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이라 안 가” 드라마 ‘참교육’ 대사가 현실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촉법소년 대사가 실제 소년법 체계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드라마 속 ‘무법지대’ 촉법소년, 현실은 보호처분 대상이다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참교육'이 예기치 못한 고증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등장인물이 "덕분에 우리는 조사받고 풀러났쥬? 우리가 뭐 교도소라도 갈 줄 알았나 봐. 그런데 어쩌나 우리는 초, 초, 초, 촉법이라 안 가는데."라며 비웃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처럼 묘사된 이 대사는 실제 형법 및 소년법 체계와 큰 차이가 있다.
현행 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14세 미만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드라마의 설정이 이 지점에서 사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법적 처벌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교도소에도 가지 않지만, 소년보호 재판을 거쳐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소년보호 재판은 촉법소년 문제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 따라 가사소년전문법관과 전문조사관이 있는 가정법원이 담당한다. 드라마처럼 단순히 조사만 받고 풀려나는 구조가 아니다.
보호처분의 종류는 매우 구체적이다. 감호위탁, 수강명령, 보호관찰, 시설위탁, 소년원송치 등으로 나뉜다. 사회봉사명령은 14세 이상 범죄소년이 대상이다. 12세 이상에게는 수강명령과 최장 2년의 '장기 소년원 송치'가 내려진다.
전국 10곳 소년원 포화 상태, 촉법소년 비중은 5% 미만
실제 통계로 보면 드라마 속 묘사와 현실의 괴리는 더욱 뚜렷하다. 작년 말 기준 전국 소년원 입소자 1,246명 중 촉법소년은 61명에 불과했다. 전체의 4.9% 수준이다. 드라마에서는 촉법소년이 마치 사회 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주류 범죄자인 것처럼 그려지지만, 실제 소년원 수용 인원 중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오히려 현재 소년원이 직면한 문제는 수용 인원의 과포화다. 소년원 포화율은 정원 대비 132.6%에 달한다. 넘쳐나는 입소 인원으로 인해 시설 운영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10곳의 소년원은 성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학교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교과교육형, 제과·제빵·용접·전기 등을 교육받는 직업훈련형, 약물 중독자나 정신질환자에게 특화된 의료재활형이다. 소년원은 신체 자유는 제한되지만, 형벌을 집행하는 교정시설인 교도소와는 다르다.
경찰의 훈방 권한 부재와 소년법상 권한 체계
드라마 대사처럼 경찰이 촉법소년을 훈방할 수도 없다.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에 대한 최종 조사와 보호처분 권한을 소년부 판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해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경찰서장은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사건을 소년부로 넘겨야 한다. 이를 '전건송치' 제도라고 한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촉법소년 연령 조정 권고안에는 경찰에게 촉법소년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변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
급증하는 촉법소년 성폭력, 연령 하향 논의의 배경
드라마 속 설정처럼 촉법소년이 마약을 유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실제 법원이 작년 처리한 촉법소년 사건 중 강력범죄 비중은 1,793명으로 전체의 8.2% 수준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지점은 성범죄의 증가세다. 특히 촉법소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은 2021년 77명에서 지난해 252명으로 2년 사이 227.3%나 폭증했다.
이러한 범죄 양상의 변화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를 키우는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연령을 낮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보호 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디어에서 촉법소년이 마치 법망을 완벽히 피하는 존재로 비춰지는 현상이 오히려 제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 개선 움직임과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부는 촉법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의 법적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령 조정 권고안 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불법 촬영물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촉법소년 범죄가 디지털 공간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드라마 '참교육'이 던진 고증 오류 논란은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실제 법 집행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셈이다. 처벌의 수위와 보호의 기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