 단막극처럼 장르의 결이 뚜렷한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넓혔다. 다음에 확인할 지점은 단순하다. 오래된 영화가 다시 불릴 때, 그 안의 배우를 지금의 작품과 함께 읽어야 더 많은 것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