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수출 66억달러…미국 -23.7%, 유럽이 빈자리 메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8일 공개한 잠정 통계에서 올해 1~9월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66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향은 23.7% 줄었지만 유럽 주요국 수출이 늘어 총액을 끌어올렸다. 기록의 이면에 있는 시장·품목 편중을 분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8일 공개한 잠정 통계에서 올해 1~9월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66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5.8% 늘었고, 전체 의약품 수출 90억달러의 73.4%를 차지했다. 다만 최대 수출국인 미국 물량은 23.7% 줄었다. 스위스·헝가리 등 유럽향 증가가 빈자리를 채우며 총액을 끌어올린 만큼, 기록의 이면에 있는 시장·품목 편중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속도는 완만해져
1~9월 누적 수출은 2024년 48억달러, 2025년 57억달러, 2026년 66억달러로 늘었다. 증가율은 각각 37.1%, 18.7%, 15.8%였다. 절대 금액은 매년 커졌지만 증가 속도는 완만해진 셈이다. 올해 분기별 수출은 1분기 19억9000만달러, 2분기 25억4000만달러, 3분기 20억7000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11.8%, 20.9%, 15.6%로, 2분기가 누적 실적을 가장 강하게 밀어 올렸다.
월별로는 7월 7억1000만달러, 8월 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9월에는 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약 1억1000만달러 줄었다. 식약처는 조업일수 차이 등의 영향을 언급했다. 한 달 감소만으로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누적 증가율과 월별 변동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 연도 | 수출액 | 증가율 |
|---|---|---|
| 2024 | 48 | 37.1% |
| 2025 | 57 | 18.7% |
| 2026 | 66 | 15.8% |
미국 3억4000만달러 감소, 유럽 주요국은 동반 증가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0억7000만달러로 전체의 16.3%를 차지해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14억1000만달러에서 3억4000만달러 줄어 감소율이 23.7%에 달했다. 반면 스위스는 10억1000만달러로 27.3%, 헝가리는 9억2000만달러로 28.0% 늘었다. 네덜란드 6억3000만달러, 이탈리아 3억달러, 벨기에 2억9000만달러, 프랑스 2억달러도 각각 42.4%, 59.6%, 209.7%, 269.1% 증가했다.
미국·스위스·헝가리 상위 3개국 수출액은 합계 30억달러로 전체의 약 45.5%다. 상위 국가 집중도가 여전히 높지만, 올해 증분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다. 식약처는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위탁개발생산 공급 확대와 유럽 내 바이오시밀러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들었다.
다만 통관상 수출 상대국은 제품의 최종 소비시장과 반드시 같지 않다.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 거점이나 물류 허브로 이동한 뒤 다른 국가로 재수출될 수 있어서다. 스위스와 헝가리의 증가를 해당 국가 환자 수요의 급증으로 곧바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에서 신고된 수출 흐름이며, 최종 판매·처방 시장을 확인하려면 기업별 공급계약과 현지 유통 자료를 추가로 봐야 한다.

유전자재조합의약품 86.5%…호조와 편중의 두 얼굴
품목별로는 항체치료제와 바이오시밀러 등이 포함된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이 5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8% 늘었다.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의 86.5%를 차지한다. 이 품목만 보면 스위스 9억8000만달러, 헝가리 9억2000만달러, 미국 8억9000만달러 순이었다. 미국향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은 약 4억달러 줄어 전체 미국 수출 감소를 주도했다.
독소·항독소 수출은 4억3000만달러로 43.3% 늘었다. 미국향은 1억3000만달러로 95.5% 증가해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의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 반면 백신은 1억8000만달러로 21.7% 줄었다. 제품군별 흐름이 엇갈린 만큼 전체 수출 증가율만으로 모든 분야가 고르게 성장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 품목군 | 수출액 | 증가율 | 전체 대비 |
|---|---|---|---|
| 유전자재조합의약품 | 57.1 | 16.8% | 86.5% |
| 독소·항독소 | 4.3 | 43.3% | 약 6.5% |
| 백신 | 1.8 | -21.7% | 약 2.7% |
다음 지표는 ‘수출액’보다 계약의 지속성
이번 실적은 국내 바이오 생산시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역할을 넓혔다는 신호다. 특히 유럽향 증가가 미국 감소를 넘어선 것은 시장 경로가 한쪽에만 묶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66억달러 가운데 유전자재조합의약품 한 품목군이 57억달러 이상이고 상위 3개 상대국 비중도 45%를 넘는다. 특정 대형 계약의 선적 시점이나 생산 일정이 월별·분기별 실적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향후에는 총액뿐 아니라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유럽향 증가가 일회성 선적이 아니라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는지, 둘째, 미국향 유전자재조합의약품 감소가 계약 종료인지 공급 일정 조정인지, 셋째, 독소·항독소의 고성장이 제품 다변화로 정착하는지다. 기업 공시에서 장기 공급계약의 기간과 최소 구매조건을 살피고, 다음 분기 통계에서 국가·품목별 흐름이 유지되는지를 대조해야 수출의 질을 판단할 수 있다.
식약처가 발표한 수치는 2026년 1~9월 잠정치여서 연간 확정치와 달라질 수 있다. 환율 변화도 원화로 환산한 기업 실적에 별도 영향을 준다. 역대 최대라는 결과는 분명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여부는 유럽향 증가의 반복성과 미국 감소의 원인, 품목 포트폴리오의 확장까지 확인한 뒤 평가하는 편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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