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5 (목)
생활건강

건강검진 안 받아도 참여…100만명 바이오빅데이터, 동의서에서 볼 4가지

보건복지부 등 4개 기관이 15일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일반 참여 문호를 전 국민으로 넓혔다. 11월 첫 연구용 데이터 개방을 앞두고, 참여자가 확인해야 할 수집 범위·보유기간·철회 뒤 처리·연구자 접근 조건을 공식 자료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토대로 짚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질병관리청은 15일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의 일반 참여 기준을 완화해 국가건강검진 수검자가 아니어도 원하는 국민이 모집기관에서 동의·검사 절차를 거쳐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2년까지 100만 명의 유전체·임상·공공 데이터를 모으고, 다음 달 첫 연구용 데이터 개방을 시작할 계획이다.

검사실에서 혈액 검체를 다루는 모습
검사실에서 혈액 검체를 다루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NavyMedicine / Flickr(퍼블릭 도메인)

검진 기록 한 장을 내는 사업이 아니다

15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증 행사에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등 4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연구 참여에 동의한 뒤 채혈과 신체계측을 거쳤다. 혈액·소변 검체에서는 DNA와 혈청 같은 인체자원이 만들어지고, 참여자의 유전체·임상·공공 데이터가 결합돼 연구자에게 제공된다.

중요한 점은 ‘채혈 한 번’보다 그 뒤에 연결되는 정보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공개한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보면 필수 수집 범위에는 성명·생년월일·주소 같은 일반정보와 과거력·가족력·흡연·음주·신체활동 등 문진정보, 계측·혈액·소변·영상검사, 진단·투약·처치·사망정보 등이 포함된다. 의무기록, 투약·진료·건강검진·예방접종 이력, 걸음 수·혈압·혈당·수면·체중 같은 개인생성 건강정보, 유전체·오믹스 정보도 항목에 올라 있다. 다만 일부는 선택항목이므로 실제 참여 때 어떤 항목이 필수이고 어떤 항목을 거부할 수 있는지 동의서에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자료를 한 사람 단위로 장기간 연결하면 특정 유전변이와 질병 발생, 약물 반응의 관계를 찾는 데 유용하다. 한국형 의료 인공지능이나 신약·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대표성 높은 학습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가 내세우는 공익이다. 반대로 유전체는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없는 정보이고 가족과 일부 특성을 공유한다. 이름을 떼는 조치만으로 논의가 끝나지 않는 이유다.

100만 명 목표보다 먼저 볼 세 가지 문장

첫째는 수집 범위다. 참여자는 ‘건강정보’라는 묶음말만 보지 말고 진료기록, 공공기관 연계정보, 웨어러블 등 개인생성 정보, 유전체 정보가 각각 필수인지 선택인지 확인해야 한다. 향후 추가 수집이나 재연락에 동의하는 항목이 별도로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은 선택항목 때문에 참여 자체가 제한되는지도 현장에서 확인할 사안이다.

둘째는 보유기간과 철회 뒤 처리다. 현재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이 사업 참여자 정보를 ‘사업 목적 달성 시까지 또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보존기간까지’ 보유한다고 적고 있다. 오늘 공개된 보도자료에는 참여 철회 시 이미 만들어진 검체·유전체 데이터와 이미 승인된 연구 결과를 어느 시점까지 회수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참여 전 동의서에서 철회 신청 방법, 철회가 미치는 범위, 이미 분양되거나 분석된 자료의 처리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는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용하는지다. 정부는 데이터뱅크와 바이오뱅크에 자료를 보관하고 대학·병원 등 연구자에게 개방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참여자가 판단하려면 연구계획 심사 주체, 기업 연구자의 접근 범위, 원자료 반출 가능 여부, 재식별 시도 금지와 위반 제재, 연구 종료 뒤 삭제·보관 방식이 쉬운 말로 공개돼야 한다. ‘안전하게 활용한다’는 선언을 접근기록과 심사 결과 같은 확인 가능한 정보로 바꾸는 일이 11월 첫 개방의 시험대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일정과 확인 지점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일정과 확인 지점
정부가 밝힌 구축 일정과 규모
구간정부 계획기준
1단계77만2000명 모집2024~2028년
2단계총 100만 명으로 확대2029~2032년
첫 개방연구용 데이터 1차 개방2026년 11월 예정

대표성은 숫자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정부 계획은 2024~2028년 1단계에 77만2000명을 모집하고, 2029~2032년 2단계를 거쳐 100만 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규모는 국제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모집단의 구성도 중요하다. 참여가 대형병원 접근성이 높은 사람이나 건강정보 제공에 익숙한 집단에 치우치면 데이터로 만든 진단모형과 치료기술의 효과도 특정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번에 건강검진 수검자 제한을 없앤 것은 모집 문턱을 낮춘 조치다. 다음 과제는 연령·지역·성별·질환·사회경제적 배경별 참여 현황을 공개하고 부족한 집단을 보완하는 것이다. 모집 숫자만 월별로 발표하기보다 표본 구성이 실제 인구를 얼마나 닮았는지 함께 보여줘야 ‘100만 명’이 연구 품질을 뜻하는 지표가 된다.

참여 보상은 검사 결과가 아니라 신뢰

바이오뱅크 참여는 개인 진단을 받는 건강검진과 다르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유전적 위험이나 검사 결과를 개인에게 돌려주는지, 돌려준다면 임상적으로 확인된 결과만 전달하는지 역시 동의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결과 환류가 없다면 그 사실도 참여 전에 명확히 알려야 불필요한 기대를 막을 수 있다.

또 연구 성과가 특허·신약·의료기기로 이어질 때 참여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익이 돌아오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개인에게 수익을 배분한다는 뜻이 아니라, 승인된 연구 목록과 성과, 특허·기술이전 현황, 국민 건강에 재투자된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자는 취지다. 기증은 무상이어도 운영기관의 설명 책임까지 무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11월 첫 데이터 개방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많은 사람을 빨리 모으는 것과 안심하고 오래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모집기관은 동의서를 서명받는 문서가 아니라 선택권을 설명하는 도구로 써야 하고, 정부는 어떤 연구가 어떤 자료를 썼는지를 참여자가 나중에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00만 명 데이터의 가치는 표본 수가 아니라 100만 명이 납득한 동의에서 나온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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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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