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민행정 지역화…예산은 통합에 91% 집중
경기도가 16일 ‘이민 행정의 지역화’를 논의했다. 전국 등록외국인의 약 30%가 사는 경기도의 2026년 외국인정책 시행예산은 938억5300만원으로 늘었지만 사회통합 분야에 90.9%가 집중됐다. 지역화가 구호를 넘어 권한·통계·성과체계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짚었다.
경기도가 16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이민 행정의 지역화’를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민·다문화 학회와 지원기관 관계자, 도민 등 25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앙집권적으로 설계된 이민 행정을 지역 수요에 맞게 바꾸자는 논의가 나왔다. 경기도가 밝힌 근거는 분명하다. 전국 등록외국인의 약 30%가 도내에 거주한다.
행정 수요도 이미 지역 현장에 모여 있다. 외국인 주민이 일자리를 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며 주거·의료·노무 상담을 받는 접점은 시군과 광역지자체다. 체류자격과 국적 같은 법적 지위는 국가가 관리하지만, 정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지역 행정이 먼저 마주한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중앙 업무를 단순히 넘기는 데 있지 않다. 현장의 수요가 국가의 체류·고용·교육 정책에 되돌아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30% 거주지, 정책은 이미 지역에서 작동
경기도는 2024년 7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이민정책 전담 실국인 이민사회국을 신설했다. 이어 2025~2027년 종합계획에 사회통합, 인권보장, 이민정책, 거버넌스 등 4개 분야 33개 과제를 담았다. 10개 언어 상담을 제공하는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 이주노동자 주거·산업안전 지원, 이주배경 아동 취학 안내, 외국인 인재와 기업을 연결하는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등이 이 틀 안에 있다. 조직과 사업의 외형은 이미 ‘지역화’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938억원 중 사회통합 90.9%
다만 예산표를 보면 지역화의 과제가 더 선명해진다. 법무부가 취합한 2026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에서 경기도의 관련 과제 예산은 2025년 810억3900만원에서 2026년 938억5300만원으로 15.8% 늘었다. 이 가운데 사회통합 분야가 852억7000만원으로 전체의 약 90.9%를 차지한다. 인권 분야는 84억3200만원, 경제 분야는 1억2400만원, 안전 분야는 2000만원, 협력·인프라 분야는 700만원이다.
이 수치는 경기도 전체 이민 관련 지출을 모두 포괄한 결산액이 아니라, 정부의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에 분류된 과제와 소요예산이다. 분야별 사업 성격과 회계 분류가 다르므로 액수만으로 정책의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민 행정의 지역화’를 새로운 행정모델로 만들려면 협력·인프라 분야의 역할과 재원, 담당 조직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상담과 교육 사업을 늘리는 것과 중앙·광역·기초정부가 의사결정 권한을 나누는 일은 서로 다른 과제이기 때문이다.

| 분야 | 과제 수 | 2025년 | 2026년 | 증감률 |
|---|---|---|---|---|
| 전체 | 241개 | 81,039백만원 | 93,853백만원 | 15.8% |
| 경제 | 12개 | 188백만원 | 124백만원 | -34.0% |
| 안전 | 2개 | 20백만원 | 20백만원 | 0.0% |
| 사회통합 | 196개 | 71,570백만원 | 85,270백만원 | 19.1% |
| 인권 | 29개 | 9,172백만원 | 8,432백만원 | -8.1% |
| 협력·인프라 | 2개 | 89백만원 | 7백만원 | -92.1% |
숫자의 분모부터 맞춰야 한다
첫 번째 검증 지점은 통계의 정의다. 경기도 보도자료의 ‘전국 등록외국인 30%’는 출입국 행정상 등록외국인을 분모로 삼는다. 반면 2026년 시행계획은 2024년 11월 기준 경기도의 ‘이민자’를 84만5074명으로 제시한다. 여기에는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뿐 아니라 국적취득자와 외국인 주민 자녀가 포함돼 주민등록인구 대비 6.1%로 계산된다. 두 수치는 모두 의미가 있지만 모집단이 다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5월 기준 이민자체류실태및고용조사도 또 다른 범주인 ‘상주 외국인’을 쓴다. 조사 결과 상주 외국인은 16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3만2000명, 8.4% 늘었다. 고용률은 65.5%, 실업률은 6.4%였다. 등록외국인, 외국인 주민, 상주 외국인을 섞어 쓰면 정책 대상과 성과가 달라 보일 수 있다. 지역화의 첫 기반은 시군별 인구·체류·고용·교육 자료를 같은 기준으로 연결하고, 각 지표의 분모와 기준일을 공개하는 일이다.
