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26 (월)
의료/제약

감염병 팩트체크 10명 안팎…먼저 공개할 네 가지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는 10월 23일 감염병 정보 팩트체크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주제별 전문가 10명 안팎의 신속 델파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WHO 최신 정보환경 평가도구와 국제 합의보고 지침을 토대로 제도가 공개해야 할 운영 기준을 짚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는 10월 23일 감염병 정보 팩트체크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검증 주제마다 의과학 전문가 10명 안팎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전문가 평가를 신속히 모아 합의와 이견을 도출하는 ‘신속 델파이’ 방식이며, 구체적인 운영안은 연말까지 마련한다. 감염병 허위·오정보를 빠르게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판정문만 공개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함께 보여줘야 제도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 비상운영센터에서 공중보건 당국자들이 에볼라 대비 회의를 하는 모습
2014년 미국 코네티컷주 비상운영센터에서 공중보건 관계자들이 에볼라 대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협약 현장과는 다른 시점·장소의 자료사진. 사진: Dannel Malloy / 위키미디어 공용(CC BY 2.0)

10명의 합의가 곧 정답은 아니다

델파이는 전문가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묻고, 앞선 응답을 익명으로 공유해 판단을 좁혀 가는 합의 기법이다. 대면 회의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결론이 쏠리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전문가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은 그 판단이 영구히 참이라는 뜻이 아니다. 새 변이, 새로운 임상자료, 부작용 신호가 나오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협의체의 첫 운영규정에는 ‘합의’의 정의가 들어가야 한다. 몇 명이 몇 점 이상을 줘야 합의인지, 몇 차례 평가할지, 응답하지 않은 위원은 어떻게 처리할지, 끝까지 남은 소수 의견은 어디에 기록할지를 사전에 정해야 한다. 주제별 위원의 전문분야와 이해관계, 제척·회피 기준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생의학 분야 합의 절차의 투명성을 다룬 ACCORD 지침은 기존 연구에서 위원 선정 방식, 위원 배경, 합의 정의, 회차별 응답률, 익명성, 회차 사이에 제공한 피드백이 빠진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최종 지침은 35개 보고 항목으로 구성됐다. 국내 협의체가 연구 논문을 쓰는 조직은 아니지만, 판단 과정에 대한 신뢰를 얻으려면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허위정보 비율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WHO가 소개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인포데믹과 보건 허위·오정보를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 31건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17건이 출판됐다고 밝혔다. 출판된 문헌고찰에는 12개 감염병과 관련된 1,034개 1차 연구가 포함됐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의 보건 오정보 비율이 전체적으로 0.2%에서 28.8%까지 넓게 나타났고, 위기 상황에 나온 연구 자체의 질도 낮은 경우가 있었다고 경고했다.

WHO가 요약한 일부 문헌고찰의 허위·오정보 비율 상한(단위: %)
검토 대상보고된 상한해석할 때 주의점
백신 관련 게시물51%선정 연구·플랫폼의 상한
코로나19 관련 게시물28.8%시기와 표본에 따라 차이
팬데믹 관련 게시물60%모든 팬데믹 게시물의 평균이 아님
신종감염병 유튜브 영상30%보고 범위 20~30%의 상단
WHO 유럽지역사무소가 2022년 공개한 문헌고찰 요약의 주제별 상한을 재구성했다. 연구·플랫폼·시기가 달라 서로 직접 비교하거나 국내 비율로 해석할 수 없다.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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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온라인 보건정보의 몇 퍼센트가 거짓’이라고 단일 수치로 말하면 오히려 오해를 만든다. 협의체는 검증 대상의 원문, 최초 게시 시각, 유통 플랫폼, 노출 규모와 잠재적 건강 피해를 분리해 기록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과장한 정보와 존재하지 않는 치료법을 판매하는 정보는 모두 부정확할 수 있지만, 긴급도와 대응 수단은 같지 않다.

WHO 최신 틀은 ‘주장’ 밖의 환경도 본다

WHO는 9월 24일 보건위기 정보환경 평가 도구를 공개했다. 정보가 어떻게 검색되고 공유되며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사람과 공동체, 정보 출처, 행위자, 정책 절차와 기반이라는 네 영역에서 보도록 했다. 스리랑카와 태국의 시범 적용, 필리핀 현장 시험을 거쳐 다듬은 도구다. 긴급상황에서 쓸 수 있는 신속 평가 방식도 포함했다.

이 관점에서 팩트체크는 게시물 한 건에 ‘참·거짓’ 딱지를 붙이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공식 설명이 비어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어떤 집단이 어떤 경로로 정보를 접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WHO도 인포데믹 대응을 공동체의 우려 청취, 위험과 전문가 조언의 이해 증진, 오정보에 대한 회복력 강화, 긍정적 행동을 위한 참여라는 네 활동으로 설명한다.

질병관리청은 정부 지침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될 때도 검증을 요청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정부기관과 독립 학회의 역할을 분리하고, 해당 정책에 참여한 위원의 회피 여부와 외부 검토 절차를 밝혀야 이해충돌 의심을 줄일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억지로 단일 결론을 만들기보다 쟁점과 필요한 추가 자료를 공개하는 편이 낫다.

판정문에 붙어야 할 네 개의 시간표

첫째는 주장 접수 시각, 둘째는 검증 착수 시각, 셋째는 1차 판정 공개 시각, 넷째는 마지막 수정 시각이다. 이 네 시각이 있어야 ‘신속’이 실제로 얼마나 빨랐는지, 새 근거가 나온 뒤 수정에 얼마나 걸렸는지 평가할 수 있다. 근거 문헌의 검색 범위와 기준일, 증거 수준, 합의율과 소수 의견도 판정문 아래에 붙여야 한다.

판정 용어도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근거로 반증된 주장, 일부 사실을 맥락 없이 부풀린 주장, 현재 근거가 부족한 주장, 검증 중인 주장을 구분하지 않으면 ‘근거 없음’이 곧 ‘거짓’으로 읽힐 수 있다. 감염병 초기처럼 증거가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는 잠정 판정과 업데이트 예정일을 표시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성과는 게시물 수나 조회수만으로 재기 어렵다. 주제 선정부터 1차 판정까지 걸린 중앙값, 판정 뒤 정정·업데이트 비율, 원자료 링크 제공률, 이견 공개율, 이용자가 핵심 행동수칙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잘못된 주장을 반복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사람에게 정정 정보가 도달했는지도 별도로 살필 필요가 있다.

협약은 연말까지 운영방식을 정할 계획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판정의 권위를 먼저 세우는 일이 아니라 검증 절차를 재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10명 안팎의 전문가가 빠르게 의견을 모으더라도 선정 기준과 근거, 이견, 수정 이력이 남아야 시민은 결론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투명한 기록이 쌓일 때 팩트체크 협의체는 일회성 해명 창구가 아니라 다음 감염병 위기의 정보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감염병 #인포데믹 #팩트체크 #질병관리청 #대한예방의학회 #신속 델파이 #보건 허위정보
이
이강부
트렌드경제신문 · 기자

트렌드경제신문에서 수입차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국산차, 사회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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