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중재 32만건·수용 81.9%…다음은 결과표
질병관리청은 26일 300병상을 초과하고 전담 인력을 갖춘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시범사업 3차 연도 공모를 시작했다. 첫해 32만1661건의 처방 중재와 81.9% 수용률을 넘어, 마지막 연도에는 병원 규모를 보정한 사용량·내성률·환자 결과의 공통 성과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청은 26일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의 3차 연도 참여기관 모집을 시작했다. 300병상을 초과하고 전담 의사·약사 요건을 갖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대상이며, 접수는 11월 13일까지다. 선정 결과는 11월 27일 발표된다. 2024년 11월 시작한 시범사업의 마지막 참여 기회다.

참여기관은 첫해 78곳에서 현재 90곳으로 늘었다. 숫자만 보면 외연이 넓어졌지만, 이번 공모가 던지는 질문은 ‘몇 곳을 더 받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2027년 말 시범사업 종료를 앞두고 중재 건수를 실제 항생제 사용 감소와 환자 안전으로 연결해 보여 줄 공통 성과표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32만 건 중재, 수용률 81.9%
질병관리청이 지난 22일 공개한 1차 연도 성과를 보면 78개 기관에서 의사·약사 등 전문인력 695명이 전담팀에 참여했다. 이들은 항생제 선택, 투여 기간과 용량, 특정 항생제의 승인·제한 등을 검토해 32만1661건의 처방을 중재했다. 의료진이 제안을 받아들인 건 26만3373건으로 수용률은 81.9%였다.
이는 ASP가 단순한 교육 캠페인이 아니라 처방 현장에 개입하는 체계로 작동했다는 신호다. 다만 중재 건수와 수용률은 과정 지표다. 수용된 제안이 중복 처방이나 불필요한 광범위 항생제를 얼마나 줄였는지, 치료 실패나 재입원·사망을 늘리지 않으면서 사용 기간을 단축했는지는 별도의 결과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기관 규모가 다르면 중재 건수의 단순 비교도 왜곡될 수 있다. 병상이 많고 중환자 비중이 높은 병원은 중재 기회 자체가 많다. 따라서 병원별 성과는 총건수와 함께 재원일수 1000일당 항생제 사용량, 항생제 투여일수, 중재 수용률, 제한 항생제 비중, 내성균과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 발생률 등을 같은 정의로 제시해야 비교가 가능하다.
33.6 DID가 뜻하는 것
사업의 배경에는 다시 늘어난 국내 항생제 사용량이 있다. 질병관리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해 제시한 2024년 한국의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3.6 DID다. 2021년 19.5 DID보다 72.3% 늘었고, 2024년 OECD 평균 19.7 DID의 약 1.7배다.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 구분 | 사용량 | 비고 |
|---|---|---|
| 한국 2021년 | 19.5 | 비교 기준 |
| OECD 평균 2024년 | 19.7 | 한국의 약 59% |
| 한국 2024년 | 33.6 | 2021년 대비 72.3% 증가 |
DID는 처방전 수나 환자 비율이 아니다. ‘인구 1000명당 하루 정의된 1일 용량’으로 환산한 기술적 소비 지표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 값이 매일 항생제로 치료받는 인구 비중을 대략 추정하지만, 정의된 1일 용량이 실제 권장 치료용량과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33.6 DID를 곧바로 ‘국민 3.36%가 매일 항생제를 복용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 국가 전체 DID와 병원 ASP의 효과를 바로 연결할 수도 없다. 전체 사용량에는 지역사회 처방과 병원 처방이 함께 영향을 준다. 병원 시범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병원 안에서는 재원일수나 환자일수 같은 분모를 쓰고, 국가 수준에서는 외래와 입원을 나눠 추세를 봐야 한다. ECDC도 국가 간 비교에는 표준화된 DID를 쓰면서 병원 부문을 별도로 구분하고 광범위·협범위 항생제의 구성까지 함께 본다.
90곳이 ‘얼마나 넓은가’는 아직 안 보인다
이번 보도자료와 공고문에는 현재 참여 중인 90곳이 전체 적격 의료기관의 몇 퍼센트인지, 권역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3차 연도에 몇 곳을 더 선정할지 제시되지 않았다. 참여 숫자의 증가만으로는 공백을 판단하기 어렵다. 서울·대도시와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사이의 전문인력 격차가 남아 있는지도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대상 기준도 경계선을 만든다. 허가병상 300개 이하 병원과 요양병원은 이번 공모 대상이 아니다. 집중 치료와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많은 대형병원을 우선하는 데에는 합리성이 있지만, 시범사업 종료 뒤에는 중소병원으로 확산할 별도 모델이 필요하다. 대형병원 전담팀이 권역 내 중소병원을 원격 자문하거나, 여러 병원이 감염전문의와 전문약사를 공동 활용하는 방식 등을 검증할 수 있다.
마지막 1년, 건수에서 결과로
3차 연도 사업은 2027년 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이 마지막 1년에는 세 층위의 공개가 필요하다. 첫째, 기관별 규모를 보정한 활동량이다. 중재 총건수뿐 아니라 환자일수 1000일당 중재와 항생제 투여일수를 함께 보여야 한다. 둘째, 항생제의 질이다. 전체 사용량이 줄어도 최후수단에 가까운 약의 비중이 늘면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환자 결과다. 재원일수·재입원·사망·감염 재발을 함께 봐야 ‘덜 쓰되 안전하게 썼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성과 공개 방식도 중요하다. 기관별 서열표 하나보다 동일 기관의 사업 전후 변화와 비슷한 규모 병원군의 범위를 함께 제시하는 편이 유용하다. 환자 중증도와 진료과 구성이 다른 병원을 한 줄로 세우면 고위험 환자를 많이 보는 기관이 불리해질 수 있다. 공통 정의, 위험 보정, 자료 누락 표시가 갖춰져야 성과표가 처벌 도구가 아니라 개선 도구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세계 항생제 내성 감시 보고서에서 표준화된 국가 감시자료가 공중보건 대응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국내 ASP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32만 건의 중재와 81.9% 수용률은 출발점이다. 2027년 말에는 어느 병원에서 어떤 항생제가 얼마나 줄었고, 내성률과 환자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시범사업이 상시 제도로 넘어갈 근거가 생긴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 3차 연도 참여기관 공모, 2026년 10월 26일.
- 질병관리청,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 1차 연도 성과공유회」 개최, 2026년 10월 22일.
- 질병관리청, 적정사용을 위한 각종 정책, 2026년 5월 22일 최종검토.
- 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Antimicrobial consumption in the EU/EEA (ESAC-Net) – Annual epidemiological report for 2024, 2025.
- World Health Organization, Global antibiotic resistance surveillance report 20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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