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전권 11개 제안…법 시행 전 채울 틈
경기연구원은 2026년 10월 22일 재난 기록, 주거 화재, 중대시민재해, 생존자 권리 등 4개 영역에서 11개 정책을 제안했다. 생명안전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경기도가 책임 부서·예산·일정을 갖춘 공개 이행표로 제안을 실행계획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경기연구원은 2026년 10월 22일 ‘경기도형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재난·안전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내고 재난 기록, 주거 화재, 중대시민재해, 재난 생존자 권리 등 4개 영역에서 11개 정책을 제안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가운데, 법의 선언을 도민이 체감하는 서비스로 바꾸려면 경기도가 조례·예산·담당 조직을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법은 12월 시행, 일부 핵심 조항은 내년 6월
지난 6월 2일 제정된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안전권과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무, 피해자 권리 보호, 독립적 사고 조사 등을 법 체계에 담았다. 법률 전체의 시행일은 2026년 12월 3일이지만 안전영향평가와 특별보호 대상자, 피해자 권리 등 일부 조항은 공포 1년 뒤인 2027년 6월 3일부터 적용된다. 지방정부에는 약 6개월의 준비 구간이 생긴 셈이다.
다만 법이 시행된다고 현장 절차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도 시·도가 매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지만, 사고 기록을 누가 보존하고 피해자가 어디에 후속 설명을 요구하며 여러 부서의 주거 개선 사업을 어떻게 묶을지는 별도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의 의미는 이 공백을 ‘지역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로 잘게 나눴다는 데 있다.
사고 직후 기록 폐기부터 멈추자는 제안
첫 번째 축은 재난 기록이다. 보고서는 재난이 인지되면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나 도지사가 도와 산하기관의 관련 기록 삭제·폐기를 일시 정지하는 ‘처분동결제’를 제안했다. 사고 원인 규명은 현장 사진, 의사결정 문서, 연락 기록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 보존 범위를 사고 뒤에 정하면 이미 사라진 자료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동결 시점과 대상 기관을 미리 정해 두자는 취지다.
대책본부가 해산된 뒤에도 유가족과 피해자의 설명 요구, 조사 요청을 접수할 창구를 남기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사고 대응의 종료 시점과 피해 회복의 종료 시점이 다르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 제도로 옮기려면 동결 명령의 발동 요건, 개인정보가 포함된 기록의 열람 범위, 보존 기간, 독립 조사와의 연계 절차를 조례나 지침에 명확히 적어야 한다.
주거 화재는 사업을 묶어 지구 단위로
주거 안전 분야에서는 ‘주거 화재안전권’을 조례에 명시하고 노후주택 수리,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가스 타이머콕 설치를 한 지역에서 함께 시행하는 통합 시범사업이 제시됐다. 지금처럼 주택·소방·에너지 부서가 각각 대상자를 고르면 같은 가구를 여러 차례 방문하거나 정작 위험이 큰 가구가 누락될 수 있다. 지구 단위로 주택 상태와 거주자 특성을 함께 살피면 예방 투자의 우선순위를 더 분명히 정할 수 있다.
관건은 지원 건수보다 위험 감소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소화기와 감지기를 몇 개 보급했는지만 집계하면 설치 뒤 작동 여부나 노후 전기·가스 설비의 위험은 놓친다. 시범지역을 정할 때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설치 완료율뿐 아니라 재점검률과 미조치 위험요인의 해소율을 함께 관리해야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시설 의무 데이터베이스와 31개 시·군 연계
중대시민재해 분야에서는 시설별 안전·보건 의무를 행위 단위로 연결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제안됐다. 법령과 지침이 바뀔 때 시설 담당자가 자신에게 적용되는 의무를 놓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는 목록을 한 번 만드는 것보다 갱신 책임이 중요하다. 근거 법령, 최근 갱신일, 담당 부서, 이행 증빙을 함께 표시해야 사고 뒤 책임을 따지는 문서가 아니라 사고 전 점검 도구가 된다.
재난 생존자 지원은 도와 31개 시·군 센터, 자율방재단을 잇는 권역형 체계로 재편하고 장기 사례관리를 맡는 가칭 ‘경기도 재난회복지원센터’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현행 13개 재난 대응 협업 기능에 피해자 권리 보호와 침해 예방 기능을 명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대피와 구호가 끝난 뒤 주거, 의료, 심리, 법률 지원이 끊어지는 문제를 하나의 사례관리 창구에서 이어 가려는 구상이다.
| 영역 | 대표 제안 | 시행 여부를 볼 기준 |
|---|---|---|
| 재난 기록 | 관련 기록 처분동결 | 발동 요건·보존 범위·열람 절차 공개 |
| 주거 화재 | 수리·소방·가스 사업 통합 | 대상 선정 근거와 재점검 결과 공개 |
| 중대시민재해 | 시설별 의무 데이터베이스 | 근거 법령·갱신일·담당 부서 표시 |
| 생존자 권리 | 재난회복지원센터 단계 설치 | 접수부터 연계까지 처리 기간 관리 |
11개 제안의 빈칸은 돈·책임·공개 일정
이번 보고서는 정책 권고안이지 경기도가 확정한 시행계획은 아니다. 따라서 11개 제안이 실제 안전권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결정에 달렸다. 어느 부서가 총괄하는지, 조례 개정안을 언제 내는지, 시범사업에 얼마를 배정하는지, 31개 시·군 가운데 어디부터 참여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단계적 추진’이라는 표현만 남으면 법 시행 전 준비 기간은 조직 협의로 소진될 수 있다.
우선순위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기록 처분동결과 사고 뒤 단일 접수창구는 비교적 적은 시설 투자로 절차를 먼저 만들 수 있다. 반면 주거 안전 통합사업과 재난회복지원센터는 인력과 예산, 시·군 협약이 필요하다.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나누고 분기별 공개 지표를 붙여야 서로 다른 속도의 사업을 한꺼번에 미루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도민이 체감할 변화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사고가 나면 기록이 사라지지 않고, 피해자가 기관을 전전하지 않으며, 위험한 주거에 사는 사람이 여러 예방 서비스를 한 번에 받는 것이다. 법률의 권리를 행정 절차로 번역하는 기준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경기연구원이 제시한 11개 목록은 출발점이다. 경기도가 법 시행 전에 책임 부서·예산·일정을 붙인 공개 이행표를 내놓을 때 비로소 ‘보편적 안전권’은 선언을 넘어 검증 가능한 정책이 된다.
참고자료
- 경기연구원, 보편적 안전권 실현 위한 정책 11건 제안 — 경기도 뉴스포털, 2026년 10월 22일
- 생명안전기본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법률 제21729호
- 생명안전기본법 전체 제정·개정이유 — 국가법령정보센터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4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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