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3 (금)
생활건강

수능 앞 프로프라놀롤…‘덜 떨림’과 성적은 다르다

식약처가 수능을 앞두고 프로프라놀롤 오남용을 경고했다. 신체적 긴장 완화와 시험 성적 향상은 같은 주장이 아니다. 1985년 소규모 시험부터 2018년 문헌고찰까지 근거의 크기와 한계를 짚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2026년 10월 22일, 11월 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프로프라놀롤 성분 의약품을 이른바 ‘떨림 방지약’이나 시험 보조제로 오남용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식약처는 이 약이 부정맥·협심증·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 등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며,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한 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실 책상에 앉아 시험지를 작성하는 학생들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기사 속 특정 학교나 인물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Dennis S. Hurd / Flickr(CC0 1.0)

‘덜 떨린다’와 ‘더 잘 푼다’는 다른 주장

프로프라놀롤은 교감신경의 베타수용체를 차단해 심박수를 늦추고 혈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이 약이 불안할 때 나타나는 땀이나 떨림 같은 신체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줄어드는 것은 긴장의 ‘신체 표현’이지, 기억력·학습량·문제 해결 능력을 직접 높인다는 뜻이 아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수험생에게 ‘몸이 덜 떨리는 경험’이 곧 ‘점수가 오르는 효과’로 번역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허가사항에 따른 사용과 시험 수행 능력 향상은 별개의 질문이다. 식약처가 이번 안내에서 떨림이나 불안 증상이 없는 수험생이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복용하지 말라고 선을 그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소규모 연구의 신호, 후속 연구의 한계

시험 수행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연구는 1985년 영국 임상약리학회지에 실린 의대생 35명 대상 교차시험이다. 연구진은 가벼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언어 추론과 암산 시험을 실시했고, 프로프라놀롤 투여 때 총점이 평균 9.2점 높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표본이 35명에 그쳤고 실제 입시가 아니라 연구용 과제였으며, 논문이 나온 지 40년이 넘었다. 이 한 편을 오늘날 모든 수험생에게 적용할 근거로 삼기 어렵다.

2016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연구진이 건강한 성인 60명을 세 집단으로 나눠 실시한 이중맹검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프로프라놀롤 40mg을 받은 20명을 포함해 위협 상황에서 작업기억 과제를 수행하게 했지만, 프로프라놀롤은 불안이 작업기억을 방해하는 효과를 줄이지 못했다. 이 연구 역시 실제 시험 성적을 본 것은 아니어서 1985년 결과를 정면 반박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과제와 대상, 불안의 정의가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 덴마크 연구진의 문헌고찰은 시험 관련 수행불안에 프로프라놀롤을 쓰는 비승인 용도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 근거가 모두 희박하다고 정리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되는 문헌의 핵심은 ‘효과가 완전히 0이라고 입증됐다’가 아니라, 일반 수험생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며 복용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프로프라놀롤의 시험 관련 근거 연표. 1985년 임상시험은 의대생 35명, 2016년 실험은 건강한 성인 60명(프로프라놀롤군 20명)을 대상으로 했고, 2018년 문헌고찰은 효과·안전성 근거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단위는 사람·점이며, 출처는 PubMed PMID 2862892·27492789·3054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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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연도대상·규모관찰 결과읽을 때 주의할 점
1985의대생 35명총점 평균 9.2±3.9점 증가, P<0.05소규모·연구용 과제·오래된 연구
2016건강한 성인 60명, 이 중 프로프라놀롤군 20명불안-작업기억 간섭을 줄이지 못함실제 입시 성적을 측정한 연구가 아님
2018문헌고찰시험 수행불안 용도의 효과·안전성 근거가 희박비승인 용도에 대한 검토