법적 책무와 실제 권한 사이
두 번째는 법적 권한의 경계다. 현행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책무를 두고 있다. 동시에 연도별 시행계획은 중앙행정기관의 기본계획과 법령상 위임사무의 틀 안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도록 한다. 2026년 시행계획 역시 21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지자체가 낸 계획을 취합했다. 지역이 현장 사업을 맡더라도 체류관리, 비자, 국적, 노동 규정은 여러 중앙부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화’는 권한 이양이라는 한 문장보다 업무표가 먼저다. 예컨대 외국인 주민 상담에서 확인된 체류·노무 문제를 어느 기관이 며칠 안에 처리할지, 광역형 비자 대상 인력을 누가 선정하고 사후 고용을 어떻게 확인할지, 미등록 아동의 교육·의료 접근을 위해 어떤 범위에서 정보를 공유할지까지 정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원칙과 정보 접근 권한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
행사보다 결과를 재는 지표
세 번째는 성과 측정 방식이다. 상담 건수나 행사 참가자 수만으로는 정착 성과를 알기 어렵다. 상담 뒤 실제 권리구제가 이뤄진 비율, 취학 안내를 받은 아동의 학교 연결률, 산업안전 개선 뒤 사고 변화, 비자 연계 인력의 1년 이상 고용 유지율처럼 결과 지표가 필요하다. 시군별 수요 차이를 반영하려면 동일한 지표를 공개하되, 외국인 주민 규모와 산업 구조에 따라 목표값을 달리 설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지역화의 다음 단계
이민정책연구원의 2021년 연구도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주민 정책에서 중앙정부의 ‘협조자’로 취급되는 경향을 지적했다. 연구는 중앙과 지방 사이의 수직 협력뿐 아니라 지자체끼리 정책을 공유하는 수평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5년 전 진단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이번 심포지엄의 성과는 새 구호가 아니라 협의 구조와 책임표를 얼마나 구체화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미 큰 정책 대상과 전담 조직, 연간 900억원대 시행계획을 갖고 있다. 다음 단계는 31개 시군과 중앙부처가 함께 보는 통계 대시보드, 사무별 책임기관과 처리기한, 다년도 재원협약, 이주민 당사자가 참여하는 성과평가 체계를 공개하는 것이다. 등록외국인 30% 거주지라는 규모는 지역화의 필요조건이다. 그 규모가 주민의 체감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권한·재원·데이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참고자료
- 경기도, 「경기도, 이민정책 심포지엄 열고 ‘이민 행정의 지역화’ 논의」, 2026.10.16, https://gnews.gg.go.kr/briefing/brief_gongbo_view.do?BS_CODE=s017&number=71736
- 법무부·관계부처 합동, 「2026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 - 지방자치단체 -」, 2026.4, https://www.corrections.go.kr/bbs/immigration/226/493572/download.do
- 국가데이터처, 「2025년 이민자체류실태및고용조사 결과」, 2025.12.18, https://mods.go.kr/board.es?act=view&bid=11109&list_no=442471&mid=a10301010000
- 국가법령정보센터,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시행 2025.1.31, https://www.law.go.kr/lsInfoP.do?lsiSeq=268701
- 법무부,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2024.1.11, https://www.immigration.go.kr/bbs/immigration/226/578947/artclView.do
- 이민정책연구원, 「이민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행정 수직·수평적 협력거버넌스」, 2021.12, https://www.mrtc.re.kr/data/01.php?admin_mode=read&make=&no=804&s_url=&search=
- 경기도, 「경기도 이민사회국 출범 1주년… 포용사회 실현 위한 정책 추진」, 2025.7.16, https://gnews.gg.go.kr/briefing/brief_gongbo_view.do?BS_CODE=s017&number=66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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