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천~6천명 vs 치명률 18%…가을 ‘진드기병’은 하나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12월 16일까지 전국 18개 지점에서 털진드기를 감시하는 가운데, 최신 확정 통계는 SFTS 환자가 2025년 280명으로 64.7%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쯔쯔가무시증과 SFTS의 원인·증상·치료 차이와 야외활동 전후 행동 수칙을 짚었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8월 2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전국 18개 지점에서 쯔쯔가무시증 매개 털진드기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가 집중되는 10~11월에 들어선 가운데, 지난 9월 30일 공개된 ‘2026년 원헬스 연차보고서’는 또 다른 진드기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의 2025년 환자가 280명으로 전년보다 64.7% 늘었다고 집계했다. 가을 산행과 농작업 뒤 열이 날 때 ‘진드기병’이라는 한 이름으로 뭉뚱그리기보다 두 질환의 원인과 치료 가능성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진드기병’이지만 균과 바이러스부터 다르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을 보유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생기는 세균성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환자가 해마다 약 3,000~6,000명 발생하고, 털진드기 유충 활동이 늘어나는 10~11월에 집중된다고 설명한다. 발생 규모만 보면 SFTS보다 훨씬 흔하다.
SFTS는 작은소참진드기 등 참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4~11월에 주로 발생하며 백신과 효과가 확인된 특이 치료제가 없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4월 발표한 누계에 따르면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2013년부터 2025년까지 환자 2,345명 가운데 422명이 숨져 누적 치명률은 18.0%였다. 발생 건수는 쯔쯔가무시증보다 적지만, 개인이 맞닥뜨리는 위험의 무게는 훨씬 크다.

‘검은 딱지’는 중요한 단서, 없어도 배제할 수 없어
두 질환은 모두 야외활동 뒤 발열·오한·근육통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초기에는 감기나 몸살로 오인하기 쉽다. 쯔쯔가무시증은 대체로 물린 뒤 10일 안에 증상이 나타나고, 물린 자리에 가피라고 부르는 검은 딱지가 생기는 것이 대표적인 단서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피 발견율은 83.1%다. 뒤집어 말하면 가피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도 있다는 뜻이다.
가피는 배꼽 주변, 속옷 안, 겨드랑이, 무릎 뒤, 귓바퀴 뒤, 머리카락 속처럼 스스로 보기 어려운 곳에 생길 수 있다. 야외활동 뒤 열이 나는데 눈에 띄는 상처가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진료 때 최근 열흘 안에 밭일·등산·벌초·캠핑을 했는지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진단의 출발점이다.
SFTS는 물린 뒤 약 2주 안에 38~40도의 고열과 오심·구토·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의식 저하가 동반되면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가피가 SFTS의 전형적인 표지라는 근거는 없다. 피부 자국만 찾기보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와 전신 증상을 함께 봐야 한다.
2025년 SFTS, 환자 170명에서 280명으로
질병관리청의 최신 확정 연차자료에서 SFTS 환자는 2024년 170명에서 2025년 280명으로 110명, 64.7% 증가했다. 사망자는 같은 기간 26명에서 41명으로 15명, 57.7% 늘었다. 감시기관 수나 신고기준 변화가 연도별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단순히 기후 한 가지 원인으로 증가분을 설명해서는 안 되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예방과 조기 진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2025년 환자 280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229명으로 81.8%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북 45명, 경기 42명, 강원 31명 순이었다. 성별 차이는 남성 143명, 여성 137명으로 크지 않았다. 위험을 특정 성별 문제로 보기보다 고령자와 농작업·텃밭·제초·성묘 등 노출 상황을 중심으로 살피는 편이 정확하다.

치료 가능성은 갈린다…그래서 병력 전달이 중요하다
쯔쯔가무시증은 의사의 진단에 따라 독시사이클린이나 아지스로마이신 같은 항생제로 치료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대부분 항생제 투여 뒤 48시간 이내 열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안내한다. 반면 SFTS는 현재 효과가 확인된 특이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고 장기 기능을 지지하는 치료가 중심이다. ‘진드기병이면 같은 약을 쓴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다.
| 구분 | 쯔쯔가무시증 | SFTS |
|---|---|---|
| 원인 | 쯔쯔가무시균 | SFTS 바이러스 |
| 주요 매개 | 털진드기 유충 | 참진드기 |
| 증상 시점 | 대체로 물린 뒤 10일 이내 | 대체로 물린 뒤 2주 이내 |
| 구별 단서 | 발열·발진과 검은 가피 | 고열·소화기 증상, 혈소판·백혈구 감소 |
| 치료 | 항생제 치료 | 확인된 특이 치료제 없음 |
다만 이 표는 자가진단표가 아니다. 가피가 없을 수 있고 증상이 서로 겹치며, 렙토스피라증이나 신증후군출혈열 등 다른 가을철 발열성 질환도 있다. 야외활동 뒤 발열·오한·근육통·설사 등이 생기면 질환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노출 시점과 장소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에게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은 공통…‘긴 옷’보다 행동 순서가 핵심
예방의 핵심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작업복과 일상복을 구분하고, 긴팔·긴바지·모자·목수건·장갑·양말·장화로 피부 노출을 줄인다. 바짓단은 양말 안으로 넣고 기피제는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풀밭에 바로 눕거나 옷을 벗어두지 말고,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도 피하는 편이 좋다.
귀가 뒤에는 현관이나 세탁 공간에서 작업복을 분리해 곧바로 세탁하고 샤워한다. 머리카락, 귀 주변, 겨드랑이, 허리, 무릎 뒤, 사타구니처럼 진드기가 숨기 쉬운 부위를 살핀다. 진드기 제거법을 잘 모르면 억지로 비틀거나 터뜨리기보다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가을 야외활동을 모두 피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더 실용적인 기준은 활동 전 노출을 줄이고, 활동 후 몸과 옷을 확인하며, 2주 동안 발열·소화기 증상과 피부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쯔쯔가무시증의 ‘흔함’과 SFTS의 ‘높은 치명률’을 함께 기억하면, 지나친 공포와 안일함 사이에서 필요한 행동을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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