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보다 회복력"…공급망 리스크 시대, 기업이 준비할 '플랜 B'는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공급망 회복력'의 중요성과 산업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정철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의 분석을 통해 짚어본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규칙 기반(Rule-based)'에서 '힘과 거래 기반(Power and transaction-based)'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저렴한 곳에서 적기에 제품을 공급받는 '저비용·적기 공급(Just-in-time)'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예상치 못한 공급 중단에 대비하는 '회복력(Resilience)'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통상라운지가 전한 정철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의 인터뷰에는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와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다. 정 회장은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로 '예측 불가능한 비용', 즉 불확실성을 꼽았다.
"비용보다 무서운 불확실성"…기업을 압박하는 3대 통상 장벽
정 회장은 현재 기업들이 직면한 통상 환경의 어려움을 세 가지 핵심 이슈로 정리했다. 첫째는 중첩되는 관세 장벽이다. 품목별 관세뿐만 아니라 상호주의에 따른 보복 관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업들이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는 원산지 규정의 강화다. 제품의 최종 제조국뿐만 아니라 부품과 원자재가 어디서 왔는지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정 회장은 "원자재와 부품의 출처를 모두 증명하는 것은 중소기업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미·중 갈등 사이에서 발생하는 보복 및 수출 통제 리스크다. 기업들이 양국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과거처럼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방식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생산, 조달, 기술, 투자, 그리고 각국의 무역 규제를 하나의 통합된 전략으로 묶어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이들 국가를 향한 수출은 다소 감소한 반면 EU와 아세안(ASEAN) 시장으로의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다변화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 회복력은 '보험'…다원 공급과 추적 가능성이 핵심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2021년 요소수 사태를 언급하며 공급망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당시 한국의 요소수 중국 의존도는 97%에 달했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중국산에 의존해 왔으나, 중국의 국내 사정으로 공급이 차단되자 국가적 위기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이를 두고 "공급망에서는 비용 효율성보다 회복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구체적인 대응책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다원 공급(Multi-sourcing)' ▲공급 중단 시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전략적 재고 축적' ▲운송 경로의 리스크를 줄이는 '대체 교통로 확보'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 ▲그리고 공급망 전체를 파악하는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이다.
특히 정 회장은 추적 가능성을 '보험'에 비유했다. "보험이 사고가 나지 않을 때는 비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며, "공급망의 모든 단계(1차 협력사부터 그 하위 단계까지)를 매핑(Mapping)하여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은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기술 격차', 자동차·배터리는 '현지화'로 승부
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도 필요하다. 정 회장은 반도체와 AI 같은 전략 기술 산업의 경우, 핵심 기술과 인력을 국내에 축적하며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공동 연구개발(R&D) 및 표준화 작업을 강화해 한국의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현지 생산 요구를 직접적으로 받는 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은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주요 시장에 직접 진출해 현지에서 생산하고 경쟁하는 방식이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경우 2만~3만 개의 방대한 부품이 연결된 '생태계'를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히 완제품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을 넘어 현지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고도화된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앞으로는 누구와 협력하고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어디서 생산하느냐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시장 접근성, 생산 비용, 기술 수준, 지정학적 리스크를 모두 고려한 정교한 '생산 기반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통상라운지 유튜브 「🌏😲 [통터뷰]위기와 기회의 시대..우리가 준비할 것은?!!👉출연 : 한국국제통상학회 정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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