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K팝 영상에 더 동의했다…흥행 예측은 아니다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14개 K-팝 걸그룹의 음원 373곡과 공식 뮤직비디오 278편을 파운데이션 모델들에 짝비교시켰다. 영상 모델의 순위 합의는 음원 모델보다 높았지만 음원과 영상 순위의 평균 상관은 0.060에 그쳤다. 사람 평가가 없고 초기 유튜브 조회수 분석도 세 그룹에 한정된 만큼, 이 결과는 흥행 예측보다 AI 심미 평가의 경계선을 보여 준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2026년 10월 13일 K-팝 음원 373곡과 공식 뮤직비디오 278편을 여러 파운데이션 모델에 짝지어 보여 주고 ‘기계의 취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분석한 사전 공개 논문을 냈다. 14개 걸그룹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영상 모델끼리의 순위 합의는 음원 모델보다 뚜렷했지만, 음원과 영상의 취향 순위는 평균 상관계수 0.060에 그쳤다. AI가 영상에는 비슷한 점수를 준다는 결과를 ‘히트곡을 맞힌다’는 주장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AI를 창작 보조와 사업 판단에 끌어들이는 시점에 ‘AI 심사위원들이 실제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가’를 수치로 물었기 때문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1분기 실적자료에서 2026년 AI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작 현장의 도구 도입과 모델 판단의 신뢰성은 별개의 문제다.

제목과 조회수를 가리고 두 곡씩 비교
연구진은 레드벨벳, 트와이스, 블랙핑크, 아이들, 있지, 에스파, 아이브, 엔믹스, 르세라핌, 뉴진스, 베이비몬스터, 아일릿, 미야오, 하츠투하츠 등 14개 걸그룹의 자료를 모았다. 그룹마다 최대 음원 30곡과 공식 뮤직비디오 30편을 선정해 총 373곡, 278편의 데이터셋을 구성했다. 영상 수가 더 적은 것은 공식 뮤직비디오가 있는 곡만 포함했기 때문이다.
음원 평가는 두 곡을 들은 오디오 언어모델이 멜로디, 보컬, 프로덕션, 편곡,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영상 평가는 소리를 제거한 두 뮤직비디오를 비전 언어모델이 콘셉트, 촬영, 스타일링, 편집, 시각적 일관성으로 비교했다. 곡 제목과 차트 성적, 인기 통계는 입력하지 않았다.
순서에 따른 편향을 줄이기 위해 같은 후보 쌍을 앞뒤 순서를 바꿔 제시했고, 각 방향을 독립적으로 5회씩 반복했다. 음원에는 두 모델 계열의 6개 설정, 영상에는 다섯 모델 계열의 28개 설정이 쓰였다. 절대점수를 매기는 대신 두 후보 중 하나를 고르게 한 뒤 승점을 합쳐 그룹별 순위를 만들었다.
| 항목 | 음원 평가 | 영상 평가 |
|---|---|---|
| 평가 대상 | 373곡 | 뮤직비디오 278편 |
| 모델 설정 | 6개 | 28개 |
| 14개 그룹별 합의도 범위 | Kendall W 0.137~0.427 | Kendall W 0.470~0.769 |
| 음원·영상 모델 순위 평균 상관 | Spearman ρ 0.060 | |
영상 모델은 비슷하게 보고, 음악 모델은 덜 모였다
여러 평가자의 순위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0부터 1까지 나타내는 Kendall의 일치계수 W를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음원 모델의 그룹별 W는 0.137~0.427에 머물렀다. 14개 그룹 가운데 11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합의를 보였지만, 합의 강도 자체는 크지 않았다.
영상 모델의 W는 0.470~0.769로 더 높았고 14개 그룹 모두 p값이 0.001 미만이었다. 가장 높은 블랙핑크는 0.769, 가장 낮은 아일릿도 0.470이었다. 서로 다른 모델 계열 사이에서도 시각 순위가 비교적 비슷하게 나온 것은 색감, 촬영, 편집처럼 영상 모델이 학습한 미학적 단서가 공통적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다만 연구는 그 원인을 직접 검증하지 않았다.
이 합의가 노래 자체의 선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같은 곡의 음원 순위와 무음 뮤직비디오 순위를 비교한 모든 모델 쌍의 평균 Spearman 순위상관은 0.060이었다. 가장 높은 모델 쌍도 0.288에 그쳤다. 그룹별 합의 순위를 비교했을 때는 트와이스만 0.475로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엔믹스는 -0.219로 반대 방향을 보였다.
조회수와 상관은 있었지만 표본은 세 그룹
연구진은 영상 모델의 합의 순위가 실제 초기 반응과 닿는지도 살폈다. 에스파·아이브·트와이스 공식 뮤직비디오 76편 가운데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공개 약 7일 뒤 조회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64편이 대상이었다. 영상 순위와 초기 조회수의 Spearman 상관은 에스파 0.661, 트와이스 0.406, 아이브 0.363으로 모두 양의 방향이었다.
그러나 여러 번의 통계 검정을 보정한 뒤에도 유의한 결과는 에스파뿐이었다. 조회수에는 팬덤 규모, 발매 시점, 홍보 예산, 플랫폼 추천, 협업과 같은 변수가 함께 작용한다. 세 그룹 내부의 과거 뮤직비디오 순위에서 나타난 상관을 신인 데뷔, 다른 세대의 그룹, 향후 흥행으로 일반화할 근거는 없다.
비교 연구도 자동지표의 한계를 뒷받침한다. 2025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진은 12개 생성형 음악 모델이 만든 6000곡을 두고 2500명이 1만5000회 짝비교한 연구에서 사람의 선호를 품질 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주관적 판단을 자동 지표로 옮기는 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K-팝 연구에는 사람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델끼리의 합의가 팬이나 제작자의 취향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영상 체크리스트’로는 쓸 수 있어도 게이트키퍼는 이르다
실무에서 이 결과를 활용한다면 AI 순위 하나로 타이틀곡이나 콘셉트를 결정하는 방식보다, 서로 다른 모델이 반복해서 잡아내는 시각적 강점과 약점을 점검하는 보조 도구가 더 현실적이다. 음원과 영상의 평균 상관이 거의 0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음악 A&R과 비주얼 디렉팅을 하나의 자동점수로 합치면 중요한 차이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연구진도 범위를 14개 걸그룹과 일부 모델로 한정했고, 영상에는 소리를 넣지 않았으며, 유튜브 조회수를 사람의 미적 판단이 아니라 인기의 대리변수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모델 순위에는 학습데이터의 편향이 반영될 수 있고, 이를 과도하게 따르면 이미 인기 있는 시각 문법을 반복해 창작 다양성을 줄일 수 있다는 윤리적 경고도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 논문이 보여 준 것은 AI가 K-팝의 정답을 안다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기계 심사위원들이 영상에서는 비슷한 취향을 형성하지만 음악에서는 덜 모이고, 그 둘의 순위도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는 경계선이다. 제작사는 AI를 사람의 취향을 대신하는 판정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설을 빠르게 시험하는 도구로 다뤄야 한다.
참고 자료
- Understanding Machine Taste: Aesthetic Agreement Across Foundation Models in K-pop — arXiv(2026년 10월 13일)
- Benchmarking Music Generation Models and Metrics via Human Preference Studies — arXiv(2025년 6월 23일)
- FY25 Q1 Earnings Note — JYP Entertainment(2025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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