부작용은 시험장에서 더 곤란할 수 있다

식약처가 안내한 주의 증상은 졸음·피로, 어지럼증, 기립성저혈압, 서맥 등이다. 긴장을 줄이려다 오히려 집중하기 어렵거나 일어설 때 어지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처음 복용하거나 다른 약과 함께 쓸 때 반응을 예측해 ‘시험 당일 한 번만’ 스스로 시험해 보는 접근은 안전한 사용법이 아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DailyMed 허가정보는 심인성 쇼크, 동성서맥 또는 1도보다 심한 심장차단, 기관지천식, 성분 과민증을 금기로 적고 있다. 또 관상동맥 질환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의사 지시 없이 갑자기 중단하면 협심증 악화나 심근경색 위험이 보고됐다고 경고한다. 해외 허가정보가 국내 처방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이 약이 단순한 긴장 완화용 일반약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천식이나 느린 맥박이 있는지, 현재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치료하려는 증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가족이나 친구의 약을 나눠 먹으면 이런 위험을 걸러낼 수 없다. 온라인에서 용량이나 복용 시점을 따라 하는 것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필요한 경우 의사가 환자 상태와 복용 목적을 확인해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와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시험약’ 검색보다 먼저 확인할 세 가지

첫째, 목표가 점수 향상인지 실제로 진단·평가가 필요한 신체 증상인지 구분해야 한다. 프로프라놀롤은 공부한 내용을 늘리거나 기억을 새로 만들어 주는 약이 아니다. 시험 불안이 일상 기능을 떨어뜨릴 정도라면 약을 구하는 것보다 의료진에게 증상과 빈도, 기존 질환을 설명하는 과정이 먼저다.

둘째, 처방받은 사람과 복용 목적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떨림’이라도 원인과 기저질환이 다를 수 있고, 전문의약품은 남의 처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식약처는 의료기관과 약국에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알림을 제공하고, 상담 때 환자 상태와 복용 목적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셋째, 효과를 말할 때 근거의 크기와 최신성을 함께 봐야 한다. 35명 연구의 평균점수 변화는 흥미로운 관찰이지만, 대규모 재현 연구나 장기 안전성 자료와 같은 무게로 다룰 수 없다. 60명 실험과 2018년 검토까지 놓고 보면 ‘일부 상황에서 신체 반응이 줄 수 있다’는 설명과 ‘누구나 시험을 더 잘 본다’는 광고성 주장은 거리가 멀다.

이번 식약처 안내는 특정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수험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성적 향상 도구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시험을 앞둔 불안을 약 하나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반복되는 만큼, 처방 단계에서는 증상과 목적을 확인하고 가정에서는 약을 공유하지 않는 원칙이 가장 현실적인 안전장치다.

참고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참고] “시험 잘 보는 약은 없습니다”… 식약처, 프로프라놀롤 성분 안전 사용 안내」(2026-10-23): https://www.mfds.go.kr/brd/m_99/view.do?company_cd=&company_nm=&itm_seq_1=0&itm_seq_2=0&multi_itm_seq=0&page=1&seq=50431&srchFr=&srchTo=&srchTp=&srchWord=
  • Drew PJ, Barnes JN, Evans SJ, “The effect of acute beta-adrenoceptor blockade on examination performance”(1985): https://pubmed.ncbi.nlm.nih.gov/2862892/
  • Ernst M et al., “The effects of methylphenidate and propranolol on the interplay between induced-anxiety and working memory”(2016): https://pubmed.ncbi.nlm.nih.gov/27492789/
  • Vinther S et al., “[Limited evidence for effect and safety of propranolol for exam-related anxiety]”(2018): https://pubmed.ncbi.nlm.nih.gov/30547878/
  • NHS, “About propranolol”(2026-01-06 검토): https://www.nhs.uk/medicines/propranolol/about-propranolol/
  • DailyMed, “PROPRANOLOL HYDROCHLORIDE tablet”: https://dailymed.nlm.nih.gov/dailymed/drugInfo.cfm?setid=b94dcec7-7633-4a33-9cea-48161adeaf93
  • 데일리팜, 「식약처, 프로프라놀롤 수험생 주의보…“떨림 방지약 아냐”」(2026-10-23): https://www.dailypharm.com/user/news/343705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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