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정답을 떠먹여준다"…구본권 소장이 말하는 '인지적 외주화'의 함정
구본권 소장이 AI 시대의 공부법에 대해 제언한다.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AI의 결과물을 검증하는 '감별 능력'과 변화에 대응하는 '학습 능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 소프트 스킬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이 수능 전 과목 만점을 받고,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 정답을 찾는 속도와 정확도에서 인간이 AI를 앞설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기존의 교육 방식과 '공부'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GPT-6 아스트라(Astra)가 수능 만점을 기록하고 90년간 풀리지 않던 수학 난제를 해결하자, 호준희 교수를 포함한 필즈상 수상자들이 "더 이상 수학 교육에 (AI를) 쓰면 안 된다"라고 집단 성명을 발표할 만큼 교육 현장의 충격은 실질적이다.
티타임즈TV가 전한 구본권 소장(책 '공부의 미래' 저자)의 인터뷰에는 AI 시대에 인간이 직면한 학습의 위기와 새로운 돌파구가 담겨 있다. 구 소장은 생성형 AI의 등장이 단순한 도구의 발전을 넘어, 인간의 사고 과정을 대신하는 '인지적 외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과거 마셜 맥클루언이 미디어를 '인간 감각의 확장'이라고 정의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안경이 눈의 연장이고 옷이 피부의 연장인 것처럼 도구가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AI는 인간의 판단과 사고 기능 자체를 대체하며 퇴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과물만 매끄러운 AI…유창성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구 소장은 생성형 AI가 과거의 검색 기술이나 컴퓨터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 검색 시대에는 방대한 정보 중 무엇을 읽고 신뢰할지 인간이 직접 '선별'하고 '판단'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검색 결과 리스트 중에서 무엇을 가져올지 결정하는 고도의 판단 작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완벽하고 매끄러운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떠먹여 준다'는 점이 다르다.
"생성형 AI는 질문에 대해 등장 확률이 가장 높은 언어를 조합해 보여준다"며 "문장이 누구보다 깔끔하고 유창하기 때문에 인간은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유창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구 소장은 경고했다. 인공지능이 사고의 과정을 대신하면서 인간의 판단력과 사고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니콜라스 카가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구글이 인간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지만, AI는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구 소장의 설명이다.
특히 구 소장은 기존 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언급했다. 과거에는 학습의 과정(공부)과 결과(성적)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시험 준비를 위해 단어를 외우고 공식을 익히는 과정 자체가 학습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과정 없이도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 결과물만으로 학습자를 평가하는 기존 방식은 불공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 소장은 "이제 '엉덩이 힘'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전통적 학습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기업이 찾는 인재의 조건, 지식보다 '감별 능력'과 '학습 능력'
그렇다면 AI와 경쟁해야 하는 인간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구 소장은 AI와 지식 대결을 펼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단언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더 이상 엑셀이나 인터넷 활용 능력 같은 '하드 스킬'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직장인에게 AI는 이미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제 AI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가장 현명하게 다루고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구 소장은 미래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역량으로 '소프트 스킬'을 꼽았다. 그는 특히 '감별 능력'과 '판단력'을 강조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사실인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검증할 수 있는 '감시관'의 역할이 전문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란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기반으로 '이건 좀 이상한데?'라고 느끼는 직감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검증하며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AI의 결과물을 감시하는 '감시관'의 역량이 곧 전문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한 태도'와 '학습 능력' 역시 필수적인 소프트 스킬로 언급됐다. 어떤 과제가 주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등장하더라도 가장 열심히 배워서 해결하려고 하는 주도적인 태도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구 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고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려는 것이 공부의 본질이자 미래"라고 강조했다.
AI, 학습의 장벽 낮추는 '개인 맞춤형 파트너' 될 수 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퇴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에 대해 구 소장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AI가 오히려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과거에는 소크라테스 시대의 문자 발명처럼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지식의 형태가 변해왔다. 문자가 지식을 대중화하고 컴퓨터가 새로운 학습법을 만들었듯, 생성형 AI 역시 새로운 학습법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과목의 기초 지식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 수학이나 물리 등 특정 분야를 일찍이 포기하는 이들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구 소장은 "생성형 AI는 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나만을 위한 학습 도구"라고 평가했다. AI를 통해 부족한 기초를 보완하며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기초가 부족해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던 학습자들에게 AI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AI를 활용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면, 오히려 과거보다 더 넓은 범위의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AI 시대의 공부는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인지적 외주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 삼아 인간의 판단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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